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20

폴 비릴리오, <속도와 정치>

속도와 정치. 폴 비릴리오. 이재원 옮김. 그린비. 작년에 읽은 에서 언급된 책들을 하나씩 읽고 있다. 아슈스 난디의 에 이어 비릴리오의 이 책을 읽었다. 프랑스 학자의 글인데다^^;; (그래도 인도 사람들보다는 낫다) 1970년대에 쓰인 것이지만 반짝반짝하는 통찰들이 있어서 즐겁게 읽었다. 미국의 대테러전부터 팬데믹 시대의 계급 구분, GPT와 인공지능 등 요즘의 주제들을 생각하며 곱씹어볼 것들이 많았다. 번역자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옮긴이 주석과 해설을 읽는 재미도 컸다. 보병은 적의 포탄이 발사되자마자 적의 포진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그의 목숨은 달리는 속도에 달려 있다. 너무 느리다면 그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포탄에 맞아 말 그대로 산산조각 나서 죽게 되므로. 결국 이 새로운 전쟁은 인간이..

딸기네 책방 2023.05.21

박태균, <베트남 전쟁>

베트남 전쟁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박태균, 한겨레출판 전쟁을 이야기할 때, 전쟁을 보는 한국 사람들의 시각을 말할 때, 기지촌과 코피노와 성매매를 생각할 때, 파고들어가다 보면 늘 부딪치게 되는 것은 베트남 전쟁이다. 우리가 아직도 정직하게 대면하지 않고 있는 전쟁. 책은 아주 재미있었다. 특히 내가 스스로에게 놀란(?) 것은, 베트남 전쟁보다 한국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우리 집앞 흙길에 아스팔트가 깔린 것이 1970년대 후반이었는데 1980년대 중반의 나는 친구들과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 구경을 갔었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그 기간의 갑작스런 '발전'은 기억 속에서 너무나 놀라운 사건으로 인식돼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1970년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선물을 받은 기분..

딸기네 책방 2023.05.19 (1)

마이클 그린, <신의 은총을 넘어서>

신의 은총을 넘어서 마이클 그린. 장휘, 권나혜 옮김. 아산정책연구원. 5/7 비문에다 틀린 거 투성이에다 주어 술어 안 맞고 번역이 엉망이다. 또 부시 행정부 국가안보팀에서 일했던 저자 자체가 보수 우익에 일본주의자이다 보니 시각이 극도로 편향적이어서 믿거나 말거나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재미는 있었다. 아, 미국 보수파 중에는 저렇게 생각하는 자들도 있구나~ 하며 읽었다. 역사적 기록은 첫째 미국이 대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립해 왔고, 둘째 현실주의 전제에 기반한 전략들이 가장 잘 결실을 맺었으며, 마지막으로 이상주의적 전제에 기반한 전략들이 결실을 무위로 돌리기 가장 쉬웠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로츠키가 말한 것처럼 “당신은 전략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전략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딸기네 책방 2023.05.07

사미르 아민, 유럽중심주의

유럽중심주의. Eurocentism. 사미르 아민. 김용규 옮김. 세종출판사. 5/5 “역사는 성공하지 못한 사회들의 죽은 시신들로 가득차 있다.” (140쪽)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책을 읽은 때부터 아민의 이 책을 사고 싶었지만 품절/절판 상태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십여 년이 지나가버렸다. 식민주의-탈식민에 관한 책들 리스트를 올리면서 이 책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고 한 마디 붙였는데, 블로그에 늘 와주시는 companiero 님이 그걸 보셨다. 내 리스트를 보고 중고로 사셨고, 읽으신 뒤 보내주신 덕에 이 책이 드뎌 내 손에 들어왔다!!! 세상에 이렇게 신기하고 반갑고 감사한 일이. ㅠㅠ 아민의 책은 1989년에 나왔고,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 시기까지만을 언급하고 있다. 한글판..

딸기네 책방 2023.05.05 (1)

[서울경제] 나무 1억그루 심기…女 환경운동 분투기

2023-02-23 조상인 기자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LV3GI5MO ■숲으로 간 여성들 오애리·구정은 지음, 들녘 펴냄 과거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을 따르던 여성은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삶을 영위했기에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성이 환경운동의 시초부터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지구와 자연을 지키기 위해 힘써온 여성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침묵의 봄’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레이첼 카슨, 기후 위기의 인류를 향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적이다. 산업혁명 당시 더 이상 공장 들어설 자리도 없는 영국 런던 한복판에 녹지 공원을 조성해야 ..

식민주의-탈식민에 관한 책들

좀 전에 우리집에서 성실을 혼자 담당하고 계시는 분이 탈식민 세미나를 한다고 해서, 생각난 김에 제가 읽은 것들 목록을 정리해봅니다. 제 리스트들이 다 그렇듯이, 이 책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고요. 그냥 제가 읽은 책들 중에 탈식민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들이예요. 맨 먼저 꼽을 것은 단연 이 책이죠. 네그리튀드(흑인성, 흑인됨)라는 개념을 만든 에메 세제르의 . 한 흑인이 아프리카에서 납치되어 노예선 바닥에 실려 묶인 채 얻어터지고 모욕을 당하면서 대륙으로 이송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합시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을까요? 이 모든 것이 내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만, 그건 별로 ..

꼭 필요했던 책, <아랍의 봄 그 후 10년의 흐름>

아랍의 봄 그 후 10년의 흐름 |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총서 기초연구시리즈 23 구기연 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구기연 박사님이 중동/아랍/이슬람 전문가들로 '어벤저스' 팀을 구성해 한 권의 책을 냈다. 그리고 오늘 북토크를 했는데 토론자로 참여할 좋은 기회를 주셨다. 지난번 아시아연 여성 인류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북토크도 정말 재미있었는데 오늘도 역시 좋은 시간. 토론 때에도 말했지만, 남녀 동수 북토크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10살 때 집권해 40살 때 쫓겨난 무바라크. 카이로 소식에 귀를 기울이면서 과연 무바라크가 무너질까, 괜스레 긴장되던 느낌이 기억난다. 나야 뭐 학자도 아니고 중동 전문가도 아니지만 중동 글을 참 많이 썼다. 지난 20여년 간 중동/이슬람은 ‘대목’이라 할 정도로 일이..

딸기네 책방 2023.03.31 (2)

로베르토 페르난데스 레타마르 <칼리반>

칼리반 로베르토 페르난데스 레타마르. 김현균 옮김. 그린비 칼리반. 셰익스피어의 에 나오는 ‘원주민’의 이름이다. 마법사 프로스페로, 그의 딸 미란다, 요정 아리엘, 원주민 칼리반. 프로스페로는 유럽인의 은유이고, 칼리반은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은유다. 아리엘은 지식인, 미란다와 칼리반 사이의 아이는 메스티소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오랜 세월에 걸쳐 거듭 재해석됐다. 그렇게 수백년을 거쳐왔지만 여전히 칼리반은 유럽 문화의 사생아, 신식민주의의 희생양, 제3세계, 개도국으로 불린다. 카리브, 카니발에서 나온 말이라는 칼리반. 쿠바의 작가,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이 단어를 가지고 라틴아메리카의 작가들과 그들의 자의식, 라틴아메리카를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을 해부한다. 옮긴이에 따르면 “은 라틴아메리카 문화와 정..

딸기네 책방 2023.03.04

존 엘리엇, <대서양의 두 제국>

대서양의 두 제국 - 영국령 아메리카와 에스파냐령 아메리카 1492~1830 | 트랜스라틴 총서 19 존 H. 엘리엇 (지은이), 김원중 (옮긴이). 그린비 2017-08-30 갈레아노의 을 읽고 다른 책들도 좀 샀는데, 를 연달아 읽기 전에 오랫동안 꽂아두고 있던 이 책을 먼저 읽는 게 좋겠다 싶어 꺼내들었다. 일종의 크로스체크랄까. 결론적으로, 아주 도움이 됐다. 갈레아노의 책이 '얻어맞고 억눌리고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영국 학자 엘리엇의 이 책은 반대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제이자 목적은 두 제국의 지배를 받은 아메리카, 즉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경로가 어떻게 발전해갔으며 무엇이 그들을 다르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식민지 정복 이후 두 아메리카 세계의 궤적을 훑..

딸기네 책방 2023.01.2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