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759

'좁은 회랑'에 들어가려면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장경덕 옮김. 시공사)을 끝냈다. 를 재미있게 봤고, 한번 재미있게 읽은 저자의 책은 더 읽는 것이 버릇;;이라 이 책도 고민 없이 구입. 뭐,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길게 설명할 정도로 정교하거나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았던 듯.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을 지난해에 읽었는데 그것과도 느낌이 좀 비슷하다. 동서양의 기나긴 역사를 풀어주면서 나름 여러 문명권/나라의 사례를 비교분석한다. 그런데 한 문명권/나라에 대한 지식은 파고들어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세상 어느 문명/나라가 이렇다 저렇다 단칼에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겠는가. 분석틀에 맞춰서 요점을 뽑아내려면 단순화를 피할 수 없는데, 그렇다 보면 결국 틀에 맞춘 인상이 강해진다. 저자 '맘대로' ..

딸기네 책방 2021.03.31

강희정, '아편과 깡통의 궁전'

지인의 책을 선물받으면 '읽고 나서 반드시 후기를 올려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받는 순간에 감이 왔다. 아주 재미있을 게 분명하다는. 어머, 이건 내가 꼭 읽어야 해! ㅎㅎ 그런데도 오랫동안 꽂아놓고만 있다가 얼마 전 '화교 이야기'를 읽고 책장에서 꺼내들었다. 강희정 선생의 (푸른역사)은 굳이 와 비교하자면 조금 더 전문적이고, 조금 더 학술적이다.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라는 세 흐름을 아편, 깡통, 고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분석해 동남아시아 화교의 역사를 그려낸다. 주된 무대는 말레이시아의 페낭이라는 작은 지역이지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라는 넓은 지역이 페낭을 중심으로 한 화교 역사의 지리적 배경이 된다. 영국의 식민주의, ..

딸기네 책방 2021.02.22 (1)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시아...김종호의 <화교 이야기>

세상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이정희 선생의 를 정말 재미있게 읽으면서 한국 화교의 역사뿐 아니라 몰랐던 한국의 근대 자체를 새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면, 이 책은 화교의 역사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두루 훑게 해준다. 책 만듦새가 학교 교과서 같고 어딘가 약간 촌스러운(?) 느낌도 좀 나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어찌나 재미있는지 그 촌스러움을 다 까먹었다. 아편 자본은 다른 동남아 대량 물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해 주는 자금원이기도 했다. 주석, 고무, 후추, 갬비어, 금, 쌀 등이다. 아편자본을 바탕으로 중국인 상인이 각 항구도시에서 항로를 개설하고, 부동산제국을 세우고, 공장 및 은행 등 각종 기업을 설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아편자본의 활용을 통해 아시아의 거대도시들이 탄생할 수 있었는데,..

딸기네 책방 2021.02.01

팀 매킨토시-스미스, '아랍'

"14세기 전반기는 모든 것이 움직이는 드문 시기였다. 십자군 원정은 끝났고, 타타르족은 길들여져 이슬람을 받아들였으며, 세계는 그물망처럼 얽혔다. 킵차크 튀르크족 노예였던 아버지를 선왕으로 두고 이집트와 시리아를 다스렸던 맘루크 술탄은 칭기즈칸의 후손이며 중국 원나라 황제의 사촌이자 이라크와 페르시아를 다스렸던 젊은 타타르족 일 칸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었으나, 일 칸의 다른 사촌인 킵차크 칸의 딸과 결혼했다. 킵차크 칸은 비잔티움 황제의 딸과 결혼했는데, 황제의 서녀 한 명은 트레비존드의 황후였고, 사보이의 안나가 낳은 적녀 두 명은 각각 불가리아 왕자와 제노바의 귀족과 결혼했으며, 그 제노바 귀족의 계모가 ‘브라운슈바이크의 경이’라 불렸던 헨리 공작의 딸이었다. 혼인이 맺어졌고, 돈도 그랬다. 동서 ..

딸기네 책방 2021.01.28 (3)

마이클 돕스, '1945'

1945 From World War to Cold War 마이클 돕스. 홍희범 옮김. 모던아카이브 정말 길고 자세하다. 너무 상세해서 이렇게까지 읽어야 하나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잼나다. 철도교차점은 작센주의 주도인 드레스덴 북서쪽에 있었다. 러시아 측 전선에서 110킬로미터 정도 밖에 안 떨어진 이곳에는 소련군의 진격을 피해 도망친 피난민들이 들끓었다. 러시아인들을 놀라게 한다는 목적은, 오래된 작센 주 주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순수한 군사적 고려만큼이나 중요했다. 드레스덴 공습은 얄타회담 이틀 뒤인 2월 13일 저녁에 실시됐다. 영국 공군이 먼저 오후 10시 14분에 도심부를 고폭탄 500톤과 소이탄 375톤으로 융단폭격했다. “엘베강의 피렌체”로 알려진 이 바로크 시대 도시의 심장부가 불길에 휩싸..

딸기네 책방 2021.01.12 (2)

윌리엄 노드하우스, '기후카지노'

기후카지노 윌리엄 노드하우스. 황성원 옮김. 한길사 읽기 전에 좀 고민을 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한 책을 또 읽어야 하나... 하지만 읽으면서 이 책은 기록을 꼭 해놔야지 싶었다. 저자의 스펙으로만 보면 이 분야 책들 가운데 독보적이다. 예일대 경제학 석좌교수,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책은 그 유명한 상을 받기 전인 2013년,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낸 것이다. 교토의정서 체제는 끝났고(저자는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그런 측면이 실제로 있지만 국제사회의 대응체제를 어쨌든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계만을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파리 기후변화협정(2016년)은 나오기 전의 그 시기.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거치면서 '기후변화 스핀(기후변화 따위는 없다~ 과장됐다~..

딸기네 책방 2021.01.06

2020년 읽은 책

1.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티머시 스나이더. 유강은 옮김. 부키. 1/8 2. 새로 쓴 베트남의 역사. 유인선. 이산. 1/28 3. 여성 연구자, 선을 넘다. 엄은희 구기연 등 12명. 눌민. 1/29 4. 붕괴. 애덤 투즈. 우진하 옮김. 아카넷. 2/5 정말 방대하다. 이런 걸 '역작'이라고 하는구나. 앞부분은 금융 용어가 많아 어질어질. 물리학이나 인도 서발턴 학자들 글보다 더 어렵다 @.@ 하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어진 유로존 위기는 이 책의 주제이자 줄거리이자 거의 전부이지만,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다. 금융위기 대응이라는 디테일을 가지고, 국제-국내정치와 경제의 상호작용과 역학관계를 깊고 넓게 들여다본다. 저널리스트처럼 세세하게 설명하는데 읽다 보면 통찰..

딸기네 책방 2020.12.31 (2)

마이클 영, '능력주의'

능력주의 마이클 영, 유강은 옮김. 이매진. 12/31 Meritocracy. '능력주의'라고 번역돼 있긴 하지만 무슨무슨 '크라시'가 붙는 것에서 보이듯 정확히 말하면 능력에 따른 지배, 능력계급주의다. 일단 쟁이고 보는 유강은 번역가가 옮긴 책. 오래도록 회사 책상에 놓아두기만 했다가 퇴사하기 전부터 읽기 시작했고, 늘 그렇듯 한참 시간을 끌며 두어장씩 넘기다가 결국 해가 바뀌기 직전에야 끝을 냈다. 책 표지도 크기도 팜플렛 같다. 두껍지 않고 군더더기도 없다. 제목이나 표지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사회과학 책이나 평론처럼 생긴 이 책의 장르는 소설이다. 1958년 영국 노동당 이론가였던 마이클 영이 쓴 것으로, 가상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2043년의 영국을 말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세..

딸기네 책방 2020.12.31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김재경 옮김. 추수밭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이 책은 현 세대의 '침묵의 봄'이 될 것이다-워싱턴포스트"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쳐올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 "이미 재난은 닥쳐왔고 미래는 결정되었다" "읽고 마땅한 반응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눈물을 흘려라" '우리의 상식과 사회의 근간을 뒤집을 기후재난의 새로운 미래' 책 앞뒤 표지와 띠지에 적힌 홍보문구들. 현란하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은 좋은데, 공포마케팅이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위기'와 '재난'을 강조한 문장과 글귀가 가득하니 지레 질린다. 실은 그래서 책을 읽다 말다 했다. 원체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책을 읽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

딸기네 책방 2020.12.22

빅브라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

빅브라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 리타 홍 핀처 지음, 윤승리 옮김. 산지니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번역이 너무 어색하고 껄끄럽고 중언부언 다듬어지지 않아서 좀... 중국 정부는 이름 없는 여성들을 탄압함으로써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저항하는 강력하고 새로운 상징, ‘페미니스트 파이브’의 탄생을 부추겼을 뿐이다. 중국 정부의 지도자들이 다섯 명의 젊은 여성들을 베이징과 다른 두 도시에 구금함으로써 태동하는 페미니즘 운동을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들의 판단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페미니스트 파이브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신속히 퍼져나갔다. 이들을 지지하는 시위대들이 미국, 영국, 홍콩, 한국, 인도, 폴란드와 호주에서 행진을 벌였고, 세계의 여러 주류 언론들..

딸기네 책방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