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102

이스라엘의 또다른 전쟁, ‘유대인 정착촌’

팔레스타인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전쟁. 이스라엘이 초토화시킨 가자지구가 아니라, 이번엔 요르단강 서안지구다. 7월 5일, 데이르 암마르 마을의 검문소에서 이스라엘군이 생후 넉 달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던 부모를 막았다.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차에서 내린 부모가 걸어서 아기를 데려가다 구급차에 태웠으나 검문소들을 피해 40km를 둘러가야 했다. 아기는 병원에 도착했으나 결국 숨졌다. 유엔 팔레스타인 구호기구(UNRWA)가 7월 10일 내놓은 ‘인도주의 상황 보고서’ 내용이다. 1만2000명이 사는 베이틸루, 데이르 암마르, 잠말라 등지의 접근로를 이스라엘군이 막아버렸다. 남은 길은 비포장도로 하나뿐. 이런 봉쇄가 넉달 째 이어졌다. 직장에도, 학교에도, 시장에도, 병원에도 가기 힘들어졌다..

[라운드업] 미-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협상'

2026 미, 이스라엘이 전쟁 시작. 6개월 돼간다. 최근 한 달 전쟁 상황 1) 미국의 대규모 공습7월 13일~25일, 미군이 13일 연속 이란 공습.16~20일 타격 범위 이란 북부까지 확대. 산업시설 등 표적.21~25일: B-1 장거리 폭격기 재투입(23일). 7월 28~29일 이란의 요르단 미군기지 및 선박 공격→ 미국의 대규모 이란 공격7월 29일 이후 미국의 이란 본토 공격 중단. 그리고 오만 중재로 협상 중. 2) 호르무즈 해협 해상전 이란 혁명수비대는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지속적으로 나포·저지·기뢰 공격. 7월 13일 에미리트 유조선 2척 피격, 인도인 승무원 1명 사망.미 해군은 이란행 선박을 저지·발포하고, 무적재 유조선을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력화하는 등 해상봉쇄 재개 3) 역..

말라붙은 다뉴브, 유럽 에너지와 경제를 흔든다

10cm. 현지언론 기사를 읽으면서 눈을 의심했다. 강의 깊이가 10cm라니?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지나는 다뉴브 강의 수위가 이달 들어 최저점에 이르렀을 때의 기록이다. 혹시나 싶어 몇 번을 읽었지만, 올해 이전의 최저기록이 33cm였다고 하니 10cm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겠구나 싶다. 해마다 지구 평균 기온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지만 올 여름 더위는 진짜 기록적이다. 유럽이 절절 끓으면서 산불이 휩쓸었다. 아시아로 폭염이 넘어왔다 싶었는데 유럽이 또 한 차례 폭염과 함께 가뭄에 직면했다. 2018년 33cm였던 다뉴브강 역대 최저 수위 기록은 7월 말 23cm로 바뀌더니 이달 4일 10cm를 찍었다. AP 등에 따르면 수위가 최저를 찍은 부다페스트 마르기트 다리의 여울목 모래톱은 기후변화의 현장을 ..

인공지능 장관?

영국 총리가 또 바뀌었다. 7월 20일, 앤디 버넘 총리 취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0년 새 영국의 일곱 번째 총리. 너무 자주 바뀐데다, 이번엔 총선 없이 집권 노동당이 당의 지도자를 바꾸면서 총리가 교체된 것이라 세계의 관심은 제한적이었음.버넘은 취임 첫 발언에서 정치가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주요 각료 인선에서 전 국방장관 존 힐리를 넘버2인 재무장관에 앉히고 에너지장관이었던 에드 밀리밴드는 외무장관으로 옮김. 하지만 대부분 각료는 유임. 눈길 끄는 것은 인공지능(AI) 장관을 만든 것. 과학혁신기술부를 없애고 기업혁신과학통상부로 확대개편하면서, 부처 장관과 별도로 인공지능 담당자를 내각회의에 참석하는 각료급으로 격상시킴.영국 최초..

[2026 타지키스탄] 파미르 고원에 다녀왔다

판지(Panj) 강. 중앙아시아를 흐르는 아무다리야 강의 지류다. 900킬로미터가 넘는 판지 강은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나누는 경계선이다. 판지강 계곡을 따라 협곡과 바위산이 이어지는 파미르 고원은 멀리 히말라야에서부터 힌두쿠슈, 카라코람, 중국의 톈산과 쿤룬 등 험준한 산맥들이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 19세기부터 영국 탐험가들은 파미르를 ‘세계의 지붕’이라 불렀다. 7월임에도 해발고도 4000미터를 넘어서면 하루에 사계절을 다 만날 수 있는 곳.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를 출발해 파미르로 가는 길은 거칠었다. ‘황량’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곳을 묘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었다. 계곡을 따라가는 내내 오른편에는 아프간의 메마르고 척박한 풍광이 함께 했다. 저런 곳에서 전쟁을 치르려 한 미..

찻주전자와 전기차, 국제유가의 ‘쿠션’이 된 중국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는 하루 약 4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중국 민영 정유회사 중 최대 규모라는 헝리석화(恒力石化)의 정유시설이 있다. 모기업인 헝리그룹은 1994년 장쑤성 쑤저우에서 여성 기업가 판훙웨이(范紅衛)가 창립했다. 석유화학 전반에서 사업을 확장했고 2018년 다롄 앞바다 창싱 섬 경제기술개발구역에 정유플랜트를 지었다. 2023년부터 이란산 원유를 대량 수입, 정제해 내다 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산둥성 일대에는 이런 민영 정유시설이 몰려 있다. 국영 기업들에 비하면 소규모이지만 중국 전체 정유 능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런 회사들을 찻주전자 정유공장(茶壺煉廠)이라고 부른다. 이란이나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국제 제재를 받는 나라들로부터 원유를 헐값에 사서 정제하는 찻주전자들..

[구정은의 ‘현실지구’] 유럽의 ‘기술독립’, ASML이 딴 목소리 낸 이유는

6월 초 유럽 최대 첨단기술 기업 ASML 최고경영자 크리스토퍼 푸케가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 글을 올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유럽 기술 주권’을 강화한다며 내놓은 제안들을 환영한다면서도, 유럽연합의 ‘전략 프로젝트’들은 “산업계의 필요에 맞춰야”하며 기업이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적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6월 3일 반도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유럽 기술 주권 패키지’를 발표했다. 유럽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며 첨단기술 산업을 키울 계획인데 그 프로젝트들에 유럽을 대표하는 첨단기술 기업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미국은 첨단기술을, 중국은 공급망을 틀어쥐고 세계를 무대로 경쟁을 벌인다. 유럽은 안보에선 미국, 경제..

[구정은의 ‘수상한 GPS’] ‘호르무즈 통행료’ 국제법과 역사적 사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은 막바지로 가고 있으나 호르무즈는 여전히 시끄럽다. 좁은 바닷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이란과 오만이 협상을 시작했다. 오만 측은 ‘통행료는 안 받겠다’는 이란의 확답을 받았다 했고 미국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선을 딱 그었다. 하지만 지금 논의 중인 ‘호르무즈 항행 메커니즘’에 통행료 아닌 다른 명목으로 돈을 걷는 조항이 들어갈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들이스트아이는 이란이 미국과의 60일 휴전 합의가 끝나는 대로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게서 ‘보험료’를 걷고 싶어한다고 19일 보도했다. 휴전 기간에는 배들에 요금을 매기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했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모종의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해협 관리 ‘서비스 요금’, 보험료 등 여러 얘기가 오간다. 이란..

카보베르데, 월드컵과 제국주의

스페인이 소국 카보베르데와 월드컵에서 만나 빵대빵 무승부. 충격. 카보베르데는 난리가 났다. 월드컵 첫 출전에 강호를 만나서 선전했으니. 주민들은 창문, 발코니, 옥상에 국기 내걸고, 차들은 경적 울리고… 안 봐도 상상이 된다 ^^특히 마흔 살 골키퍼 조시마르 디아스(보지냐)가 이번 월드컵 최대 화제 중 하나다. 경기 보면서 깜놀한 놀라운 수비. 현지 언론 ‘엑스프레소 다스일랴스’를 보니 “보지냐, 몇 시간 만에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기사가 떠 있다. 경기 뒤에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약 5만 명에서 수백만 명으로 급증했다고. 오늘 들어가보니 팔로워 1120만명 ㅎㅎㅎ. 카보베르데 전체 인구 50만명의 20배가 넘는다. 잼난 건, 브라질 팬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보지냐 홍보하..

알바니아의 '플라밍고 시위' 불러온 이방카와 쿠슈너

동유럽의 알바니아. 조용하던 이 나라에 정부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나 시끄럽다. 발단은 지중해에 면한 즈베르네츠, 나르타의 해안지대에서 추진되는 초호화 개발 프로젝트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플라밍고와 바다거북 서식지를 침범한다며 반발했다. 5월 30일 개발업체가 철조망을 둘러치고 통행을 막자 시위가 시작됐다. 개발업체 사설 경비원들이 복면을 쓰고 환경운동가들과 충돌했는데 경찰은 보고도 방관해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시위는 수도 티라나로 번졌다. 플라밍고 모양의 피켓을 든 시위대가 연일 거리에 나와서 개발 중단과 외국인 투자 폐지, 에디 라마 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알바니아는 판매용이 아니다.” 시위대의 슬로건이다. 출발점은 환경 문제였지만 그 뒤에는 정부가 외국 자본과 결탁해 땅 장사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