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이 한창일 때, 지금은 쫓겨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한 지역을 봉쇄했다. 전쟁 중에 정부군이 구호차량 드나드는 것조차 막으니, 고립된 마을에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아직 돌도 안 지난 것으로 보이는 아기의 사진이 용케 외신을 타고 전송됐다. 바짝 말라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소말리아나 수단, 사하라 사막지대 중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영양실조나 식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리아 상황은 극단적이었다. 지구상에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먹을 것을 내주려는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력을 내세운 집단이 막고 있어서 굶는 사람들. 21세기의 굶주림은 대체로 그런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2021년 유엔이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기근’이라 했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