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03

[세계일보] '성냥과 버섯구름' 글로벌 뉴스로 보는 세계사

2022-08-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발병 1년여만에 경쟁적으로 개발됐다. 전에 없는 빠른 임상과 허가를 거친 코로나19 백신은 순식간에 전세계에 배포됐다. 그러나 팬데믹 앞에 똘똘 뭉친 인류가 빚어낸 성과라고 하기엔 찝찝한 구석이 있다. 말라리아처럼 백년이 넘는 기간에 천천히 백신이 만들어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5만∼10만년 전부터 존재했고, 유럽의 과학자들이 말라리아 모기와 원충 연구로 노벨 생리학상을 받은 것이 120년 전인데, 말라리아 백신은 2021년에야 국제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았다. 짐작하듯이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다. ‘가난한 나라의 빈민의 질병’인 말라리아에 기술과 자본을 가진 부자 나라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역사는 으레 승..

[프레시안] 훔친 다이아몬드, 콩고인의 잘린 손목, 머스크의 우주여행, 그리고...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2.09.17. 12:07:06 지난 8일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타계를 계기로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던 여왕의 온화한 이미지 속에 가려진 과거 제국주의 역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영국 왕관에 박힌 105.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코이누르'는 과거 식민지인 인도에서 강탈한 것이라며 이제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해시태그(#KohinoorDiamona)와 함께 올라오고 있다. 또 1950년대 케나 학살 피해자 후손들도 여왕의 죽음을 애도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1952년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개월 뒤 있었던 케냐 마우마우족 독립운동으로 반란에 가담했다는 명목으로 수년에 걸쳐 42만 명이 학살당했다. 케냐 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

[서울신문] 성냥·배터리·못·샴푸… 작은 물건이 바꾼 역사

서울신문 2022-08-18 신문의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도통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울 때가 많다.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 태평양 건너의 홍수와 산불, 지구 반대편의 독재와 시위…. 물리적·심리적으로 모두 멀리 떨어진 국제 뉴스는 자주 ‘남의 일’로 여겨진다. 책 ‘성냥과 버섯구름’은 이런 남의 얘기 같은 글로벌 뉴스와 세계사의 맥락을 짚어 주는 해설서와 같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배터리, 못, 샴푸, 생리대, 바코드 등 물건들의 기원을 짚는가 하면 이 작은 물건들이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 돌아본다. 언론사 기자로 국제부·문화부 등에서 오래 일한 저자들이 취재력을 바탕으로 촘촘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구전동화 같기도, 백과사전 같기도 하다. 백인 남성 위주로 기록된 힘과 헤게모니의 세계사가 아..

블라디슬라프 주보크, <실패한 제국>

실패한 제국 - 냉전시대 소련의 역사 1, 2 A Failed Empire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김남섭 옮김. 아카넷 소련 사람이 쓴 소련 역사책. 아주 재미있었음. 소련 출신으로 영국 LSE 교수인 저자는 20세기 러시아사 전문가라고 하는데, '혁명'과 '제국'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소련을 분석한다. 혁명으로 세워진 거대한 제국. 혹은, 혁명으로 세워졌지만 제국이 되고자 했고 끝내는 '실패한 제국'이 되고 만 나라. 혁명-제국 패러다임이라고 저자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분석틀을 일관되게 강조했다기보다는 기록과 자료들을 꼼꼼히 뒤져 소련 시기의 정책 결정과정을 재구성한 책으로 보는 편이 낫겠다. 전체적인 서술은 지도자 중심으로 돼 있다. 저자는 지도자의 개인적인 특성은 때로는 흔히들 얘기하는 것보다..

딸기네 책방 2022.10.04 (2)

우승훈,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 우승훈 (지은이) 힐데와소피 아프리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 아프리카는 구호나 원조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뉴스의 변방에 머물 뿐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치타, 하마 등 동물에 비유해서 쓴 신문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한국인도 적고, 체류하는 사람은 더욱 적다. 국내에 출간돼 있는 책조차 많지 않다. 특히 최근의 정보를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며,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은 더욱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말 값지다. 긴 세월 세계로부터 핍박과 경시를 받았지만 실상은 인류의 고향인 곳, 빈곤과 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역동성과 희망을 보여주는 그 대륙에 머물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한 충실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정치..

딸기네 책방 2022.09.20

<깃발의 세계사>

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Worth Dying for: The Power and Politics of Flags 팀 마샬 (지은이),김승욱 (옮긴이) 푸른숲 ‧ 해제 : 베테랑 언론인이 보여주는 깃발의 정치학 2019년 중국 정부의 억압에 항의하는 홍콩인들의 시위가 벌어졌을 때, 친중국파로 알려진 배우 재키찬成龍은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红旗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재키찬뿐 아니라 중국의 여러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이 잇달아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오성홍기를 지지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홍콩 시위대 일부가 오성홍기를 태우거나 바다에 버린 일이 알려지면서, 홍콩의 반反중국 감정 못지 않게 본토의 반홍콩 감정이 높아졌을 때였다. 대중들의 지지를 먹고사는 스타들로서..

딸기네 책방 2022.09.20 (1)

아르투로 에스코바르, <플루리버스>

플루리버스 - 자치와 공동성의 세계 디자인하기 Autonomía y diseño: la realización de lo comunal (2016년) 아르투로 에스코바르 (지은이), 박정원, 엄경용 (옮긴이) 알렙 오랜만에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은 책. 콜롬비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일하는 학자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실험들을 예시로 들면서 '여러 세계가 있는 세계(Pluriverse)'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논의이지만, 책 자체는 굉장히 학술적이랄까. 젠더 분석을 포함한 이반 일리치의 근대 문화 비판, 라나지트 구하 등이 얘기한 '기록되지 않는 역사', 서발턴 논의, 반세계화포럼의 '더 나은 세계' 담론, 거기서 빼놓을 수 없는 반다나 시바와 아룬다티 로이, 사스키아 사센의 축출 자본주의 등..

딸기네 책방 2022.09.08

성냥과 버섯구름

성냥과 버섯구름 오애리, 구정은. 학고재 미국이 세계의 거센 비판과 반대 속에서도 이라크를 침공한 지 어느 새 20년이 돼 간다. 폭격기가 하늘을 날고, 쫓겨난 독재자가 붙잡혀 처형을 당하고, 미군의 점령기를 거쳐 이라크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 종파와 진영에 따라 나뉜 이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테러를 저질렀고 너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사이에 7000년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를 간직한 바그다드의 국립 박물관은 약탈을 당했다. 미군이 들어가서 멋대로 유물들을 꺼내 ‘기념품’으로 가져갔고, 켜켜이 쌓인 문명의 두께와 역사의 깊이를 알던 이라크 사람들마저 일부가 유물들을 도둑질했다. 뒤이어 미국 언론을 타고 전해진 소식은, 이라크의 유물 가운데 몇 점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는 ..

101 세계

101 세계 | 101개 단어로 배우는 짜짜짜 구정은,이지선 (지은이) 푸른들녘 70억 명이 살아가는 지구에서는 날마다 온갖 일들이 일어납니다. 수많은 사건들이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눈과 귀를 스치고 지나가지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벌어져 사람들이 죽어가고, 인도에서는 무더위에 가뭄이 겹쳤다고 하네요. 기름값이 올라가고 물가가 치솟아 걱정인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그동안 답답해 하던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외국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요.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나라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준비를 한다는 것,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에 함께 아..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They Thought They Were Free: The Germans, 1933-45 (1955년) 밀턴 마이어. 박중서 옮김. 갈라파고스 독일에서 국가사회주의가 대두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국인으로서 나는 혐오감을 느꼈다. 독일계 미국인으로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유대인으로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언론인으로서 나는 매혹을 느꼈다. 나는 이 괴물 같은 인간, 즉 '나치'를 직접 보고 싶었다. 나는 그를 이해하려 시도해보고 싶었다. 우리, 그러니까 그와 나는 모두 인간이었다. 나는 인종적 우월성에 관한 나치의 교리를 거부하면서도 그의 과거 모습이 어쩌면 내 미래의 모습일 수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 그를 그런 길로 이끌어 갔던 것이 훗날 나를 이끌어..

딸기네 책방 2022.05.0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