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한스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국가 간의 정치 1, 2 한스 모겐소. 이호재, 엄태암 옮김. 김영사 일단 우리가 특정 개인들과 집단이 악의 근원이라고 동일시하고 나면 그들 개인과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인과적 연결 고리를 이해한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귀신론적 접근은 우리로 하여금 공산주의건 아니건 국가의 권력이라는 진정한 위협을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즉 매카시즘은 러시아 세력이라는 실제 위협을 대부분 허상에 불과한 국내 전복세력의 위협으로 대치했던 것이다. -92-93 우리 시대 특유의 두 가지 사실은 미국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의 상대적 중요성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먼저 이 책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미국은 지구 상의 가장 강력한 두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실재적, 잠 재적 여러 경쟁국과 비교해볼 때 미국의 대외 정책이 국제관계에..

딸기네 책방 2023.09.14

카를로스 푸엔테스, <의지와 운명>

의지와 운명 1, 2 카를로스 푸엔테스. 김현철 옮김. 민음사. 나는 흔히 말하듯 '봐줄 만한 모습이 아니다. 나는 잘린 머리다. 멕시코에 서 일 년 동안 잘린 머리 중 천 번째 머리다. 나는 일주일 동안 목이 잘린 쉰 명 중 한 명이며, 오늘 일곱 번째로 목이 잘린 사람이며, 최근 세 시간 십오 분 동안 유일하게 목이 잘린 사람이다. -13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이라니. 토마 피케티의 에 이 책 이야기가 나와서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가 올초 갈레아노의 책을 읽은 김에 라틴아메리카와 관련된 것들을 내처 읽었고, 에 푸엔테스가 여러번 언급되는 걸 보고 주문을 했다. 잘린 목이 하는 이야기. 처절하다. 정작 읽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올초 시작해서 이제야 끝냈다. 재미는 있는데 그렇다고 술술 넘기기엔 ..

딸기네 책방 2023.09.14

<넷플릭스 세계사>

넷플릭스 세계사 오애리, 이재덕. 푸른숲. 나야 뭐 영화라는 장르와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과도 거리가 멀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책 나오고 2주 만에 2쇄 들어간다는 얘기 듣고 저자 선생님^^께 축하를 보냈는데, 읽다 보니 진짜 흥미로웠다. 솔직히 말하면 국제뉴스에서 다뤘던 사건들 몇 개 말고는 나로서는 몽땅 모르는 얘기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오선배의 애정, 그리고 역사와 문화사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지식이 아주 제대로 담겼다. 오선배가 써야만 하는 게 바로 이 책이었다. 블루스가 쏘아 올린 차별을 향한 저항 1914~1950년은 미국 남부 시골에서 북부 도시로 600만 명 이 상의 흑인들이 이주한 현상을 가리키는 '흑인 대이동 Great Mgration' 이 일어난 시기다. 이들은 인종차별을 피..

딸기네 책방 2023.09.13

클라우스 뮐한 <현대 중국의 탄생>

현대 중국의 탄생 클라우스 뮐한, 윤형진 옮김. 너머북스 과 이어서 읽었다. 같은 시리즈는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연장선상에 있어서 청 제국과 관련된 앞부분에는 겹치는 내용이 적잖다. 예습(?)을 한 덕분에 읽기가 꽤 수월했다. 출판사가 같고, 표지도 비슷하고. 아마도 이어지는 컨셉트로 만든 듯. 재미있었다. 시진핑 시대를 다룬 뒷부분은 아무래도 지금껏 접해온 내용이 많았고 오히려 앞부분, 신해혁명 이후부터 내전 시기까지의 이야기가 내게는 더 새롭고 흥미로웠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서구 학자들 혹은 중국 학자들이 중국 역사를 바라봐온 시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연구사를 소개하는 부분들이 이번에도 매우 재미있었다. 하버드 시리즈와 이 책을 읽으니 묵은 숙제를 절반은 한 기분이다. 사실 작년에 중국 관련된 소..

딸기네 책방 2023.09.02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구정은,이지선. 북카라반 어려움에 처한 친구, 아프고 슬픈 일을 겪는 이웃, 혹은 낯선 이들일지라도 위험에 빠진 것을 보면 사람은 누구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모금을 하면 기부를 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죠.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과연 이런 작은 행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게 정말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최선의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곤 합니다. 마음은 있는데 실제로 돈을 내거나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때도 많고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돕는 것, 개인 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한계가 ..

개발과 원조에 관한 책들

마사 누스바움의 책 을 읽은 김에. 구호/개발/원조에 대한 책들을 모아봅니다. 개발경제학 공부하는 분들, 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더 전문적인 책들을 읽을 것이고, 여기 소개한 것들은 그저 저같은 '일반 독자'들이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만한 책들입니다. 먼저, 맛뵈기로 읽어볼만한 책. '실천윤리학자'로 유명한 호주 철학자 피터 싱어의 입니다. 물에 빠진 아이는 구해야 하죠. 화살을 맞은 사람이 있다면 '누가 쐈나' '화살 쏘기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막을 것인가'를 묻기 전에 일단 화살을 빼고 치료를 해줘야 하고요. 실은 이 얘기는 김혜자의 에 나온 거에요. 아프리카, 빈곤 등에 대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일단은 를 읽으라고 권합니다. 이론이니 뭐니 하는 것들 따지기 전에 아픔..

<하버드 중국사 -청>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 윌리엄 T. 로, 기세찬 옮김. 너머북스. 7/8 지금 역사가들은 40~50년 전과 매우 다르게 청 제국을 이해하고 있다. 1950~1960년대에는 학계에서 '청의 역사’라는 것이 사실상 없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중국 역사가들은 오랫동안 중국의 과거를 계속 이어지는 통치 가문들의 관점에서 체계화해왔다. 1912년에 탄생한 중화민국 정부도 청 왕조의 정사를 편찬했다. 1927년 청 제국의 관료였던 조이손(자오얼쉰) 주도하에 가 발간되었다. 그렇지만 유가적인 시대 구분법은 20세기 후반까지 서양에서는 널리 쓰이지 않았다. ... 미국에서 실질적인 중국 근대사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하버드 대학교의 존 킹 페어뱅크는 지난500년의 중국 역사를 1..

딸기네 책방 2023.07.25

<하버드 중국사- 원·명>

하버드 중국사 원·명 - 곤경에 빠진 제국 티머시 브룩. 조용헌 옮김 너머북스. 7/3 전체 시리즈의 책임편집자인 티머시 브룩이 원-명 시대를 저술했다. 머리말에서부터 조너선 스펜스를 얘기하더니, 글에서 스펜스의 향기가 물씬 난다. '용이 나타났다'는 기록을 가지고 글을 시작해서 소빙하기에 해당되는 당시 기후 재앙과 왕조의 성쇠를 엮는다든가, 서울의 골동품상을 거쳐 캐나다 터론토로 옮겨간 명대 인물의 비문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든가. 스타일의 이야기들이 많아 재미있는데, 원에 대한 설명이 적은 것은 조금 아쉽다. 중국인에게 1368년은 13세기 중엽부터 17 세기 중엽 사이 4세기에 걸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해당한다. 주원장이 주도하는 토착 반란 정권이 몽골을 몰아내고 '조국’을 재건한 해였기 ..

딸기네 책방 2023.07.09

<하버드 중국사 - 송>

하버드 중국사 송 - 유교 원칙의 시대 디터 쿤. 육정임 옮김. 너머북스. 7/2 아름답고, 화려하고, 유약하고, 말 많고. 한국 사극에서도 삼국시대 고려시대까지는 박진감이 넘치다가 조선으로 가면 나가서 말 달리며 싸우지는 않고 조정에서 이것이 도리가 아니네 예가 아니네 하면서 말싸움만 한다. 송나라가 그렇다. 당나라는 화려하고 국제적이면서 번창한 느낌이 강한 반면에, 송나라는 정교하고 룰 많고 예법 가지고 지지고볶고 ... 1126~1127년에 금의 침략을 당해 송 조정은 멀리 남쪽으로 피난을 갈 수밖에 없었으며, 거기서 1279년까지 다시 152년간 권력을 유지했다. 금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점을 고려해볼 때, 북송과 남송이 그렇게 오랫동안 존속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송 제국의 약점은 ..

딸기네 책방 2023.07.08

<하버드 중국사- 당>

하버드 중국사 당 - 열린 세계 제국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김한신 옮김. 너머북스 이 책만 두드러지게 번역 문장이 매우 나쁨. 영어 직역이라 비비꼬인. 대다수의 중국인은 당 왕조(618-907)를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화 제국의 절정기로 인식하고 있다. 당 제국은 청 왕조 이전 중국 왕조 중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였고 종교, 문자, 그리고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제도로 연결되었던 동아시아 세계의 중심이었다. 당대의 문인들은 중국의 위대한 서정시의 전통에서 최상의 시들을 만들어 내었고, 그것들은 중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의 문학 장르로 남았다. 정치와 예술에서의 초기 업적에 대한 찬양은 후대 왕조들에서 더욱 강조되었다. 당 왕조는 최후의 위대한 '중국 민족’ 왕조였다. (군사적으로 약체였..

딸기네 책방 202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