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53

[구정은의 ‘수상한 GPS‘] 우크라이나에 매인 발트해, 갈수록 불안해진다

발트해가 요즘 뜨겁다. 러시아 MiG-31 요격기 3대가 9월 19일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 12분간 머물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 최고사령부(SHAPE)는 에스토니아에 주둔 중인 이탈리아 F-35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고, 스웨덴과 핀란드도 각자 신속 대응 항공기를 띄웠다. 올들어 러시아 군용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에 들어간 게 네 번이다. 특히 19일에는 전투기 3대가 들어왔다는 점에서 에스토니아는 격앙됐다. 21일에는 독일과 스웨덴 전투기가 발트해 상공에 떴다. 중립지역 영공에 진입한 러시아 정찰기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한 것이다.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 2대와 독일 유로파이터 전투기 2대가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IL-20 정찰기를 감시하고 촬영했다. 25일에는 헝가리가 그리펜 전투기를 띄워서..

[라운드업] 투쟁과 좌절과 희망, 쿠르드의 역사

쿠르드는 누구인가 - 인구, 국가별 거주 현황 쿠르드는 중동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란계 민족집단이다. 주로 튀르키예 남동부, 이란 북서부, 이라크 북부, 시리아 북동부에 걸쳐 거주하고 있으며 쿠르드 인구가 많은 이들 지역을 통틀어 ‘쿠르디스탄(Kurdistan)’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 워싱턴쿠르드연구소는 전체 쿠르드 인구를 4,000만~4,5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쿠르드 인구는 대부분 쿠르디스탄에 집중돼 있지만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에도 상당한 규모의 쿠르드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존재한다.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이 붕괴된 후 오스만 영토는 유럽 열강들과 현대 튀르키예 공화국, 이라크와 시리아 등 역내 신생 국가들, 그리고 이란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로 나뉘었다. 그 결과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창비주간논평] 나치가 되어가는 이스라엘,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할까

시리아 내전이 한창일 때, 지금은 쫓겨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한 지역을 봉쇄했다. 전쟁 중에 정부군이 구호차량 드나드는 것조차 막으니, 고립된 마을에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아직 돌도 안 지난 것으로 보이는 아기의 사진이 용케 외신을 타고 전송됐다. 바짝 말라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소말리아나 수단, 사하라 사막지대 중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영양실조나 식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리아 상황은 극단적이었다. 지구상에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먹을 것을 내주려는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력을 내세운 집단이 막고 있어서 굶는 사람들. 21세기의 굶주림은 대체로 그런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2021년 유엔이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기근’이라 했던 마..

[구정은의 ‘수상한 GPS‘] 공습 받은 카타르, 중동의 기류는?

2025년 9월 9~10일 밤 사이,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했다. 최소 6명이 숨졌으며 사망자 중에는 카타르 장교도 있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표적 타격, 즉 암살 공격이었다. 카타르는 “주권 침해·공격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항의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직접 지목해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의 범죄적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아랍, 이슬람, 그리고 국제 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 무하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은 카타르로 날아가 타밈 국왕을 포옹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사우디, UAE와 카타르는 사이가 나빠 단교까지 했는데 이제는 날..

[구정은의 ‘현실지구‘] 카스피해가 점점 줄어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 카스피해. 면적이 37만㎢가 넘는다. 유라시아 복판에 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5개 나라가 접하고 있다. 카스피라는 이름은 고대에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이름에서 왔다고 한다. 카스피해는 ‘바다와 호수의 중간’이라고들 한다. 염도가 낮은 곳도 있고, 높은 곳도 있다. 주된 담수 유입원은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인 러시아의 볼가 강이다. 카스피해로 흘러들어가는 담수 80% 이상이 볼가 강에서 온다. 그래서 볼가 강 하류와 가까운 곳은 염도가 낮다. 평균 염도는 약 1.2%로 바닷물 평균 염도의 약 3분의 1이다. 그래서 주변에 짠물 생태계, 민물 생태계가 다 있다. 카스피해의 물의 양은 세계 전체 호수에 들어 있는 물의 40-44%를 차지한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 세계 정치 흔드는 인플루언서들

그는 스스로를 ‘탐사 전문 기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고문’이라고 부른다. 지난달 15일 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다친 아이들이 미국에 입국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이 아이들이 비자를 받은 방법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호단체 도움을 받아 샌프란시스코와 휴스턴에 도착한 아이들은 곧바로 치료를 받으러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입국할 수 있었던 과정이 이상하다”며 아이들을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튿날 미 국무부는 “검토를 진행하는 동안 가자지구 출신들에 대한 방문비자 발급을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이들이 받은 비자는 정착 비자도 아니고 치료만 받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의료-..

[구정은의 ‘수상한 GPS‘] 인도네시아 시위와 쁘라보워 정권의 위험한 행보

인도네시아 시위, 현재 상황: 8월부터 전국에서 시위 격화. 수년 내 최악의 사회 불안 사태로 평가되고 있다. 자카르타, 반둥, 수라바야, 족자카르타 등 자바 섬 대도시뿐 아니라 칼리만탄, 수마트라, 파푸아까지 시위가 번졌다. 9월 들어오면서 조금 진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인권단체와 현지 언론이 집계한 사망자는 최소 6명에서 많게는 10명. 부상자 약 1000명, 20명 이상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단은 '의원 특혜' 인도네시아 의회는 상원(DPD, 152석)과 하원 DPR(Dewan Perwakilan Rakyat)의 양원제.문제가 된 것은 하원. 580석, 여권 블록 348명, 야권 블록 232명. 8월 25일, 의원들이 월 5000만 루피아(약 420만원)씩 주거 수당을 지급받는 사실이 알려짐. 인..

[구정은의 '수상한 GPS'] 스캠센터(사기센터)가 된 골든트라이앵글

지난해 두바이에 살던 코비(Kobi)는 온라인을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월 1200달러 주는 일자리가 있으니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항공료와 이주 비용도 회사에서 낸다고 했다. 그런데 라오스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기고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일해야 했다. 코비가 간 곳은 미얀마, 중국과 가까운 라오스의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GTSEZ)였다. 코비처럼 속아서 온 사람들이 하루 최대 17시간 동안 갇혀서 온라인 사기 행위를 강요받았다. 조조라는 우간다 여성은 “아시아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갔는데, 마찬가지로 사기조직에 감금돼 온라인 사기에 동원됐다. 알자지라방송이 5월 30일 보도한 사연이다.코비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곳에서 데이터 입력 업무를 할 거라 믿었지만, 도착 후 수많은 아..

[구정은의 '수상한 GPS'] 브라질판 내란 음모 사건과 트럼프

브라질 연방최고법원 판사 알렉산드레 지 모라에스는 전직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쿠데타 음모 재판을 맡은 사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을 착실히 이어받아 말라리아 약을 방역에 동원하고 아마존 밀림을 파괴해 세계의 공분을 산 인물, ‘트로피칼(열대지역)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보우소나루. 지 모라에스 판사는 그에게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시켰는데 보우소나루가 위반한 정황이 나타났다. 그러자 보우소나루에게 가택연금 명령을 내렸다. “피고가 법원을 조롱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지 모라에스가 지난 4일 결정문에 적은 구절이다. 보우소나루는 노동자당(PT)의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자 승복하지 않고 지지자들에게 난동을 부추겼고, 쿠데타를 시도하려다 ..

[현실지구] 수단의 콜롬비아 용병, 그 뒤엔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의 봉쇄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는데 여기에 또 하나의 기근이 더해졌다. 수단에서 내전 때문에 기아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수단 북부 다르푸르의 중심도시 알파시르. 과거엔 카라반 교역상들의 길목, 곡물과 과일이 사고팔리는 장터였다. 인구 25만 명의 이 도시는 내전 이후 2년 만에 아수라장이 됐다. 수단에서는 2023년 봄부터 수도 하르툼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의 ‘수단군’과 군벌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가 이끄는 신속지원군(RSF) 사이에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무력 충돌이 시작된 뒤 하르툼에서 도망친 난민들도 많지만, 피해가 유독 집중된 곳은 과거부터 인종청소에 가까운 학살과 분쟁이 이어졌던 다르푸르다. 다갈로 세력의 근거지가 그 지역이기 때문이다. 신속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