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가 내놓은 ‘경제개혁 리스트’를 승인했다. 이로써 그리스의 구제금융은 4개월 연장되게 됐다.
AFP통신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기구인 유로그룹이 24일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내놓은 경제개혁 리스트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그리스와 유로그룹이 앞서 합의한 구제금융 4개월 연장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자본가 과세, 지하경제 단속... '경제개혁 리스트' 일단 통과
그리스는 이날 탈세와 부패 방지를 골자로 한 경제개혁 리스트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채권단 트로이카’에 제출했다. 이 개혁안은 거액 자산을 가진 자본가들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지하경제를 단속해 재정수입을 확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그리스 집권 좌파 ‘시리자’ 정권은 옛 정권과 결탁해 탈세와 비리, 부동산 투기 등을 저지르며 부를 축적한 자본가 집단인 ‘올리가르히’를 척결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24일 아테네의 의사당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날 유럽연합 등 채권단에 ‘경제개혁 리스트’를 제출했고, 유로화 사용 19개국 모임인 유로존의 재무장관들은 이 리스트를 승인했다. 이로써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아테네/AP연합뉴스
개혁안에는 방만한 공무원 조직을 줄이되 실업자들에게 주거·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빈곤층에는 무료로 전기를 공급하고 식량을 주는 등 시리자가 총선에서 약속했던 복지정책도 들어 있다. 시리자 정부로서는 채권단이 받아들일 개혁의 내용과 함께, 긴축을 중단하고 기본 복지를 늘리길 바라는 민심을 다독일 방안을 모두 조금씩 포함시켜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었다.
유로그룹은 앞서 20일 회의에서 그리스에 내준 현행 구제금융을 넉 달 연장하기로 하면서 그 조건으로 그리스에 개혁 리스트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 리스트는 EU 집행위원회 등을 거쳐 유로존 재무장관들에게 제출됐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24일 오후 화상 전화회의로 토론을 한 뒤 리스트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개혁안을 검토한 EU 집행위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로그룹 각국 의회의 승인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재무장관들이 합의한 만큼 무리없이 통과돼 추가 자금지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트로이카로부터 개혁안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4월 말 72억유로의 분할 지원금을 받게 된다.
'공약 후퇴' 국내에선 반발 조짐
그리스는 2010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트로이카로부터 2400억유로(약 302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채무 탕감과 긴축 중단을 내세워온 시리자는 당초 구제금융 연장을 포기하더라도 트로이카가 강요하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거부할 것이라고 했으나 집권 뒤 유연하게 태도를 바꿔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개혁 리스트가 시리자에게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채권단의 ‘시험’에는 일단 통과한 셈이지만, 국내에서는 반발에 부딪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일부 복지계획을 채권단으로부터 인정받기는 했지만 공공부문 ‘정리’와 서민 옥죄기 정책을 중단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개혁 리스트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앞서 구제금융 연장에 합의했을 때 ‘승리’라고 자평했으나 당장 시리자 내부에서부터 총선 때의 공약인 빚 탕감 대신 채무연장을 택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전했다. 구제금융 연장은 시한폭탄의 폭발 시점을 4개월 늦춘 것일 뿐, 구조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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