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993

[구정은의 '현실지구'] 사나운 하마에겐 사정이 있다

이달 중순 아프리카의 말라위에서 하마가 배를 뒤집어 강을 건너던 사람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난 곳은 말라위 호수에서 발원해 동남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하천인 잠베지강으로 합류하는 슈레이 강. 사방이 땅으로 에워싸인 내륙국가 말라위에서는 가장 큰 물길이지만 수상교통 인프라는 형편없다고 한다. 말라위 남쪽 하천도시 은산예 부근에서 배가 전복됐고 14명은 어찌어찌 헤엄쳐 목숨을 구했지만 나머지는 숨졌다. 한국보다 약간 큰 면적(12만㎢)에 인구는 2000만명 남짓인 말라위는 ‘니아살랜드’라는 이름의 왕국이었는데 영국의 ‘보호령’으로 사실상 지배를 받았다. 오늘날 짐바브웨가 된 지역과 합쳐져 잠시 독립도 아니고 점령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있다가 1964년 말라위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1970..

수단 사태, 어떻게 진행돼 왔나

수단 개황 면적 186만㎢, 인구 4920만 명 (아랍계 70%, 푸르, 베자, 누바, 잉게사나 등등 500여개 부족) 아랍어와 영어(공식 언어), 누비아어, 타 베다위, 푸르어 등. / 수니 무슬림과 소수 기독교도 경제상황: 2021년 1인당 실질 GDP 3700달러, 실업률 약 20%(청년실업률 35.6%) 자원: 원유 매장량 50억 배럴, 천연가스 매장량 850억㎥ 주요 수출 파트너: UAE(31%), 중국(19%), 사우디아라비아(14%), 인도(12%), 이집트(5%) 등 (2019) 주요 수입 파트너: 중국(31%), 인도(14%), UAE(11%), 이집트(6%) 등 (2019) 현대 수단의 역사 1956 독립 1958 이브라힘 아부드 군사 쿠데타 1962 남부 내전 시작(Anya Nya m..

[기자협회보] '기후동맹' 요구하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 15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 참가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브라질의 아마존 숲이 더 베어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5년간 5억 달러 기금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에 1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존 기금에 미국이 돈을 붓겠다고 하니 브라질은 당연히 환영했죠. 브라질의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여 미국이 격앙됐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아마존 문제에선 바이든 정부와 룰라 정부..

[구정은의 '현실지구'] 독재와 학살, 수단 충돌과 다르푸르의 그림자

아프리카 북동부 드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수단에 다르푸르라는 지역이 있다. 사하라 사막이 커지고 목초지가 줄어들자 아랍계 무슬림 유목민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아프리카계 농경민들과 충돌했고, 중앙정부의 묵인과 방조 혹은 지원 속에 무장집단을 만들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쫓아냈다. 2003년부터 10년 넘게 세계의 ‘인도적 재앙’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분쟁이었던 ‘다르푸르 사태’다. 수단은 면적이 190만km2에 이르는 큰 나라다. 다르푸르만 해도 면적이 50만km2, 한국의 5배다. 그런데 수도 하르툼의 중앙정부는 다르푸르를 늘 무시하고 소외시켜왔다. 그러던 터에 사하라 주변 건조지대인 사헬의 가뭄이 심해졌고 기근이 일어났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다르푸르 서부 아랍계 주민들은 1980년대부터 잔자위드라는 ..

시위에서 내전 양상으로, 미얀마 상황

2021년 미얀마 쿠데타 2021년 2월 1일 군부(땃마도)가 쿠데타, 민주선거로 집권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원들을 축출. 민 세인 대통령 대행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선언. 그 전 해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NLD 승리. 그 결과 뒤집기 위해, 의원 선서 전날에 쿠데타. 수지 국가고문은 구금, 국가재난법 위반, 통신법 위반, 불안 선동 등으로 기소. 지난해 12월 징역 33년형 선고. 올해 77세, 정치활동 아예 못하게 하려는 것. [CFR] Myanmar’s Troubled History: Coups, Military Rule, and Ethnic Conflict 군사정권 기구 국가행정위원회(SAC)는 1월 31일 비상사태를 연장...

[구정은의 '세계, 이곳'] 중국-인도-미국 삼각관계와 히말라야 전쟁 게임

“국무원의 지명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외교부는 티베트 지역의 일부 지명을 표준화했다.” 지난 2일 ‘티베트 남부 지역의 공공 사용을 위한 지명 추가에 관한 민정부 발표’라는 중국 정부 공지문이 떴다. ‘민정부 공고 제548호’라는 번호가 붙은 공지문은 딱 한 줄, 그리고 11개 지명을 담은 표가 첨부돼 있다. 방친, 장커쭝, 거둬허 등등 중국식 한자 지명과 티베트식 이름, 중국식 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한 ‘병음’과 위도·경도가 적혀 있는데 2곳은 주거지이고 나머지는 산과 강 등이다. 그 아래 빨간 글자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쓰여 있는 티베트 지도에, QR코드까지 붙여놨다. 얼핏 보면 중국이 소수민족 지역에 중국식 이름을 붙이고 주민들에게 알리는 평범한 안내문 같지만 상황은 더 복잡하다. 인도가 자기네 ..

게을러서 그런다고?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시위 거센 이유

프랑스의 연금 개혁 반대 시위와 파업 올들어 계속 대규모 시위, 100만~120만명씩 거리로. 철도 공항 학교 등 파업. 르몽드 보도, 25일에도 상수원인 두세브르 물 저장소에 모여 시위, 경찰과 충돌. 23일 시위, 2019 노란조끼 시위 이래 최대 규모. 정부 추산 전국 100만명, 시위 주도한 노조 단체는 350만명이 나왔다고 주장. 파리 도심 불타고 보르도에선 시청에 화재. 일부 시위대는 복면을 쓰고 상점 부수고 거리 설치물들 들어내고, 맥도날드를 공격해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경찰이 최루탄 쏘며 해산시키고 전국에서 수백 명 체포. 프랑스의 연금체계 일종의 공동 보험, 한국과 비슷.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가 소득에서 일정 사회보장세를 의무적으로 분담, 연금 재원을 충당. 경제활동 중인 인구가 퇴직자들..

사법 쿠데타, 정착촌 확대... 막가는 네타냐후 극우정권에 시끄러운 이스라엘

이스라엘 정치의 '고인물', 베냐민 네타냐후. 1949년생. 약칭 Bibi. 1996년 총리(~1999).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다시 총리. 2022년 12월 또 총리. 15년 이상 총리 재임,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 집권 기록. 집권 리쿠드 당 대표. 지겹고 지겨운 네타냐후 텔아비브 태생. 예루살렘에서 자람.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지내다가 1967년 귀국해 군 입대. 다시 유학 가서 MIT 졸업, 보스턴 컨설팅그룹에서 근무.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이스라엘 항공기 피랍(엔테베 사건). 인질 106명 구출 작전에 참여했던 이스라엘군 1명 사망, 그게 네타냐후의 형. 네타냐후는 2년 뒤인 1978년 귀국한 뒤 형의 이름을 딴 ‘요나탄 네타냐후 대테러연구소’ 설립. 1984~88년 유엔 주재..

[구정은의 '현실지구'] 마약, 납치, 성폭행…아이티의 그 많은 총은 어디서 왔을까

재난이 ‘만성화’되고 나면 세상 사람들의 관심은 그곳을 떠난다. 특히나 200개 가까운 나라 가운데 국제 무대에서 발언권도 적고 가난한데다 이렇다할 자원조차 없으면 더욱 그렇다. 중미 카리브해의 히스파니올라 섬 반쪽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티. 전쟁통도 아닌데 폭력 때문에 피란민이 생기고 농부들이 밭을 버릴 지경이 된 아이티의 사정이 딱하다며 유엔이 연일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큰발톱단(Baz Gran Grif)’ 등등의 갱조직이 설쳐대면서 올들어 석달여 동안 530명 넘는 이들이 숨졌다. 갱 조직들이 총을 쏘아대는 바람에 유탄을 맞고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았다.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뒤 아이티의 행정기능은 마비됐다. 이달 초 유엔마약범..

바이든 숄츠 만나고 이번엔 시진핑...'중남미 맏형' 룰라 숨가쁜 외교

미국 가서 바이든 만나고, 독일 총리 손님 맞고, 베이징 가서 시진핑 만나는 룰라. 중남미 규합하고, 지역기구들 재건 선언에 중재외교. 2000년대 남미 좌파 바람, 2010년대 우파의 반격, 최근 몇년 새 다시 중도/좌파 쪽으로 남미 정치지형이 돌아서고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세는 좌우로 설명하기 힘들다. 각국 사정에 따라 제각각, 좌우의 의미조차 불분명.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룰라의 브라질이 목소리를 많이 낼 것이라는 점. 브라질은 남미의 맹주, 한 나라가 아닌 하나의 대륙의 정치적 위상을 가짐. 마침 비슷한 성향의 정권들이 주요국에 포진한 상황에 남미를 규합할 룰라가 재등장한 것. [구정은의 '수상한 GPS'] 돌아온 룰라, 그때와 지금의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