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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네오콘 일본의 탄생>

딸기21 2025. 7. 1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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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 일본의 탄생

서의동. 너머북스

 

 

책 엄청 재미있습니다. 

 

민주 국가인데 일당 체제처럼 운영되는 일본, 우리보다 한때는 훨씬 더 좌파 전통이 강했고 심지어 극단적인 좌경 행동주의까지 있었던 나라이고 경제적으로도 세계 1위를 넘봤던 나라인데 왜 저렇게 과거와의 대면도 제대로 못하고 반토막 정상 국가라는 모습을 보이나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일본의 우익은 국방 능력이 없는 탓에 비정상 국가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정작 미국에 대한 태도는 늘 추종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고요. 

 

저자는 일본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기회를 두 번 맞았다고 얘기합니다. 첫번째는 패전이었죠. 두번째는 3.11 동일본 대지진입니다. 두 차례 어마어마한 충격은 국가와 사회를 모두 바꿀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 책은 3.11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첫번째 충격 이후와 두번째 충격 이후 일본이 변했어야 할 방향과 그렇게 변하지 못했던 이유를 분석합니다. 패전 이후 일본이 진정한 민주국가로 재탄생하지 못하게 막은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천황제와 좌파의 실패를, 대지진 이후 체질 변화에 실패하게 만든 요인으로는 ‘피해자 정서’와 우경화를 꼽습니다. 세계 유일의 핵무기 피폭국가임에도, 제국주의 침략전쟁이라는 원죄 때문에 일본은 온전히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없었죠. 그런데 북한이 일본인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일본은 뜻밖의 지점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으며 이것이 일본 내에서 우경화의 명분이 돼줬다는 겁니다.

 

두 번의 충격과 두 번의 굴절. 원인과 결과들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섞여 있습니다. 원인이 결과가 되기도 하고 결과가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책은 패전부터 3.11까지의 궤적과 3.11 이후 현재까지의 궤적을 이리저리 오가면서 원인이자 결과인 요소들을 두루 살펴봅니다. 

먼저 앞부분에서는 저자가 현지에서 직접 겪은 3.11의 충격과 한일 관계를 얘기합니다. 이어 민주당 정권의 ‘아시아 회귀’가 실패로 끝난 이유를 살펴봅니다. 2부의 주인공은 우익들입니다. 납치 문제와 센카쿠 분쟁을 연료 삼아 ‘새역모’와 넷우익이 판치게 된 과정을 그립니다. 3부는 3.11의 충격을 더 나은 미래로 연결짓지 못한 일본의 실패와 네오콘 아베 시대를 설명합니다. 

 

흥미롭게 읽은 몇 가지 포인트가 있어요. 여전히 완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기도 합니다. 

 

1. 천황제를 끝내 넘어서지 못한 좌파, 그리고 사회당의 몰락. 어째서 일본 내에서는 천황제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 없었을까요? 

2. 일본인 피랍은 어째서 그토록 일본 사회를 흔들 파괴력을 가졌던 것일까요? 우익들의 정치선동 탓이 컸던 걸까요, 패전국으로 얌전히 수그리고 지내는 것에 내심 불만을 가져온 국민들 전반의 정서가 더 큰 역할을 한 걸까요?

3. 책의 마지막 부분은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겁니다. 물리적 전쟁과 무역 전쟁으로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흔들림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지각변동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혼란스런 시대에 인-태 구상을 넘어 일본은 어떤 국가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베 이후 스가, 기시다, 그리고 이시바 시게루까지 오는 동안 일본 자민당 권력은 국가 전략을 세워 일관되게 추진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일본의 미래 전략은 어떤 것이며 어떤 동력으로 추진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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