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93

로버트 케이건, <밀림의 귀환>

밀림의 귀환로버트 케이건. 홍지수 옮김. 김앤김북스. 4/1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게 아니며, 아끼고 가꿔야 하는 정원 같은 것, 가장 애써야 하는 것은 결국 미국인데 미국이 가꾸길 포기하려 하니 밀림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 ‘지정학의 귀환’을 얘기하는 요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자유주의 체제를 살리자고 말하지만 아이켄베리 같은 이들과 비교하면 극히 현실주의적이다.전후 세계질서를 설계한 이들은 이러한 의미에서 현실주의자였지만, 그들이 보편적이고 부인할 수 없다고 믿었던 자유주의와 그 이념이 표방하는 이상과 원칙에 봉사하는 현실주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들은 미국 건국의 아버 지들과 비슷했다.그들은 당대의 그리고 현재의 이상주의적 국제주의자들이 지닌 낙관론, 즉 자유로운 상거래와 민..

딸기네 책방 2025.04.01

야성황, <중국필패>

중국필패야성황. 박누리 옮김. 생각의힘. 3/28재미있었다. 번역도 넘 좋고. 중국 정권의 지속력을 잘못 판단한 이들의 역사는 유구하고, 고든 창(2001, )은 그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1850년대에 마르크스는 청 왕조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민중 반란과 외세의 침략이 라는 엄청난 압력에 시달리면서도 청나라는 60년이나 더 버텼고 마르크스는 죽을 때까지 청의 멸망을 보지 못했다.중국을 잘 아는 사람들은 중국의 멸망을 섣불리 예측하지 않는다. 왕조 시대 중국에 대해 에릭 존스는 "중국의 유일무이함은 어마어마한 세월 동안 제국과 문화를 유지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학자 앤드류 네이튼Andew Nathan은 많은 사람이 천안문 사태가 중국의 붕괴를 불러오리라 예측할 때 중국의 "권위주..

딸기네 책방 2025.03.28

Karns 외, <국제기구의 이해>

국제기구의 이해 -글로벌 거버넌스의 정치와 과정(제3판)Margaret P. Karns • Karen A. Mingst • Kendall W. Stiles 지음김계동• 김현욱• 민병오• 이상현• 이유진• 황규득 옮김. 명인 문화사단편적으로 알던 것을 이렇게 한 번에 정리된 교과서로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오랜 기간 동안 국제관계 학자들은 정부간기구들이 회원국들을 대표하는 기관이라 간주하면서, 이 기구들의 조직적 특성, 의사결정체계 그리고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정부간기구들은 자체적인 권한을 가진 행위자로 인식이 되는데… 정부간기구 사무직원들은 회원국들이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은 정부간기구 직원들은 회원국정부에 의해 사무국 직원..

딸기네 책방 2025.03.21

칼 슈미트, <땅과 바다>

땅과 바다칼 슈미트. 김남시 옮김. 꾸리에. 3/17세계사는 땅의 힘에 대한 대양의 힘의 투쟁, 대양의 힘에 대 한 땅의 힘의 투쟁의 역사란다.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땅과 바다의 원소적 대립을 알아 차리고 있었는데, 19세기 말까지도 당시 러시아와 영국 간의 긴장을 "곰과 고래의 투쟁"이라고 지칭하곤 했어. -17헤겔의 광범위한 사유세계의 정신을 담지하던 독일의 지리철 학자 에른스트 캅Ernst Kapp은 『비교 보편 지리학Vergleichende Allgemeinen Brdkunde』 (1845)에서 물에 의거해서 제국의 발전 단계를 규정한 바 있단다. 그는 세 가지 발전단계를 구분하는데, 이는 거대한 드라마 한 편의 세 막에 해당돼. 그에게 세계역사는 "하천학적 Potanischen" 문화, 다시 말해 ..

딸기네 책방 2025.03.18

김성건, <글로벌 사회와 종교>

글로벌 사회와 종교김성건.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3/18  종교학 책이다보니 근본주의의 발흥에 대해 정치경제사회적 맥락을 빼고 설명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나 생명공학 시대의 종교 부분 등은 재미있었다. [서언] 연구의 배경과 출발점1) 1970년대 서구 중심으로 일어난 사회생활의 세계화는 종교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침2) 2001년 9/11 테러 뒤 사회이론과 국제정치 분야에서 세계화와 종교가 논제로 부상-세계화 과정에 대한 ‘지역적’ 반응으로서 종교적 근본주의의 부흥-지구 담론 속에서 앞으로 더 부상할 것으로 보이는 종교적 환경주의 세계화가 종교에 미친 영향(Beckford, 2003)첫째, 종교는 매우 선택적인 사례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세계화에 대한 단순한 이론화에 도전한다. ..

딸기네 책방 2025.03.18

해퍼드 존 매킨더, <심장지대>

심장지대 HEARTLAND해퍼드 존 매킨더. 임정관, 최용환 옮김. 글항아리. 3/6국제정치 책들에 계속 언급되는 고전인데 대학원 수업 교재이기도 해서 결국 사서 읽음. 재미있었다. 라틴 반도, 세계곶, 세계도(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땅덩이 전체)… 스케일도 크지. 옛날 책이고 좀 못된 책이지만 요즘 국제정세 생각하면서 읽기 좋다. 세계지리를 다른 방향에서, 말 그대로 남북의 방향에 얽매이지 않고 지도를 돌려가며 볼 수 있게 해준다. 대규모 전쟁은 국가 간 불균형 성장의 직간접적인 결과 다. 불균형 성장은 일부 국가에 인재와 에너지가 집중돼서 일어났다고만 볼 수는 없다. 원인의 상당 부분은 토양의 비옥함과 같은 자원 배분과 지리적 이유에서 발생하는 전략적 기회가 불균등하게 분포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본..

딸기네 책방 2025.03.06

클라우스 도즈, <지정학>

지정학클라우스 도즈. 최파일 옮김. 교유서가. 3/4지정학이라는 용어/학문의 역사를 알고 인식의 범위를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됨. 지정학은 세 가지 특징을 포함한다. 첫째, 지정학은 공간과 영토에 대한 영향력과 권력의 문제를 다룬다. 둘째, 지정학 은 세계정세를 이해하는 데 지리적 틀을 이용한다. 인기 있는 지리적 모형으로는 '세력권(sphere of infuence)', '블록(bloc)' '뒷마당(backyard) '인접국(neighbourhood)', '주변국(near abroad)' 등이 있다. 셋째, 지정학은 미래지향적이다. 지정학 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불변하기 때문에 일어날 법한 국가 행위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14나는 지정학이라는 용어를 이해하는 두 가지 근본적 방식을 제안하고자..

딸기네 책방 2025.03.04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배터리 전쟁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안혜림 옮김. 위즈덤하우스. 2/28개개인의 주도권과 자유 시장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석유 산업에 흔적을 남겼듯이, 공동의 노력과 수뇌부에서 지정한 우선 순위가 중요한 아시아식 자본주의는 세계로 뻗어나가며 배터리와 리튬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리튬 이온 배터리는 일본 기업 소니에서 최초로 상용화했고 일본이 핵심 부품 생산에서 여전히 확실한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은 배터리 기술이 정점을 찍기 전부터 대대적인 전기자동차 보급에 나섰다. 실제로 중국에는 산업계와 소비자들을 위한 전반적 체계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모든 단계가 중국 국경선을 넘지 않고 이루어진다. 이렇게 완성된 배터리들은 아마 외국인은 들어본 적도 없을 여러 전기자동차 브랜드에 공..

딸기네 책방 2025.03.01

박진빈, <백색국가 건설사>

백색국가 건설사. 박진빈. 앨피전작 와 문제의식이 이어져 있으면서, 논지는 훨씬 명확하다. 짧지만 재미있다. 이 책 먼저 읽고, 게리 거스틀의 를 읽고,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좀 더 긴 시간적 관점에서 바라 보면 좋을 것 같다.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이러한 개혁의 시대가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로 등장한 시대와 겹친다는 점이다. 어떻게 진보적 개혁이 제국주의와 같이 갈 수 있다는 말인가? 미국에서 혁신주의 개혁의 시기가 제국주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국내의 빈민과 노동자 복지 문제를 고민하던 시대에, 미국인들은 어떻게 외국에 대한 식민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이러한 의문은 당시 혁신주의자들 가운데 다수가 제국주의자였으며, 거의 대부분 전쟁을 지지..

딸기네 책방 2025.01.25

아인슈타인과 괴델

올해 첫 책은 (월터 아이작슨. 이덕환 옮김. 까치)였는데 긴 것에 비해 재미가 덜했다.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같이 걷는 장면이 맨 뒤에 나오길래 이어서 읽어야지 하고 (짐 홀트. 노태복 옮김. 소소의책)를 펼쳤는데, 진짜로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걷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제목만 비유적으로 저렇게 잡은 거였다. 물리학이라기보다는 수학 이야기에 더 가까운데, 재미있을 수 있었으나 뒤에 문화비평스러운 것을 붙여놔서 김이 샜다. 하지만 사진으로 올린 아래 구절 같은 거는 재미있었다.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과 괴델 불완전성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건 넘나 당연하지만, 그걸 직접 괴델에게 물어봤다가 쫓겨났다니. ㅎㅎ 만일 하이젠베르크에게 물어봤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세 번째 책은 (짐 배것. 박병철 옮김. 반니)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