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56

존 아이캔베리,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 G. 존 아이캔베리, 홍지수 옮김.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10/4 재미있었다.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은 우드로 윌슨의 말이면서 아이캔 베리의 주장을 담은 제목이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위기는 얼마나 심각할까? 새로이 성장하고 새로운 주도 세력이 등장하면서 역전될 수 있는 위기일지도 모른다. 전후 국제 질서가 구축된 초기 몇 십 년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그리 태평성대는 아니었다. 혹자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미국의 패권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주장한다. 세계가 "덜 미국적으로 변하면 덜 자유주의적으로 변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자체를 뒷받침하는 논리에 대한 의문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

딸기네 책방 2024.10.04

마틴 울프,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마틴 울프. 고한석 옮김. 페이지2북스. 9/30 인간은 엄청나게 번성했지만, 나머지 영장류는 그러지 못했다. 지구상에는 침팬지 30만 마리, 서부고릴라 20만 마리, 오랑우탄 7만 마리 미만의 영장류가 살고 있을 뿐이다. 인간, 그리고 인간이 기르는 가축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포유류의 96%를 차지한다. -42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쿠데타를 시도 한 이후,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공화당이 증거도 없이 대선 결과를 불법이라고 비난하며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한 이후, 민주주의의 침체'는 더 이상 적절한 표현이 아니게 됐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대공황 전야'라는 표현이 2021년 미국과 전 세계 민주주의의 상황을 더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2016년에 미..

딸기네 책방 2024.09.30

에릭 울프,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에릭 울프. 박광식 옮김 뿌리와이파리. 5/4 홉스봄의 에 서평이 실려 있는 것을 보고, 마침 국내 번역본이 있길래 바로 주문을 했다. 책은 정말 좋다. 그러나 번역이... 번역이... '괴랄'하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거의 모든 문장이 목에 걸려서 읽기가 느무느무 힘들었다. 이 책에서 내놓는 주요 논증 하나는 인류학자들이 연구하는 사회들 대부분이 유럽 팽창의 결과물이지 앞선 진화 단계들의 순수한 응결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산양식 개념의 여러 효용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우리가 이 개념을 이용해 체제 내 관계들은 물론 체제 간 관계들까지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사용해 한 생산양식, 곧 자본주의가 지금의 우위에 오르기까지 다른 생산양식들과 상호작용을 하..

딸기네 책방 2024.05.04

아이켄베리, <승리 이후>

승리 이후. G. 존 아이켄베리. 강승훈 옮김. 한울. 4/13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아이켄베리를 여러번 언급하셔서 사서 읽었다. 재미있었다! 이 책에서는 세 가지의 주요한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첫째는,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힘을 억제하는 국가의 능력과 메커니즘은 변화해왔다. 그 결과 주요한 전쟁 이후에 출현한 질서의 성격 역시 변화해왔다"라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전략적 억제'를 실행하는 승전국의 능력은 과거 몇 세기를 걸쳐 진보해왔다는 것이다. 국가의 힘에 관해 자의적이고 무차별적인 행사를 억제하고 승전국에 바람직한 영속적인 전후질서를 고정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서의 제도전략에 의존하게 된 것은 1815년의 전후구축이 최초의 예였다. 둘째는, 정치적 관리 메커니즘으로 제도를 활용하려는 주도국의 인센티브..

딸기네 책방 2024.04.14

박건영, <국제관계사>

국제관계사 박건영. 사회평론아카데미. 4/7 정말 재밌었다. 몇 년 새 현대 세계사 책을 좀 읽었지만 사실상 유럽사였는데 이 책은 국내 학자의 책이라 아시아, 한국과의 연관성이나 맥락을 잘 설명해줘서 넘넘 좋았다. 유럽 이외의 세계에 대해서도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고. 뒤에 가서 공개된 문헌 자료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20세기 세계사 책으로 최고다!!! 제1차세계대전의 원인을 안보와 동맹이라는 전략적 이익의 관점에서만 보면 전쟁의 책임 소재가 모호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독일과 관련하여 자신은 전쟁을 원하지 않았으나 생존을 위해 할 수 없이 엮여 들어갔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관련 비밀문건이 공개되면서 독일의 책임을 부각하는 관점이 크게 대두하였다. 독일이 의도적으로 ..

딸기네 책방 2024.04.08

E H 카, < 20년의 위기>

E H 카, 김태현 편역. 녹문당. 3/16 E H 카가 전간기에 쓴 글과, 2차 대전 직후에 쓴 글을 함께 묶었다. 이상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의 국제정치학을 현실주의로 견인해온 학자라고 하지만, 카가 말하는 것은 ‘두 날개가 모두 필요하다’ 쪽에 가깝다. 아주 재미있었다. 명료하고, 날카롭고. 전쟁은 여전히 군인들의 문제였고 국제정치는 외교관들의 문제였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와 같은 경향은 끝이 났다. 전쟁은 더 이상 직업군인들의 일만이 아니게 되었고 국제정치가 직업외교관들의 손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뚜렷한 물증 없이) 밀실외교가 전쟁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주로 영미의 대중은 국제정치를 대중화하려는 운동을 선도했다. 그러나 밀실외교가 성행했던 이유는..

딸기네 책방 2024.04.07

차태서, <30년의 위기>

30년의 위기 차태서.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3/12 성균관대 차태서 교수님의 신간. 미국 정치사를 이런 시각으로 보고 이렇게 과감하게(!) 써주시는 한국 학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넘 반갑고 기쁘다. 2020년대 초반은 세계사에서 하나의 거대한 순환(cycle)이 종료되었음을 조망하게 되는 시간이다. 2021년 여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와 탈레반 재집권,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은 단극체제의 균열과 자유세계질서 프로젝트의 종식을 재삼 확인시켜주었다. 특히 두 에피소드 모두 탈냉전기 미국에 의해 추진된 단선론적 역사철학에 근거한 거대 사회공학 구상이 모순에 부딪혀 나타난 후과라는 점에서, 각 사건은 오늘 날 세계체제 요동의 징후로서 읽혀진다. 회고건대, 팍스아메리카나의 거대한 ..

딸기네 책방 2024.03.16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극단의 시대 상/하 에릭 홉스봄. 이용우 옮김. 까치 이전의 장기 19세기 3부작보다 나는 이 책이 더 재미있었다. 이미 자신 있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황금시대가 낳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동의 엄청난 규모와 충격이다. 그 영향으로 인한 전세계의 인간생활의 변화는 뒤집을 수 없을 만큼 깊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변화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금세기의 3/4분기는, 인류의 압도적 다수가 먹을 것을 재배하고 가축을 돌보며 살아간 긴 시대를 끝냈다는 이유만으로도, 석기시대의 농업 발명으로 시작된 인류사의 7,000-8,000년을 끝냈다고 말하는 쪽이 더욱 설득력 있다. 이에 비해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의 역사는, 아마도 역사적 중요성이 덜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23 러시아가 어디에 있..

딸기네 책방 2024.03.16

케네스 월츠 ‘인간 국가 전쟁’

인간 국가 전쟁 케네스 월츠, 정성훈 옮김, 아카넷. 3/9 월츠의 국제정치이론을 작년에 다시 읽었지만 처음 읽었을 때는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하지만 월츠의 은 훨씬 재미있다는 박상준 교수님의 말씀에 넘어가 이 책을 사서 읽음. 실제로 훨씬 재미있었다. 이른바 '민주평화론‘이라고 잘못 이름 붙여진 주장 의 근거를 살펴보고, 그 타당성을 검증해볼 것이다. 나는 개입주의적 자유주의자들과 개입주의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들을 명확히 구분한 뒤, 오늘날 미국의 대외정책 입안자들이 빈번히 무시하고 있는, 개입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의 성향 속에 숨겨진 위험에 대해 경고하였다. 평화는 전쟁을 위한 가장 숭고한 대의로 탈바꿈될 수 있으며, 만약 민주주의를 평화지향적 국가 형태 중의 하나라고 본다면 여타의 국가들을 민주정으로 ..

딸기네 책방 2024.03.09

에릭 홉스봄 ‘역사론’

역사론 에릭 홉스봄. 강성호 옮김. 민음사. 2/24 홉스봄 책을 읽는 김에 ‘역사론’도 꺼내 들었다. 읽다만 흔적이. 책을 오래 오래 읽기는 해도 다 끝까지 읽는데, 이 책은 대체 언제적에 읽다 만 것인지. 나는 역사가가 실재를 탐구한다는 견해를 강하게 옹호한다. 역사가는 확정된 사실과 꾸민 이야기 사이를, 증거를 필요로 하고 증거에 근거한 역사적 진술과 그렇지 않은 진술 사이를 근본적으로, 아주 중점적으로 구분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비록 시작했을 때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상대주의는 법정에서 쓸모가 없는 것처럼 역사에서도 쓸모가 없다. 만약 독자들이 피고석에 앉게 된다면 실증적인 증거에 호소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포스트모던적 변호 방침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죄인을 변호하려는 변..

딸기네 책방 20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