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56

[구정은의 ‘수상한 GPS‘] 좌파 정치의 몰락, 볼리비아의 새 길은

8일 볼리비아에 새 정부가 들어선다. 10월 19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중도 성향 상원의원 로드리고 파스가 대통령이 된다. 20년 가까이 에보 모랄레스의 사회주의운동당(MAS)이 지배하던 정국이 막을 내린다.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데, 정치적 변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남미 정치 지형에는 어떤 변화를 부를지 모든 게 안갯속이다.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중도파인 기독민주당(PDC) 후보 파스가 55%의 표를 얻어 우파 호르헤 투토 키로가 전 대통령을 10%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이겼다. 모랄레스 측 후보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단 3%에 그쳤다. 8월 대선 1차 투표 때 총선도 함께 치러졌는데 내분과 경제난으로 흔들린 MAS는 ‘역사적인 참패’를 했다. 볼리비아 의회는 하원 13..

[구정은의 '수상한 GPS'] 'AI 기술 독립' 꿈꾸는 유럽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기술 독립을 꿈꾸고 있다.” 10월 14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미국과 중국에 기술적으로 종속되는 걸 걱정해서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얘기들이 유럽 언론에도 줄을 이었다. 그 핵심 무대로 첫손 꼽힌 곳은 네덜란드다. 유럽연합(EU)이 거액을 지원, 네덜란드 북동부 흐로닝언에 AI 연구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총 2억 유로가 투자되는데 네덜란드 정부와 EU가 각각 7000만 유로씩 내고 흐로닝언 시 등이 나머지 6000만 유로를 채운다. 내년에 전문지식센터를 만들고 2027년부터 슈퍼컴퓨터를 가동할 계획인데 앞으로 유럽 전역에 걸쳐 만들어질 비슷한 시설들과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 유럽 스타트업들이 접근할 수 있는 대..

[구정은의 '현실지구'] 섬유산업 키우는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의 제조업 꿈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270km 떨어진 하와사.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로 불리는 동아프리카 대협곡, 아와사 호수 기슭에 자리잡은 인구 26만 명의 소도시다. 현지 토착민 시다마 부족 말로 ‘넓은 물’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주민들이 호수에서 물고기 잡으며 살아가는 작은 어촌이었는데,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이곳에 도시를 짓기로 결심했다. 1958년 호수를 따라 맨 먼저 황제의 별궁이 지어졌다. 당시 지방정부 지도자는 황제를 부추겨 ‘도시화’를 추진하면서 주민 3000명을 강제로 이주시켰다. 통보도 보상도 없이 집들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주민들을 쫓아냈다. 제국은 1974년 붕괴됐고, ‘데르그’라 불리는 좌파 군벌 독재가 뒤를 이었다. 반군의 저항이 계속됐고, 소련의 지..

[구정은의 ‘수상한 GPS‘] 우크라이나에 매인 발트해, 갈수록 불안해진다

발트해가 요즘 뜨겁다. 러시아 MiG-31 요격기 3대가 9월 19일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 12분간 머물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 최고사령부(SHAPE)는 에스토니아에 주둔 중인 이탈리아 F-35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고, 스웨덴과 핀란드도 각자 신속 대응 항공기를 띄웠다. 올들어 러시아 군용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에 들어간 게 네 번이다. 특히 19일에는 전투기 3대가 들어왔다는 점에서 에스토니아는 격앙됐다. 21일에는 독일과 스웨덴 전투기가 발트해 상공에 떴다. 중립지역 영공에 진입한 러시아 정찰기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한 것이다.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 2대와 독일 유로파이터 전투기 2대가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IL-20 정찰기를 감시하고 촬영했다. 25일에는 헝가리가 그리펜 전투기를 띄워서..

[라운드업] 투쟁과 좌절과 희망, 쿠르드의 역사

쿠르드는 누구인가 - 인구, 국가별 거주 현황 쿠르드는 중동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란계 민족집단이다. 주로 튀르키예 남동부, 이란 북서부, 이라크 북부, 시리아 북동부에 걸쳐 거주하고 있으며 쿠르드 인구가 많은 이들 지역을 통틀어 ‘쿠르디스탄(Kurdistan)’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 워싱턴쿠르드연구소는 전체 쿠르드 인구를 4,000만~4,5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쿠르드 인구는 대부분 쿠르디스탄에 집중돼 있지만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에도 상당한 규모의 쿠르드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존재한다.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이 붕괴된 후 오스만 영토는 유럽 열강들과 현대 튀르키예 공화국, 이라크와 시리아 등 역내 신생 국가들, 그리고 이란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로 나뉘었다. 그 결과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창비주간논평] 나치가 되어가는 이스라엘,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할까

시리아 내전이 한창일 때, 지금은 쫓겨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한 지역을 봉쇄했다. 전쟁 중에 정부군이 구호차량 드나드는 것조차 막으니, 고립된 마을에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아직 돌도 안 지난 것으로 보이는 아기의 사진이 용케 외신을 타고 전송됐다. 바짝 말라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소말리아나 수단, 사하라 사막지대 중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영양실조나 식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리아 상황은 극단적이었다. 지구상에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먹을 것을 내주려는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력을 내세운 집단이 막고 있어서 굶는 사람들. 21세기의 굶주림은 대체로 그런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2021년 유엔이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기근’이라 했던 마..

[구정은의 ‘수상한 GPS‘] 공습 받은 카타르, 중동의 기류는?

2025년 9월 9~10일 밤 사이,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했다. 최소 6명이 숨졌으며 사망자 중에는 카타르 장교도 있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표적 타격, 즉 암살 공격이었다. 카타르는 “주권 침해·공격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항의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직접 지목해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의 범죄적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아랍, 이슬람, 그리고 국제 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 무하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은 카타르로 날아가 타밈 국왕을 포옹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사우디, UAE와 카타르는 사이가 나빠 단교까지 했는데 이제는 날..

[구정은의 ‘현실지구‘] 카스피해가 점점 줄어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 카스피해. 면적이 37만㎢가 넘는다. 유라시아 복판에 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5개 나라가 접하고 있다. 카스피라는 이름은 고대에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이름에서 왔다고 한다. 카스피해는 ‘바다와 호수의 중간’이라고들 한다. 염도가 낮은 곳도 있고, 높은 곳도 있다. 주된 담수 유입원은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인 러시아의 볼가 강이다. 카스피해로 흘러들어가는 담수 80% 이상이 볼가 강에서 온다. 그래서 볼가 강 하류와 가까운 곳은 염도가 낮다. 평균 염도는 약 1.2%로 바닷물 평균 염도의 약 3분의 1이다. 그래서 주변에 짠물 생태계, 민물 생태계가 다 있다. 카스피해의 물의 양은 세계 전체 호수에 들어 있는 물의 40-44%를 차지한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 세계 정치 흔드는 인플루언서들

그는 스스로를 ‘탐사 전문 기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고문’이라고 부른다. 지난달 15일 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다친 아이들이 미국에 입국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이 아이들이 비자를 받은 방법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호단체 도움을 받아 샌프란시스코와 휴스턴에 도착한 아이들은 곧바로 치료를 받으러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입국할 수 있었던 과정이 이상하다”며 아이들을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튿날 미 국무부는 “검토를 진행하는 동안 가자지구 출신들에 대한 방문비자 발급을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이들이 받은 비자는 정착 비자도 아니고 치료만 받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의료-..

[구정은의 ‘수상한 GPS‘] 인도네시아 시위와 쁘라보워 정권의 위험한 행보

인도네시아 시위, 현재 상황: 8월부터 전국에서 시위 격화. 수년 내 최악의 사회 불안 사태로 평가되고 있다. 자카르타, 반둥, 수라바야, 족자카르타 등 자바 섬 대도시뿐 아니라 칼리만탄, 수마트라, 파푸아까지 시위가 번졌다. 9월 들어오면서 조금 진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인권단체와 현지 언론이 집계한 사망자는 최소 6명에서 많게는 10명. 부상자 약 1000명, 20명 이상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단은 '의원 특혜' 인도네시아 의회는 상원(DPD, 152석)과 하원 DPR(Dewan Perwakilan Rakyat)의 양원제.문제가 된 것은 하원. 580석, 여권 블록 348명, 야권 블록 232명. 8월 25일, 의원들이 월 5000만 루피아(약 420만원)씩 주거 수당을 지급받는 사실이 알려짐.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