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172

[2023 동유럽 여행] 모스타르, 유서 깊은 다리와 아픔의 도시

유서 깊은 도시 모스타르.여기는 꼭 가봐야 했다.  모스타르 가는 길. 네레트바 강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오스만풍 숙소도 이뻤고. 사라예보 있을 때보다는 좀 더웠다.  이곳의 이미지는 다리, 다리, 다리. 가장 유명한 것은 물론 모스타르의 상징인 이 다리.  다리 밑에 깊은 강이 흐른다. 깊을 뿐 아니라 가파른 절벽 사이를 흐르는 물살 빠른 험한 강이다.   이 멋진 다리를, 내전 때 크로아티아계 반군들이 폭파시켜버렸다.유네스코가 도와서 복원을 했다. 다리 기둥 아래로 들어가서 복원 과정을 전시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모스타르에서도 도처에 총탄 자국.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떠밀려 다닐 정도였다. 터키식 과자도 사먹고.  이탈리아에서 온 악단이 집시 풍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어..

[2023 동유럽 여행] 보스니아, 학살의 현장 스레브레니차에 가다

스레브레니차에 갈까 말까 망설였다. 당일치기 투어에 1인당 10여만원.하지만 이번에 안 가면 언제 그곳을 가게 될까 싶어서 용기를 냈다. 돈이 비싸서가 아니라, 마음이 힘들 것이 뻔해서 용기가 좀 필요했다.동행이 오애리 선배였기에 둘이 같이 마음을 다잡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사를 써왔던가.  13년만에 붙잡힌 보스니아 학살자단죄 받지 않은 밀로셰비치[동유럽 상상여행] 옛 유고연방의 내전         스레브레니차 추모관은 '유엔의 실패를 기억하기 위한 전시관'이다.   영상 자료를 보는데... 역시나 힘들었다.  유엔의 실패는 교전 권한이 없었다거나 경험이 부족했다는 따위로 변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당시 네덜란드 평화유지군 사령관은 유엔 기지로 피신해온 무슬림 남성들을 학살자들에게 내줬다.학살 ..

[2023 동유럽 여행] 사라예보, 묘지와 슬픔의 도시

이 도시엔 너무 큰 슬픔이 어려 있어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골목골목 건물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세르비아계는 이 도시 주민들을 봉쇄하고 저격수들을 풀었다. 곳곳에 제노사이드 추모관, 추모 전시회. 봉쇄 기간 음식물을 도시로 들여오던 '희망 터널'. 투어는 하지 않았지만.     어린이 전쟁기념관에 가봤다.많이 울었다. 지금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물건도 전시해놓고 있었다.    위 사진... 제목이 '내 엄마의 아이'다.전시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 지금은 어른이 된 아이의 기록.나는 죄의 아이가 아니다, 내 엄마의 아이일 뿐이다.... 이거 보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은, 스레브레니차 학살 전시회.    마음이 부대껴서 보기가 힘들었다.    하..

[2023 동유럽 여행] 세상에, 사라예보!

벌써 한참 지나가버렸네... 2023년 7월 오애리 선배와 동유럽 여행.1차 대전을 촉발시킨 '사라예보의 총성'의 그 사라예보에 갔다.  유서 깊은 도시.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부터 유고슬라비아를 거쳐 지금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도시가 되기까지 곡절도 많았고 아픔도 많았던...  먼 과거야 역사로 흘러갔다지만,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 보스니아 내부의 세르비아계가 무슬림 보스니아계를 봉쇄하고 학살한 상처는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도시가 작은 분지 형태다. 사방이 산으로 에워싸여 있고, 어디로 나가려든 꽤나 가파른 산지를 통과해야 한다. 왜 오래 전부터 요충지였는지, 그리고 왜 봉쇄 대상이 되어 그 참극을 견뎌내야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형.  하지만 사람들은 예의바르고, 극I..

[2024 르완다] 학살 딛고 일어선 ‘천 개의 언덕의 나라‘

비닐봉투가 없는 나라.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골칫거리다. 그 중에서도 비닐을 비롯한 포장재가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저개발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온갖 쓰레기, 비닐과 캔 따위가 골목을 채우고 있다. 실개천에도, 바닷가에도, 수풀 사이에도. 글로벌화가 낳은 상품의 범람과, 쓰레기를 분리하고 수거하고 처리할 행정력이 부족한 저개발국의 현실이 결합된 것이 길가의 쓰레기들이다. 길에 쓰레기가 없는 나라가 있다면? 비닐봉투가 없는 나라가 있다면? 그게 르완다다. 물론 비닐로 포장된 상품이야 있지만 어떤 가게에서든 물건을 담는 용도로 비닐봉투를 쓸 수는 없다.   국제뉴스를 좀 본 사람들에게 ‘제노사이드’ ‘학살’ ‘내전’으로 각인돼 있는 르완다를 설명하면서 비닐봉지 얘기부..

2024 UAE 아부다비, 두바이

이달 중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와 두바이. 아랍에미리트는 나라 구조가 특이하다. 군주,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emir에 접미사가 붙은 ‘에미리트’들, 즉 7개의 왕국들이 합쳐진 일종의 연방국가다. 그래서 각각이 어느 정도 독립적이고, 국가 이름 대신에 국제뉴스에서 그 중 큰 아부다비나 두바이가 주어가 될 때가 많다.   이 지역에 따로따로 존재했던 이 ‘아랍 토후국’들은 1853년 영국과 ‘영구 해상 휴전협정(PMT)'을 맺고 위임 통치를 받게 됐으며  1892년에는 영국의 보호령으로 들어갔다. 식민통치와는 다른, 영국의 군사력에 기댄 보호령이었다. 그 이후로 부족국가들은 ‘휴전국 회의’라는 것을 만들어 내부 협력을 유지했다.   그러다 1968년 힘 떨어지고 이미 제..

[2024.6 르완다-우간다] 녕웨 가는 길

아침 먹고 출발. 녕웨 국립공원으로 하루 종일 이동. 구릉마다 빌라촌(?) 집들이 다 멀끔하다. 1인당 실질GDP가 2000달러 좀 넘는데 도로 풍경만 봐서는 워낙 깨끗하고 정돈돼 있어서 그리 가난하게 보이지 않는다. 키갈리 시내를 아직 다 둘러 보지 못했지만 라고스나 아비장에 비하면 정말 작아 보인다. 그런데 구경하기 미안할 정도의 가난은 아직은 못 봤다 정리 정돈에 강박이 있는 사람들인듯. ㅎㅎ 길 섶의 잔디도 어찌나 공들여 깎았는지. 나무랑 화초랑 정말 열심히 심어놨고. 카가메에게 투표하세요 곳곳에 선거 알림… 그런데 딱 저정도까지다. 현수막도 많지 않고. 너무나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를 보니 카가메는 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온 것인가 경이로우면서 살짝 무서운… 하지만 혼란과 난장판보다는 낫지 않나 ..

[2024 르완다-우간다] 여행 시작.

6/27 키갈리 도착. 르완다 내전 30년. 7/15 대선. 폴 카가메 재집권은 정해져 있지만. 오랜만의 아프리카 여행. 무려 15년만이다. 12일간 우리와 함께할 차량. 냉장고도 있고 차량 와이파이도 있고. 담요 겸 쿠션도 있고. 물도 주고 목베개랑 모자도 주고. 심지어 칫솔과 치약도 줌. 우리의 가이드는 고드윈. 아빠는 우간다, 엄마는 르완다 사람이라고. 첫날 숙소는 키갈리 시내의 Chez Lando 호텔. 생각보다 너무 좋아 깜놀. 저녁 식사 포함돼 있었는데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나가서사 먹음 ㅋㅋ진짜 깨끗하고 쾌적하고. 시내 중심가(?)너무 깨끗해서 좀 이상함. 비닐봉지 안 쓰는 나라의 위용. 경기장. 르완다는 나라 전체가 구릉지대다. 1000 개의 언덕을 가진 나라. 호텔 르완다로 유명한 밀 ..

[2022 이탈리아] 트레치메, 돌로미테의 세 봉우리

길게 도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는 짧은 원으로, 트레치메 중심으로 한 바퀴 트레킹. 경치는 넘나 좋았고... 생각보다는 힘들었음 ㅎㅎ 정식 명칭은 Tre Cime di Lavaredo (Three Peaks of Lavaredo)다. 세 봉우리는 위 사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Cima Piccola / Kleine Zinne ("little peak") Cima Grande / Große Zinne ("big peak") Cima Ovest / Westliche Zinne ("western peak"). - from 위키피디아 ㅎ 독일어권과 가까워서 독일어 이름 Drei Zinnen 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한 바퀴 돌고 출발지점으로 거의 돌아올 무렵에 진짜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그럴 줄 알았으면 반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