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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나치가 되어가는 이스라엘,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할까

시리아 내전이 한창일 때, 지금은 쫓겨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한 지역을 봉쇄했다. 전쟁 중에 정부군이 구호차량 드나드는 것조차 막으니, 고립된 마을에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아직 돌도 안 지난 것으로 보이는 아기의 사진이 용케 외신을 타고 전송됐다. 바짝 말라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소말리아나 수단, 사하라 사막지대 중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영양실조나 식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리아 상황은 극단적이었다. 지구상에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먹을 것을 내주려는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력을 내세운 집단이 막고 있어서 굶는 사람들. 21세기의 굶주림은 대체로 그런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2021년 유엔이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기근’이라 했던 마..

[2025.9] 항저우 여행

중국 동남부. 저장성의 성도. 인구 1,200만 명.항저우만 상류와 첸탕강 하구에 위치.면적이 16,000 제곱킬로미터. 강원도 면적.경제 중심도시. 작년 1인당 GDP 25,700$. 서호가 있는 물의 고장.서호 문화 경관, 대운하, 양저우 도시 유적지 등 세 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갖고 있다.호수, 습지 구경을 많이 했고 모기에 엄청나게 물렸다 ㅠㅠ 역사가 긴 도시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이 도시를 만들었음. 당시 이름 천탕.10세기 오월국(923–997)과 12-13세기 남송(1138–1276)의 수도. 송나라는 카이펑 수도였다가 여진족 금나라에 밀려 남쪽으로 옮겼다. 무협지에 천탕강과 ‘임안’이라는 도시가 나오던데 그게 항저우의 옛 이름이다.13-14세기 이탈리아 탐험가 겸 선교사 포르..

[구정은의 ‘수상한 GPS‘] 공습 받은 카타르, 중동의 기류는?

2025년 9월 9~10일 밤 사이,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했다. 최소 6명이 숨졌으며 사망자 중에는 카타르 장교도 있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표적 타격, 즉 암살 공격이었다. 카타르는 “주권 침해·공격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항의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직접 지목해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의 범죄적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아랍, 이슬람, 그리고 국제 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 무하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은 카타르로 날아가 타밈 국왕을 포옹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사우디, UAE와 카타르는 사이가 나빠 단교까지 했는데 이제는 날..

[구정은의 ‘현실지구‘] 카스피해가 점점 줄어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 카스피해. 면적이 37만㎢가 넘는다. 유라시아 복판에 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5개 나라가 접하고 있다. 카스피라는 이름은 고대에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이름에서 왔다고 한다. 카스피해는 ‘바다와 호수의 중간’이라고들 한다. 염도가 낮은 곳도 있고, 높은 곳도 있다. 주된 담수 유입원은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인 러시아의 볼가 강이다. 카스피해로 흘러들어가는 담수 80% 이상이 볼가 강에서 온다. 그래서 볼가 강 하류와 가까운 곳은 염도가 낮다. 평균 염도는 약 1.2%로 바닷물 평균 염도의 약 3분의 1이다. 그래서 주변에 짠물 생태계, 민물 생태계가 다 있다. 카스피해의 물의 양은 세계 전체 호수에 들어 있는 물의 40-44%를 차지한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 세계 정치 흔드는 인플루언서들

그는 스스로를 ‘탐사 전문 기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고문’이라고 부른다. 지난달 15일 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다친 아이들이 미국에 입국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이 아이들이 비자를 받은 방법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호단체 도움을 받아 샌프란시스코와 휴스턴에 도착한 아이들은 곧바로 치료를 받으러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입국할 수 있었던 과정이 이상하다”며 아이들을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튿날 미 국무부는 “검토를 진행하는 동안 가자지구 출신들에 대한 방문비자 발급을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이들이 받은 비자는 정착 비자도 아니고 치료만 받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의료-..

[구정은의 ‘수상한 GPS‘] 인도네시아 시위와 쁘라보워 정권의 위험한 행보

인도네시아 시위, 현재 상황: 8월부터 전국에서 시위 격화. 수년 내 최악의 사회 불안 사태로 평가되고 있다. 자카르타, 반둥, 수라바야, 족자카르타 등 자바 섬 대도시뿐 아니라 칼리만탄, 수마트라, 파푸아까지 시위가 번졌다. 9월 들어오면서 조금 진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인권단체와 현지 언론이 집계한 사망자는 최소 6명에서 많게는 10명. 부상자 약 1000명, 20명 이상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단은 '의원 특혜' 인도네시아 의회는 상원(DPD, 152석)과 하원 DPR(Dewan Perwakilan Rakyat)의 양원제.문제가 된 것은 하원. 580석, 여권 블록 348명, 야권 블록 232명. 8월 25일, 의원들이 월 5000만 루피아(약 420만원)씩 주거 수당을 지급받는 사실이 알려짐. 인..

도시로 보는 동남아시아사 1, 2

도시로 보는 동남아시아사 1, 2강희정, 김종호 외. 사우 8/27“동남아시아는 11개국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영역은 상당히 넓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면 넓지 않은 나라가 없다. 인구는 적은 편이다. 그래서 동남아시아는 도시가 중심이 되어 발달했다. 동남아시아 각국의 오랜 역사 동안 중요한 지역에서 거점이 되는 도시가 사실상 나라의 명운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쪽)정말 재미있다. 강희정 선생님 과 김종호 선생님 를 엄청 잼나게 읽었기에 이 책들도 나오자마자 망설임 없이 주문했는데 정작 읽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 펴들고 나니 이틀만에 두 권을 다 읽었다. 여행자를 위한 동남아 안내서다. 1권이 잘 팔려서 2권이 빨리 나왔다고 2권 서문에 써 있다 ㅎㅎ (그리고 2권은..

[구정은의 '수상한 GPS'] 스캠센터(사기센터)가 된 골든트라이앵글

지난해 두바이에 살던 코비(Kobi)는 온라인을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월 1200달러 주는 일자리가 있으니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항공료와 이주 비용도 회사에서 낸다고 했다. 그런데 라오스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기고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일해야 했다. 코비가 간 곳은 미얀마, 중국과 가까운 라오스의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GTSEZ)였다. 코비처럼 속아서 온 사람들이 하루 최대 17시간 동안 갇혀서 온라인 사기 행위를 강요받았다. 조조라는 우간다 여성은 “아시아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갔는데, 마찬가지로 사기조직에 감금돼 온라인 사기에 동원됐다. 알자지라방송이 5월 30일 보도한 사연이다.코비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곳에서 데이터 입력 업무를 할 거라 믿었지만, 도착 후 수많은 아..

맥신 베다 <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맥신 베다. 오애리, 구태은 옮김. 학고재. 8/23넘나 재미있었다. 아는 내용들이 많기는 하지만 워낙 관심 많은 주제이기도 하고, 글이 쉬운데다 번역도 매우 훌륭하다(오애리 선배와 태은이가 함께 번역한 책인데, 내가 아는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번역이 잘 돼 있다).읽고난 느낌 - 반성x10000000각종 정책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의류 산업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이 산업을 여성과 유색인종, 혹은 둘 다에 해당하는 ‘사회적 소수자'의 영역으로 밀쳐놨기 때문이었다. 산업화 초기 부터 의복은 이들 두 소수자 집단이 만들었고, 구매도 주로 여자들 몫이었다. 이 업계는 관심이 적은 탓에 규제도 대단히 적었고, 언론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딸기네 책방 2025.08.23

슘페터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조지프 슘페터. 변상진 옮김. 한길사. 8/231942년 책이다. 그 후의 상황을 알고 읽으니 전반적으로 우습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전혀 우습지 않다. 두고두고 언급되는 ‘창조적 파괴’와 경기 순환에 대한 것은 그렇다 치고, 당대의 지식인이 마르크스주의와 전간기 역사를 어떻게 분석했는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사실상 자본주의 경제는 정상적이지도 않고 정상적일 수도 없으며 일률적인 방식으로 단순히 확대되지도 않는다. 자본주의 경제는 새로운 기업에 의해서, 즉 새로운 상품 또는 새로운 생산방법 또는 상업상의 새로운 기회를 그때그때 존재하는 산업구조에 침투시킴으로써 내부로부터 부단히 변혁되고 있다.새로운 생산물들과 새로운 생산방법들은 기존의 생산물들 및 기존의 방법들과 ..

딸기네 책방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