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198

티모르 섬의 ‘마마 알레타’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 있는 티모르. 면적 3만km2의 동서로 길쭉한 섬이다. 동쪽 절반은 인도네시아로부터 힘겨운 투쟁 끝에 독립해 2002년 나라를 세운 동티모르이고 서쪽 절반은 인도네시아 땅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이스트누사텅가라 주이지만 흔히 서티모르라고 부른다. 알레타 바운 Aleta Baun(1966~)은 서티모르 몰로 지역의 토착민이다. 그가 사는 를로바탄 마을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숲에서 소와 말을 돌본다. 알레타도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냈다. 가축을 키우고 산을 오르고 숲에서 놀았다. 그의 삶은 마을 공동체와 떼어놓을 수 없다. 어릴 적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마을 여성들이 돌아가며 알레타를 키웠다. 아버지는 ‘아마프’라고 불리는 부족 지도자였다. 몰로 부족사회에서 아마프는 절대적..

생리대, 여성을 해방시키다

여성들은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로 생리를 했다. 아마도 현대식 일회용 생리대가 나오기 전에는 모든 여성들이 그 뒤처리를 놓고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이미 고대부터 ‘생리대’라는 것을 언급한 문헌이 있었다고 한다. 4세기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그리스 여성 철학자 겸 수학자인 히파티아 Hypatia는 끈질기게 구애하는 남성을 쫓아버리기 위해 사용한 생리대를 집어던졌다는 일화가 있다. 전통적인 생리대는 쓸모가 없어진 낡은 천을 잘라 접어서 쓰는 것이었다. 요즘도 일회용 생리대에 들어 있는 화학약품을 꺼리는 이들은 천 생리대를 쓰곤 하는데 그것이 일회용 생리대가 나오기 전에 여성들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물자가 귀했던 시절에는 넝마나 버리는 천(rag)을 주로 썼기 때문에 지금도 여기에서 유래한 표현이 ..

리몬치키 limonchiki

리몬치키. limonchiki. 이번 명절에 건진(?) 음악. 실은 그렇게 말하기도 민망한 것이, 내가 '얄라 클럽(Jalla Club)2' CD를 가지고 있은지는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다. 어떤 연유에서인가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그 CD를 샀고, 앞부분 Bella Ciao만 늘 들으면서 뒷부분 다른 노래들은 통 듣지를 않았다. '얄라클럽'은 유럽의 월드뮤직 DJ 페스티벌. 음반이 이것 말고도 여럿(1, 3은 확실히 있다!) 더 나와 있다. 어쩌다 보니 이른바 '월드뮤직' 취향이 되어서, 집에 그런 CD들이 좀 있다. 그 가운데 아프로쿠반과 켈틱은 근 20년을 들어온 것들이고(특히 추초 발데스와 치프턴스!!!) 몇해 전 대만 여행에서 사온 대만 원주민 고산족 음반 하나, 카에타누 벨로주의 음반도 꽤 자주 ..

출판계 뜨거운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 판 붙고 뛰쳐나온 존 볼턴. 그의 회고록 때문에 미국은 물론 세계가 시끄럽다. 트럼프 측은 책이 출간돼선 안 된다고 했고 소송까지 벌어졌지만, 그 사이에 이미 책의 내용은 온라인에 유출됐고 오프라인 매장에도 결국 깔렸다. 트럼프라는 인물은 정치뿐 아니라 출판계에서도 매우 논쟁적인 주제다. 트럼프는 1987년 이라는 자서전을 냈지만 내용에 오류와 왜곡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퓰리처상 수상작가로 도널드 트럼프의 평전을 쓴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은 대선을 앞둔 2016년 8월 미국 언론들과 인터뷰하면서 “트럼프는 진실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며 “자신이 한 말조차 금세 부정해버린다”고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테러전을 ..

[해외문화 산책]고흐가 편지에서 고갱에 대해 한 말은

“고갱은 퇴폐적인 난봉꾼이라기보다는 사랑에 넘치는 격정적인 남자야.” “빈센트의 말을 듣지 마. 무른 사람이야.”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이 각기 상대에 대해 한 말이다. 두 사람이 1888년 11월 초 함께 써서 동료 화가인 에밀 베르나르에게 부친 편지에 나온 내용이다. 고흐는 당시 프랑스 남부의 아를에서 ·· 등 훗날 대표작이 될 작품들을 막 끝낸 뒤였고, 고갱은 아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고흐는 프랑스어로 쓴 4쪽짜리 편지에서 고갱에 관해 말하면서 “거친 야수의 본능이 있는, 타락하지 않은 생명체”라고 적었다. 고갱에게는 야망보다 피와 성(性)이 앞선다고 했다. 고갱이 어느 날 밤늦게 카페에 앉아 사창가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면서 “아름다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썼다. 고흐 자신도 ..

조지 플로이드 추모와 발리웃 스타들의 ‘위선’ 논란

세계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물결을 일으킨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 인도 영화계로 번졌다. 미국 할리웃에 빗대 ‘발리웃’이라 불리는 인도 영화계의 스타들이 ‘위선’ 논란에 휘말렸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미스월드 출신의 발리웃 스타 프리얀카 초프라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플로이드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올렸다. “미국과 세계의 인종 전쟁이 끝나기를. 어디에 살든 당신의 환경이 어떻든, 피부색 때문에 타인의 손에 목숨을 잃어야 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가 과거에 출연했던 광고와 영화였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초프라가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준다는 ‘집중 미백영양제’ 광고를 했던 점, 2008년 ‘패션’이라는 영화에서 흑인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걸 수치스러워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던 ..

베네수엘라 슬럼 주민들의 벗이 된 <알라딘>

지난 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페타르. 바리오(barrio)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원래 스페인어로 ‘구역’을 가리키는 말인 바리오는 도시의 한 지역을 뜻하는 단위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는 대개 빈민가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코로나19에 미국의 봉쇄와 경제난이 극심한 베네수엘라에서, 슬럼 주민들이 모여 영화를 보는 일은 흔치 않다. 석유 대국이라지만 미국의 제재 때문에 수출길이 막힌데다 낙후된 정유시설을 고칠 수도 없어서 툭하면 정전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은 달랐다. 허름한 바리오의 벽돌집 앞에 하얀 스크린이 세워졌다. 주변에 사는 이들은 스크린 앞에서, 혹은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부엌의 작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화면을 응시했다. 스크린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집들에서도 지붕 위 테라스..

크림반도 '칸의 궁전'은 무사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의회가 ‘러시아의 야만적인 파괴로부터 크림반도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2일(현지시간)의 일이다. 우크라이나가 특히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크림반도 바흐치사라이에 있는 ‘칸의 궁전’으로, 현지에서는 ‘한사라이(Hansaray)’라고 불린다. 궁전을 가리키는 ‘사라이’라는 터키어 단어에 이 일대를 몇 백 년 동안 지배했던 오스만투르크의 흔적이 남아 있다. 16세기에 세워진 한사라이는 오스만제국 시절 크림반도를 지배한 지라이칸 왕실의 궁전이다. 성 안에는 칸(군주)의 후궁들이 살았던 하렘을 비롯한 주거구역과 정원, 관리들의 공간이던 디반카나와 모스크가 있다. 오스만과 이란과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설계했다. 건축양식과 실내 장식은 ‘크림 타타르 스타일’로 불리는 독특한 ..

500년전 르네상스 거장 라파엘로 ‘마지막 작품’ 공개

조금씩 풀리고는 있다지만 이탈리아는 여전히 ‘봉쇄 중’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전국이 두 달 가까이 마비됐고,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박물관들도 문을 닫았다. 바티칸광장은 텅 비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화상 강론’을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미술팬들의 기대를 키우는 소식은 있다. 바티칸박물관의 문이 다시 열리면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라파엘로의 새 작품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르네상스의 3대 미술가’로 꼽히는 라파엘로 산치오는 1483년 이탈리아의 우르비노에서 태어났고, 1520년 길지 않은 생을 마칠 때까지 여러 지역을 돌며 건축·미술작품을 남겼다. 에피쿠로스·피타고라스·안티스테네스 등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모습을 그린 ‘아테네학당’, ‘..

코로나19 시대 미국인들의 새 인테리어, ‘책장 꾸미기’

미국에선 코로나19 때문에 학자들도 언론인들도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자택대피령’에 발이 묶여 집안에서 모든 걸 해야 한다. 화상강의는 물론이고 기자들의 리포트나 전문가들의 방송출연도 전부 집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튜디오가 아닌 자기 집을 청중이나 시청자들에게 화면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급스런 집에 살든 간에 누구에게나 부담스런 일이다. ‘가상배경’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어색한 티가 날 수 있다. 꼭 화면에 등장하지 않더라도 격리상태로 집에 머물면서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려는 사람들, 혹은 이참에 집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책장 꾸미기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책장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면서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