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106

폴란드, 캐나다, 튀르키예와 이스라엘… 떠오르는 방산 국가들과 안보 딜레마

“우리는 유럽 최대의 육군을 만들고 있다. 우리 군이 쓰는 장비를 폴란드에서 만드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폴란드 관리가 1일 로이터통신에 한 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을 새로운 군비경쟁의 시대로 몰아갔고, ‘안보는 스스로 지키라’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메시지가 덧붙여지면서 세계가 무기를 더 만들고 더 팔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격전지였고 늘 러시아의 위협을 걱정해온 폴란드도 그 중 하나다. 폴란드군은 올해 병력 22만 명을 넘어섰다. 프랑스(20만명), 독일(18만명)보다도 많아 유럽 최대다. 폴란드 언론들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세계 20위 경제권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국방예산도 덩달아 최대로 ..

[리영희재단 뉴스레터] 재난은 불평등하다: 지정학의 세계가 지워버린 사람들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쪽 희망봉은 역사적인 항로로도 기억되지만,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희망봉에 서면 두 대양의 색깔이 붓으로 그은 듯 서로 다른 것을 볼 수 있죠. 지형은 다르지만, 콜롬비아 북서쪽의 초코(Chocó) 주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함께 품은 지역입니다. 파나마 지협 바로 남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서쪽 해안은 태평양, 동쪽 해안은 대서양과 만납니다.험준한 산지와 열대우림에 덮여 있어, 지구상 가장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지닌 지역 중 하나입니다. 금과 백금을 캐내는 땅이기도 합니다. 19세기 후반에는 금을 찾아 곳곳에서 광부들이 몰려들었습니다. 1510년 세워진 ‘산타마리아 라 안티과 델 다리엔’은 몇 년 못 가 사라지긴 했지만 스페인 점령 뒤 아메리카 대륙 본토에 세워진 최초..

러시아의 수상한 경고, 남극에선 무슨 일이?

남극은 이제부터 봄이다. 북반구의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남극행 항로에는 비행기가 뜨기 시작한다. 남극 연구기지를 둔 나라들이 인력과 장비와 물자를 수송하는 때인 것이다. 미국도 19일 C17 수송헬기를 띄웠다. 그런데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를 떠난 지 2시간 반 만에 회항했다. 뉴질랜드 항공당국이 항공고시보(NOTAM)를 띄워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헤럴드 등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가 “예정된 미사일 발사계획”과 함께, 뉴질랜드의 비행정보구역(FIR)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한다. 비행정보구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지정한 영공 관할구역을 말한다. 관할 국가가 기상정보, 항공고시보, 항공교통관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을 진다. 주권이 미치는 ‘영..

[구정은의 수상한 'GPS'] 동맹 맺은 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메카 협정'의 세 나라

“세 국가 중 어느 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은 세 국가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이슬람력 1448년 사파르월 24일.” 8월 7일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공동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사우디에 세 나라 지도자들이 모여 발표했는데 장소는 수도 리야드가 아닌 메카였고 보도자료에는 날짜를 이슬람력으로 적었다. 안보 동맹을 ‘이슬람 연대’라는 상징성으로 감싼 것이다. 이날 메카의 알사파 궁전에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파키스탄의 무함마드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만나 협정에 서명을 하고 공동 발표를 했다. 맨 앞에 인용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식 집단방위 조항이 핵심이다. 조약 전문이 아닌 요약문만 공동성명 형태로 발표했기..

이스라엘의 또다른 전쟁, ‘유대인 정착촌’

팔레스타인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전쟁. 이스라엘이 초토화시킨 가자지구가 아니라, 이번엔 요르단강 서안지구다. 7월 5일, 데이르 암마르 마을의 검문소에서 이스라엘군이 생후 넉 달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던 부모를 막았다.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차에서 내린 부모가 걸어서 아기를 데려가다 구급차에 태웠으나 검문소들을 피해 40km를 둘러가야 했다. 아기는 병원에 도착했으나 결국 숨졌다. 유엔 팔레스타인 구호기구(UNRWA)가 7월 10일 내놓은 ‘인도주의 상황 보고서’ 내용이다. 1만2000명이 사는 베이틸루, 데이르 암마르, 잠말라 등지의 접근로를 이스라엘군이 막아버렸다. 남은 길은 비포장도로 하나뿐. 이런 봉쇄가 넉달 째 이어졌다. 직장에도, 학교에도, 시장에도, 병원에도 가기 힘들어졌다..

[라운드업] 미-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협상'

2026 미, 이스라엘이 전쟁 시작. 6개월 돼간다. 최근 한 달 전쟁 상황 1) 미국의 대규모 공습7월 13일~25일, 미군이 13일 연속 이란 공습.16~20일 타격 범위 이란 북부까지 확대. 산업시설 등 표적.21~25일: B-1 장거리 폭격기 재투입(23일). 7월 28~29일 이란의 요르단 미군기지 및 선박 공격→ 미국의 대규모 이란 공격7월 29일 이후 미국의 이란 본토 공격 중단. 그리고 오만 중재로 협상 중. 2) 호르무즈 해협 해상전 이란 혁명수비대는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지속적으로 나포·저지·기뢰 공격. 7월 13일 에미리트 유조선 2척 피격, 인도인 승무원 1명 사망.미 해군은 이란행 선박을 저지·발포하고, 무적재 유조선을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력화하는 등 해상봉쇄 재개 3) 역..

말라붙은 다뉴브, 유럽 에너지와 경제를 흔든다

10cm. 현지언론 기사를 읽으면서 눈을 의심했다. 강의 깊이가 10cm라니?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지나는 다뉴브 강의 수위가 이달 들어 최저점에 이르렀을 때의 기록이다. 혹시나 싶어 몇 번을 읽었지만, 올해 이전의 최저기록이 33cm였다고 하니 10cm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겠구나 싶다. 해마다 지구 평균 기온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지만 올 여름 더위는 진짜 기록적이다. 유럽이 절절 끓으면서 산불이 휩쓸었다. 아시아로 폭염이 넘어왔다 싶었는데 유럽이 또 한 차례 폭염과 함께 가뭄에 직면했다. 2018년 33cm였던 다뉴브강 역대 최저 수위 기록은 7월 말 23cm로 바뀌더니 이달 4일 10cm를 찍었다. AP 등에 따르면 수위가 최저를 찍은 부다페스트 마르기트 다리의 여울목 모래톱은 기후변화의 현장을 ..

인공지능 장관?

영국 총리가 또 바뀌었다. 7월 20일, 앤디 버넘 총리 취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0년 새 영국의 일곱 번째 총리. 너무 자주 바뀐데다, 이번엔 총선 없이 집권 노동당이 당의 지도자를 바꾸면서 총리가 교체된 것이라 세계의 관심은 제한적이었음.버넘은 취임 첫 발언에서 정치가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주요 각료 인선에서 전 국방장관 존 힐리를 넘버2인 재무장관에 앉히고 에너지장관이었던 에드 밀리밴드는 외무장관으로 옮김. 하지만 대부분 각료는 유임. 눈길 끄는 것은 인공지능(AI) 장관을 만든 것. 과학혁신기술부를 없애고 기업혁신과학통상부로 확대개편하면서, 부처 장관과 별도로 인공지능 담당자를 내각회의에 참석하는 각료급으로 격상시킴.영국 최초..

[2026 타지키스탄] 파미르 고원에 다녀왔다

판지(Panj) 강. 중앙아시아를 흐르는 아무다리야 강의 지류다. 900킬로미터가 넘는 판지 강은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나누는 경계선이다. 판지강 계곡을 따라 협곡과 바위산이 이어지는 파미르 고원은 멀리 히말라야에서부터 힌두쿠슈, 카라코람, 중국의 톈산과 쿤룬 등 험준한 산맥들이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 19세기부터 영국 탐험가들은 파미르를 ‘세계의 지붕’이라 불렀다. 7월임에도 해발고도 4000미터를 넘어서면 하루에 사계절을 다 만날 수 있는 곳.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를 출발해 파미르로 가는 길은 거칠었다. ‘황량’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곳을 묘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었다. 계곡을 따라가는 내내 오른편에는 아프간의 메마르고 척박한 풍광이 함께 했다. 저런 곳에서 전쟁을 치르려 한 미..

찻주전자와 전기차, 국제유가의 ‘쿠션’이 된 중국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는 하루 약 4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중국 민영 정유회사 중 최대 규모라는 헝리석화(恒力石化)의 정유시설이 있다. 모기업인 헝리그룹은 1994년 장쑤성 쑤저우에서 여성 기업가 판훙웨이(范紅衛)가 창립했다. 석유화학 전반에서 사업을 확장했고 2018년 다롄 앞바다 창싱 섬 경제기술개발구역에 정유플랜트를 지었다. 2023년부터 이란산 원유를 대량 수입, 정제해 내다 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산둥성 일대에는 이런 민영 정유시설이 몰려 있다. 국영 기업들에 비하면 소규모이지만 중국 전체 정유 능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런 회사들을 찻주전자 정유공장(茶壺煉廠)이라고 부른다. 이란이나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국제 제재를 받는 나라들로부터 원유를 헐값에 사서 정제하는 찻주전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