지난해 이맘때, ‘슈퍼태풍’이라 불린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세부 섬 부근 타클로반 일대를 강타했다. 당시 공군장교 페르민 카랑간은 타클로반 공항의 설비를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바닷물은 공항청사 안에까지 넘쳐들어왔다. 강풍에 문을 닫을 수조차 없었다. 허리까지 물이 들이찼다. 카랑간은 부대원들에게 지붕으로 올라가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그 순간 지붕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부서진 건물에서 떨어져나온 버팀목을 붙들고 물 위를 떠돌며 살아남으려 애쓰던 카랑간은 주변에 있던 코코넛 나무를 향해 간신히 헤엄쳐갔다. 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한 어린 아이가 간신히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그대로 있으면 물이 곧 나무 위쪽까지 물이 차올라 파도에 휩쓸려갈 것이 뻔했다. 카랑간은 아이를 내려오게 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