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95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일상생활의 구조>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일상생활의 구조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1/20엄청 방대하고 재미있다!!!(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전산업화 시기 의 유럽(유럽 이외의 세계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배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의 발전은 인류역사의 분기점인 산업혁명이 도래하기까지 점진적으로 시장, 기업, 자본주의적 투자라는 합리적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관찰한 19세기 이전의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묘사하기 좋아하는 것은 이른바 시장경제이다. 그러나 불투명한 영역, 흔히 기록이 불충분하여 관찰하기 힘든 영역이 시장 밑에 펼쳐져 있다. 그것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고 어마어마한 규모로 존재하는 기본활동의 영역이다. 지표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폭넓은 ..

딸기네 책방 2025.11.20

필립 샌즈,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EAST WEST STREET. 필립 샌즈. 정철승, 황문주 옮김. 더봄. 11/19뚜올슬랭(캄보디아), 시에라리온, 사라예보와 스레브레니차, 아우슈비츠, 르완다. 어쩌다 보니 다크 투어를 선호하는 사람처럼 되어버렸다. 재작년 아우슈비츠, 그리고 지난해 키갈리(르완다)를 끝으로 더 이상 학살이나 제노사이드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이 책이 너무 오래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결국 꺼내들었다. 재미는 있었는데 읽는 데에 석달 가까이 걸렸다. 국제법적 배경과 논쟁을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후손이 집안의 상처를 추적해가며 또 다른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돼 있다(솔직히 이런 부분은 살짝 지루했다). 국제법 전문가이자 국제형사..

딸기네 책방 2025.11.19

안드레아스 말름, <팔레스타인의 파괴는 지구의 파괴다>

팔레스타인의 파괴는 지구의 파괴다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추선영 옮김. 장원. 10/18 라는 제목은 강렬하고 도발적이다. 하지만 6만 명 이상을 학살한데다 그 중 일부는 ‘굶겨죽인’ 이스라엘의 행위가 세계의 모든 규범을 파괴하고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비견될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웨덴의 좌파 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안드레아스 말름의 이 책은 이스라엘의 그 충격적인 행위를 서구 제국주의의 행로와 연결해 설명한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이 시작된 이후 쓰인 ‘긴급 고발’ 성격의 작은 팜플렛으로, 화석연료로 지구를 파괴하는 자들이 이스라엘의 학살 행위를 지지하는 자들과 동일한 세력임을 강조한다.책은 1840년의 ‘아크레 전투’로 시작한다. 오늘날의 이스라엘 지중해 해안도..

딸기네 책방 2025.11.07

애덤 스미스 <국부론>

국부론애덤 스미스.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 10/25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번역도 너무 좋다. 맨 뒤의 옮긴이 해제도 도움이 많이 됐다. 노동을 그토록 용이하게 하고 노동시간을 줄여준 모든 기계의 발명이 원래 분업 덕택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분업 결과, 모든 사람은 자연스레 무척 단순한 하나의 목표로 주의를 집중한다. 따라서 각각의 특정 노동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기 일이 그런 개선을 허용하는 경우, 그 일을 더욱 쉽고 순조롭게 해낼 방법을 곧 찾아낸다.철학자나 사색가로 불리는 사람들도 몇 가지 발명을 해냈는데, 이들은 무엇도 하지 않고, 오로지 세상 사물을 관찰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가장 동떨어진 서로 다른 사물들의 힘을 결합할 수 있었다. 진보된 사회에서 철학이나 사색은 다른..

딸기네 책방 2025.10.25

백승욱, <연결된 위기>

연결된 위기백승욱. 생각의힘. 1/12현재는 사회주의를 경험한 두 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오히려 세계질서에 대한 위협적 존재가 되었으며 새로운 대안으로서 사회주의 운동은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저항과 불만이 분출되고 있음에도, 그 저항이 한 세기 전처럼 집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이고, 그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 상황으로만 전개되고 있다.'적의 적은 동지'라는 위험 한 선동만 분출하고 있다. 내가 앞서 출간한 책에서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이런 선동의 한 측면을 '앞선 세대의 게으른 습관적 반미주의'라고 부르며 비판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을 때 외부의 큰 힘을 빌려 '거대 악'을 제거하려는 사고는 사회주의나 국제주의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위험한 분노의 표출일 따름이다..

딸기네 책방 2025.10.13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종의 기원찰스 다윈. 김관선 옮김. 한길사 10/8드디어 다 읽었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었다. 이러한 모든 결과는 생존경쟁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생존경쟁이 있기에 변이는 아무리 사소하고 발생 원인이 무엇이든 다른 생물이나 그들이 서식하는 자연과의 무한히 복잡한 관계 속에서 해당 개체에게 보존되고, 대개는 후손에게 물려질 것이다. 또한 후손은 그로 인해 생존을 위한 더 나은 기회를 얻을 것이다.나는 이러한 원리를 약간의 변이라도 유용하다면 보존된다는 자연선택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자연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까닭은 인간들의 선택 작용인 인위선택과의 관계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은 끊임없이 작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힘이며 인간의 미미한 노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다. ..

딸기네 책방 2025.10.08

맥신 베다 <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맥신 베다. 오애리, 구태은 옮김. 학고재. 8/23넘나 재미있었다. 아는 내용들이 많기는 하지만 워낙 관심 많은 주제이기도 하고, 글이 쉬운데다 번역도 매우 훌륭하다(오애리 선배와 태은이가 함께 번역한 책인데, 내가 아는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번역이 잘 돼 있다).읽고난 느낌 - 반성x10000000각종 정책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의류 산업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이 산업을 여성과 유색인종, 혹은 둘 다에 해당하는 ‘사회적 소수자'의 영역으로 밀쳐놨기 때문이었다. 산업화 초기 부터 의복은 이들 두 소수자 집단이 만들었고, 구매도 주로 여자들 몫이었다. 이 업계는 관심이 적은 탓에 규제도 대단히 적었고, 언론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딸기네 책방 2025.08.23

슘페터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조지프 슘페터. 변상진 옮김. 한길사. 8/231942년 책이다. 그 후의 상황을 알고 읽으니 전반적으로 우습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전혀 우습지 않다. 두고두고 언급되는 ‘창조적 파괴’와 경기 순환에 대한 것은 그렇다 치고, 당대의 지식인이 마르크스주의와 전간기 역사를 어떻게 분석했는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사실상 자본주의 경제는 정상적이지도 않고 정상적일 수도 없으며 일률적인 방식으로 단순히 확대되지도 않는다. 자본주의 경제는 새로운 기업에 의해서, 즉 새로운 상품 또는 새로운 생산방법 또는 상업상의 새로운 기회를 그때그때 존재하는 산업구조에 침투시킴으로써 내부로부터 부단히 변혁되고 있다.새로운 생산물들과 새로운 생산방법들은 기존의 생산물들 및 기존의 방법들과 ..

딸기네 책방 2025.08.23

페데리코 람피니 <지도 위의 붉은 선>

지도 위의 붉은 선페데리코 람피니. 김정하 옮김. 갈라파고스. 8/17책은 엄청 재미있었는데 번역 실수들이 매우 아쉽다. 훌륭한 번역가이신 것 같은 데 편집자가 좀 더 꼼꼼하게 봤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미국 제국은 몰락하고 있는가?미국의 국가 채무는 2021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의 104.4 퍼센트에 이르지만 유럽연합의 평균치보다는 낮은 편이며, 베네수엘라나 일본의 채무 비율보다 낮다. 중국 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미국 재무부 채권을 가장 많이 구입한 국가가 아니다. 오히려 연방준비제도가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미국의 가장 큰 재정 지원 국가인 셈이다.중국 정부가 미국 재무부의 채권을 (더 이상) 구입하지 않는 것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에 불과하..

딸기네 책방 2025.08.17

마르크 블로크, <역사를 위한 변명>

역사를 위한 변명 Apologie pour l'histoire마르크 블로크. 고봉만 옮김. 한길사. 7/27교회 열심히 다닌다는 김민석 총리의 차별금지법 입장을 보니 기가 막힌다. 나는 그 종교가 한국 사회의(아니 세계의) 장애물이라고 본다. 저래놓고 내란세력 욕하면 뭐하나? 혐오 선동, 가짜뉴스 퍼뜨리는 것을 막지 못하게 방해하는 게 민주당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 종교를 욕하는 것만으로는 답답해서 종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보자 싶었다. 마침 두껍고 오래된 책을 함께 읽는 좋은 친구가 생겨서 지난 달에 막스 베버의 을 읽었는데 겁나 재미있었다. 이번 달엔 에밀 뒤르켐의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를 읽었는데 이건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이 책들이 왜 고전인지 알겠다. 둘 다 흥미진진, 정말 신나..

딸기네 책방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