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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항저우 여행

딸기21 2025. 9. 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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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남부. 저장성의 성도. 인구 1,200만 명.

항저우만 상류와 첸탕강 하구에 위치.

면적이 16,000 제곱킬로미터. 강원도 면적.

경제 중심도시. 작년 1인당 GDP 25,700$.

 

 

서호가 있는 물의 고장.

서호 문화 경관, 대운하, 양저우 도시 유적지 등 세 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호수, 습지 구경을 많이 했고 모기에 엄청나게 물렸다 ㅠㅠ

 

항저우 대한민국 임시정부 옛 터에 갔다. 중국이 이렇게 기억해주고 있다는 게 많이 고마웠다. 한국 내에서조차 이런 역사를 부인하려는 자들이 판치는 터에...

 

역사가 긴 도시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이 도시를 만들었음. 당시 이름 천탕.

10세기 오월국(923–997)과 12-13세기 남송(1138–1276)의 수도. 송나라는 카이펑 수도였다가 여진족 금나라에 밀려 남쪽으로 옮겼다. 무협지에 천탕강과 ‘임안’이라는 도시가 나오던데 그게 항저우의 옛 이름이다.

13-14세기 이탈리아 탐험가 겸 선교사 포르데노네의 오도리코는 항주가 당시 세계 최대의 도시였다고 묘사했다. 인구가 밀집해 있고 대저택들로 가득했으며, 12,000개의 다리가 있었다고. 당시 항저우 인구가 200만 명을 넘었다는 학자도 있다.

 

도착한 날 저녁에 남송어가(남송 시대의 거리를 재현했다는 곳)와 허팡제 산책.
1600년대에 세워졌다는 약국.

 

송나라 시대부터 항저우에는 아랍 상인들이 거주. 도착한 첫날 봉황사를 지나갔는데 절이 아니라 13세기 이슬람 상인들이 지은 모스크다.

1276년, 쿠빌라이 칸이 이끄는 몽골군에 함락. 하지만 몽골군이 항저우는 파괴하지 않았고 남송 정부 관리들을 재고용. 정치적 중심에서는 멀어졌지만 이후에도 항저우는 남부의 중요한 상업 및 행정 중심지로 남았다. 

 

동파육이 유명하다

 

돌아다니다 보면, 소동파의 도시란 느낌이 든다.

소식, 11세기 문인이자 시인으로만 알았는데 여러 지방 관직을 지내고 잠시 황실 고위 관리로도 근무했다고 한다. 하지만 직설적인 성격이라 좌절도 많았다고. 소동파 시를 보면 人生如夢(인생여몽, 인생이란 꿈과 같은 것), 生前富貴草頭露(생전부귀초두로,  살았을 때 부귀는 풀 위의 이슬) 이런 구절이 많다.

 

서호 산책.
산탄인위에 섬으로 가는 유람선도 있었는데 우린 안 탔음
항저우의 상징과도 같은 레이펑타(뇌봉탑).

 

레이펑타 올라가서 내려다본 서호 풍경.
레이펑타 맞은편의 징츠쓰.... 코앞인데 넘 덥고 지쳐서 안 감;;

 

소식이 항저우 지사 때인 1089년 20만 명을 동원해 서호 바닥에서 퍼낸 진흙으로 호수 위에 길이 2.8km 제방을 건설했다. 소동파가 만들었다 해서 쑤디(소씨 제방)라고 부른다. 산책하기 좋다고 해서 다 걸었는데 너무 더웠다. ㅠㅠ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관할하던 지역 산업 문제 상소도 올리고. 11세기 후반 중국 철기 생산업 연구보고서라고 한다.

또한 중국 고대 4대 미식가였다고 하는데 나머지 세 명은 잘 모르겠고. 암튼 동파육을 발명했다는 전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어쨌든 그의 이름으로 남았다. 그래서 당연히 동파육을 먹어 봤는데, 우리가 아는 그 맛이다. 맛은 있지만 좀 느끼해서 많이 먹지는 못했고, 항저우는 요리로는 딱히 내세울게 없는 것 같았다

 

밤의 서호, 밤의 레이펑타.

 

지금의 항저우는 소동파보다는 알리바바의 도시

 

알다시피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인터넷 및 기술 분야 중국 대표기업이다. 1999년 6월 항저우에서 설립됐다. 창업자 마윈이 항저우사범대 출신이다. 디지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물류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알리페이 등 금윤까지 사업 분야가 전방위로 펼쳐져 있다.

작년 기준 고용 인원 20만명. 영업이익이 13조7000억원이라고 함.

 

여기는 영은사
영은사 가는 길, 비래봉. 영은사는 갔더니 유명한 대불이 공사중이라 장막 쳐져 있었고 비래봉도 뭐 그저 그랬다.

 

 

항저우에 거대한 알리바바 단지가 있다. 알리바바 시시(西溪) 캠퍼스다. 단순 사무공간을 넘어서 하나의 작은 도시처럼 설계됐다.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발돼 현재는 10여 개동 건물이 있는 초대형 단지다. ‘타오바오(淘宝)’, ‘티몰(天猫)’, ‘알리페이(支付宝)’ 등 각 계열사를 상징하는 건물들이 있고 스마트 빌딩, 스타트업 부스도 많고. 이곳을 “플랫폼 기업 생태계”의 중심으로 꾸민 것이다. 항저우 정부도 이 단지를 기반으로 IT·핀테크 산업을 육성해 “중국의 실리콘밸리” 이미지를 구축했다.

시시 캠퍼스를 구경할 수 있을까 해서 가봤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일반 관광객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잘 알아보지 않고 갔다가 허탕침.

 

 

마윈의 복귀?

 

몇 년 전 잠시 '실종'됐다 해서 떠들썩 했던 기억. 당국과의 불화설은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과거 규제 당국 비판 등으로 인해 활동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 마윈이 금융 규제와 중국 금융시스템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회사인 앤트 그룹 IPO 급제동 걸림. 마윈 주변 인사가 실종되거나 당국의 추적을 받은 정황도 있었고. 마윈 본인이 2020.10 사라졌다가 석 달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고, 그후 몇 년간 거의 은둔 상태였다.

그런데 올 2월 시진핑 주석이 민간기업 경영자들 불러모아 심포지엄을 하면서 민간의 역할을 다시 강조했다. 마윈이 그 심포지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확인됨. 공공 석상에서 그의 존재감이 회복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옴.

 

또 최근 들어 마윈의 알리바바 복귀 조짐. 2019년 회장직을 물러난 이후 한동안 공개 활동이 뜸했던 마윈이 알리바바 캠퍼스에 다시 모습을 보이며, 경영 활동에 비공식적으로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보도. (블룸버그, 이코노믹타임스 등)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전략을 마윈이 주도한다는 보도도 있다.

 

1) 알리바바 차원에서 보면

엔비디아에 필적할 만한 인공지능(AI) 칩 성능을 공개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는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는 해석이 나옴.

알리바바는 AI·클라우드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며, 사내 구조도 재정비(Financial Times).

AI 드라이브를 마윈이 주도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주가가 반짝 상승하기도. 하지만 최고경영자나 회장 같은 공식 직책을 다시 맡기보다는, 비공식적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임.

 

2) 중국 차원에서 보면

민영기업,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 때문에 투자심리, 성장 동력 등이 약해진 상황임. 따라서 규제 중심 정책에서 다소 완화 기조로 전환하거나 최소한 안정감을 주려는 움직임이 있음. 마윈의 복귀는 이런 정책 변화의 상징적 사례로 보임.

여전히 마윈이 아주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고. 이전의 거침없는 발언들은 사라지고 고분고분해졌다는 평가.

 

두번째 숙소가 있는 대두로 역사문화경구. 작은 지역이지만 동네가 무쟈게 이뻤다.
여기는 이어진 작은운하구역.
저 흰 건물에 우리 숙소가 있었다!
하늘을 덮은 천이 넘 이뻐서 한 장 찍어봄

 

항저우의 테크 기업들

 

핀테크 회사 앤트는 지금은 알리 계열이지만 2014년 항저우에서 별도 법인으로 출범해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 중 하나로 성장.

중국 대표 온라인 게임·인터넷 서비스 기업 넷이즈(网易, NetEase)도 1997년 항저우에서 설립.

2001년 항저우에서 창립된 히크비전 Hikvision(海康威视, Hangzhou Hikvision Digital Technology)은 세계 최대 CCTV·영상감시 장비 제조사. 그것과 쌍벽을 이루는 또 다른 대형 영상감시·보안 장비 업체 다화 Dahua Technology(大华技术)도 항저우에 본사가 있다.

올초 세계를 놀라게 한 인공지능 딥시크도 항저우에서 만들어졌다. 한국이나 미국 등 서방국들은 사용 못하게 막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기술 수출 제한이나 칩 관련 규제 속에서도 가성비 높은 인공지능 모델 개발해 세계에 충격을 줬다. 설립자 량원펑은 광둥성 출신이지만 항저우 저장대를 나옴.

 

여기는 알리바바 시시 캠퍼스와 멀지 않은 시시 습지.
배를 타고 시시 습지 구경.
무려 1인당 10위안이나 하는 관람차(코끼리버스 같은 것) 타고 시시습지 구내의 '고좡'으로 이동.
여기 멋있었는데 넘 늦게 갔더니, 오후 5시 되어 나가라고 안내방송 나오고 안내인이 찾아옴 ㅠㅠ 아쉽.

 

US News and World Report 중국 대학 순위를 보니 작년 1위 칭화대, 2위 베이징대, 3위 저장대, 4위 상하이교통대, 5위 중국과기대, 6위 푸단대 순. 항저우는 저장대를 비롯한 대학·연구기관과 연계해 고급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데다 전자상거래·물류·핀테크·감시·AI·스마트 제조 등 디지털 경제 전반에 걸친 생태계를 갖춘 상태다. 특히 “전자상거래+물류+라이브커머스” 클러스터가 항저우를 중국 내에서 독보적인 디지털경제 수도로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시진핑의 정치적 고향인 저장성

 

시진핑은 2002년 11월부터 2007년 3월까지 4년 4개월 동안 저장성 당위원회 서기였다. 항저우, 닝보, 원저우 등 저장성 주요 도시 민간기업들은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주역이었다. 이 시기 시진핑은 ‘八八战略(팔팔전략)’이라는 저장성 발전 전략과 ‘디지털 저장성’ 건설을 내세움. 지방 정부 차원에서 민간경제 육성, 시장화·개혁 개방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것이 정치적 성장의 발판이 됐다. 시진핑이 중앙 지도자가 된 뒤에도 2016년 항저우 G20 정상회의, 2023년 아시안게임 등 국가급 행사를 저장성에서 여러번 열었다.

 

저장방

 

시진핑 인맥의 핵심이 저장성 출신들이다. 저장성에서 시진핑과 함께 일했던 인사들이 이후 중앙이나 다른 지방 요직으로 옮겨가면서 ‘저장방(浙江帮)’, 저장신쥔으로 불리는 인적 네트워크가 됨.

시진핑이 상하이 당서기를 거쳐 중앙에 올라와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고 2012년 총서기가 되면서, 반부패 정책이나 인사에서 저장성 인맥이 중앙정부나 국유기업, 규제기관으로 대거 진출.

 

당일치기 '우전 수상촌' 패키지 투어를 했다. 이런 마을이 동책(동짜), 서책(시짜)로 나뉘어 있음.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리창(李强) 총리. 저장성 루이안 출신으로,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일 때 성정부와 당 조직에서 함께 일하며 가까워졌음. 이후 상하이 당서기를 거쳐 20차 당대회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 국무원 총리로 올라서 시진핑 체제의 핵심 실무총리 역할을 맡고 있다.

푸젠성 당서기 저우쯔이(周祖翼)는 저장대학 출신으로 인사·조직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아직 정치국 상무위원급은 아니지만 차세대 지도자로 거론됨.

산시성 당서기 자오이더(赵一德)는 저장성 원링에서 태어나 항저우 당서기 등을 거침.

또 한 명 눈길을 끄는 인물은 1970년생인 류제(刘捷). 항저우 당서기를 거쳐 지금 저장성 성장. 비교적 젊은 세대, 차세대 간부로 중용이 예상된다고.

저장성과 항저우, 여러모로 눈여겨봐야 하는 곳.

 

나룻배 유람.
쓰레기통 위에 풀 키우는 게 귀여워서 찍어봄.

 

여행 팁

 

서호 주변 도심에서 3박, 운하 지대 대두로역사지구에서 2박. 숙소는 모두 매우 매우 맘에 들었다. 둘 다 1박 7~8만원선.

디디 택시가 워낙 잘 돼 있고 요금도 싸다. 전기차라서 그런 건지도. 전체적으로 시내에 전기차가 40% 정도라고 하는데 상하이의 50% 에는 못미치지만 공기도 매우 깨끗하고 소음도 적다.

Alipay 나 WeChat 페이 쓰니까 현금 당연히 필요 없고 물건 사거나 주문할 때 중국어로 말할 필요도 없다. 불편한 거 하나 없이 관광하기 너무 좋았다. 도시도 엄청 깨끗하고.

우전 수상촌 야경, 시시 습지 ‘고좡‘ 저택 좋았음. 다만 9월인데도 낮에는 더웠음.

 

해질녘, 너무 좋았던 수상촌.
어느 고풍스런 대문 안으로 들어갔더니 연못가에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분수에 레이저를 쏘아 만든 영상. 환상적이었다.
내 소셜미디어 프사, 핸폰 잠금 화면 이걸로 바꿈 ㅎㅎ
정말 좋았지 말입니다...

 

혹시 가실 분들을 위해 5박 6일 코스 소개하자면

  • 1일차: 도착해서 체크인(우린 지하철 타고 이동했는데 택시비가 50~60위안 나오니 디디로 가도 됐을 듯). → 임시정부 항저우기념관 들렀다가 → 서호 산책 (임정기념관에서 15~20분 걸으면 서호가 나옴) → 저녁 먹고 난쑹위제(남송어가)~ 허팡제.
    2일차: 천탕강 북쪽 옛탑인 바이타(백탑)와 철도 유적지 → 서호의 섬인 구샨(고산) 잠깐 들어갔다가 쑤디 산책 → (산탄인위에 유람선 투어 건너뛰고) → 레이펑타 → 호텔 와서 씻고 → 우린(무림) 야시장에서 저녁 식사 → 서호 야경 보고 호텔로
  • 3일차: 우전 수상촌 투어(클룩 예약, 1인 6만5000원. 유람선과 식사 음료 등은 별도로 자비 부담)
  • 4일차: 링인쓰(영은사)-비래봉 → 숙소 옮긴 뒤 새 숙소 부근 운하지대 대두로 역사지구와 샤오허즈제 산책 → 셩리허 미식거리로 걸어가서 저녁 먹었는데 쇠락한 상가 분위기, 별로였음
  • 5일차: 알리바바 시시 캠퍼스 갔는데 구경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다가 → 첨단 산업지구라는 빈장구 가려다가 거기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포기하고 → 시시 습지로 가서 전동유람선 타고 산책을 시작했으나 도저히 산책할 날씨가 아니었고 → 거대한 습지 보호구역 내에 여러 노선이 있는 걸 뒤늦게 깨닫고 관람차 타고 고좡으로 이동 → 갑자기 쏟아지는 빗속에 숙소(Youxiake Canal Hotel Hangzhou)로 돌아옴. 우리 숙소 엄청 이쁘고, 2층 식당도 맛있었음. 특히 치킨이 맛있었음.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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