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식민주의-탈식민에 관한 책들

좀 전에 우리집에서 성실을 혼자 담당하고 계시는 분이 탈식민 세미나를 한다고 해서, 생각난 김에 제가 읽은 것들 목록을 정리해봅니다. 제 리스트들이 다 그렇듯이, 이 책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고요. 그냥 제가 읽은 책들 중에 탈식민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들이예요. 맨 먼저 꼽을 것은 단연 이 책이죠. 네그리튀드(흑인성, 흑인됨)라는 개념을 만든 에메 세제르의 . 한 흑인이 아프리카에서 납치되어 노예선 바닥에 실려 묶인 채 얻어터지고 모욕을 당하면서 대륙으로 이송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합시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을까요? 이 모든 것이 내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만, 그건 별로 ..

로베르토 페르난데스 레타마르 <칼리반>

칼리반 로베르토 페르난데스 레타마르. 김현균 옮김. 그린비 칼리반. 셰익스피어의 에 나오는 ‘원주민’의 이름이다. 마법사 프로스페로, 그의 딸 미란다, 요정 아리엘, 원주민 칼리반. 프로스페로는 유럽인의 은유이고, 칼리반은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은유다. 아리엘은 지식인, 미란다와 칼리반 사이의 아이는 메스티소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오랜 세월에 걸쳐 거듭 재해석됐다. 그렇게 수백년을 거쳐왔지만 여전히 칼리반은 유럽 문화의 사생아, 신식민주의의 희생양, 제3세계, 개도국으로 불린다. 카리브, 카니발에서 나온 말이라는 칼리반. 쿠바의 작가,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이 단어를 가지고 라틴아메리카의 작가들과 그들의 자의식, 라틴아메리카를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을 해부한다. 옮긴이에 따르면 “은 라틴아메리카 문화와 정..

딸기네 책방 2023.03.04

존 엘리엇, <대서양의 두 제국>

대서양의 두 제국 - 영국령 아메리카와 에스파냐령 아메리카 1492~1830 | 트랜스라틴 총서 19 존 H. 엘리엇 (지은이), 김원중 (옮긴이). 그린비 2017-08-30 갈레아노의 을 읽고 다른 책들도 좀 샀는데, 를 연달아 읽기 전에 오랫동안 꽂아두고 있던 이 책을 먼저 읽는 게 좋겠다 싶어 꺼내들었다. 일종의 크로스체크랄까. 결론적으로, 아주 도움이 됐다. 갈레아노의 책이 '얻어맞고 억눌리고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영국 학자 엘리엇의 이 책은 반대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제이자 목적은 두 제국의 지배를 받은 아메리카, 즉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경로가 어떻게 발전해갔으며 무엇이 그들을 다르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식민지 정복 이후 두 아메리카 세계의 궤적을 훑..

딸기네 책방 2023.01.28

<불의 기억>, 갈레아노가 들려주는 아메리카 서사시

불의 기억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박병규 옮김. 따님. 갈레아노의 , , 그리고 모두 너무 좋았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을 읽지 않은 게 늘 아쉬웠는데 누구누구님의 뽐뿌질에 결국 넘어가 작년에 책을 샀다. 그리고 올해의 첫 책은 이걸로 정했다! 역사책 아닌 역사이야기, 책이라기보다는 노래이고 시이고 이야기. 처참하면서도 아름답고, 생생하다. 유럽인들의 문법대로 정리하지 않아도 '역사는 현재다'. 마음과 기억 속에 남아 있으니까. 노래와 그림 속에 살아 있으니까. 갈레아노가 보여주는 것은 그런 노래, 그런 그림들이다. 신랄함과 함께 특유의 유머가 살아 있다. 그래서 더 신랄하다. "북쪽 지방의 큰 호수 옆에 살던 소녀는 문득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놀라운 세계에 눈을 뜬 소녀는 모험의 길..

딸기네 책방 2023.01.05

[뉴스1] 우리가 몰랐던 여성 과학자들 이야기…'사이언스 허스토리'

◇ 사이언스 허스토리/ 애나 리저·레일라 맥닐 저자 글/ 구정은·이지선 번역/ 학고재/ 2만원 '사이언스 허스토리'는 역사가 숨겨 둔 과학 속 여성들을 생생히 되살린 책이다. 남성이 지배해 온 과학 문화를 여성이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여성은 과학이 발전하는 데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녀들의 이야기는커녕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왜일까? 오랜 세월 과학계의 편협한 속성과 남성 중심의 편견이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를 외면하고, 왜곡하고, 억압하고, 감추었기 때문이다. 과학 전문 작가인 애나 리저와 레일라 맥닐은 어느 유적의 작은 그림에서, 개인 서재의 한 모퉁이에서 역사가, 제도가, 남성이 감추..

[한겨레] “나는 오빠의 도구”…남성 과학자 뒤의 과학자들

‘현대 화학의 아버지’ 앙투안 라부아지에는 아내의 번역본으로 공부했다. 영어와 라틴어를 공부한 아내 마리안 폴즈의 도움을 받아 당대의 최신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 마리안은 논문을 비평하고, 화학책의 서문을 쓰기도 했다. 마리안 같은 여성은 많았다. 그들은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과학을 사랑하고 탐구했다. 다만 편견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살아남지 못했을 뿐”이었다. 책에서 언급되는 넓은 의미의 여성 과학자는 82명에 달한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간호학)이나 레이철 카슨(식물학) 외에도 많은 이들이 “과학을 추구하는 신성한 전당에 들어가게 해달라 아우성치며” 자연과 인체와 우주에 매진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영국 최초의 여성 직업과학자였던 캐럴라인 허셜(천문학)은 자신을 조수로 고용해 ..

[세계일보] 역사가 감춰온 여성 과학자들의 이야기

사이언스 허스토리/애나 리저·레일라 맥닐 지음/ 구정은·이지선 옮김/ 학고재/ 2만원 여성 과학자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대부분은 고작해야 마리 퀴리, 로절린드 프랭클린 정도에서 멈춰버릴 것이다. 그만큼 여성 과학자가 없었던 탓일까? 그렇지 않다. 그 역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방대하다. ‘꽁꽁’ 숨겨졌을 뿐이다. 신간 ‘사이언스 허스토리’는 이런 남성 중심의 ‘히스토리’에 감춰졌던 여성 과학자들의 ‘허스토리’를 풀어낸다. 기록이 남아 있는 최초의 여성 과학자는 메소포타미아 고대도시 국가의 엔헤두안나. 무려 기원전 22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제사장으로 연중 제례 운영을 위해 달의 형상에 근거해 제례 달력도 관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드물게 나왔던 여성 과학자는 17∼18세..

2022년 읽은 책

에밀. 장 자크 루소. 김중현 옮김. 한길사. 1/10 유럽 1914-1949. 이언 커쇼. 류한수 옮김. 이데아. 1/25 유럽 1950-2017. 이언 커쇼. 김남섭 옮김. 이데아. 1/30 인간의 길을 가다. 장 지글러. 모명숙 옮김. 갈라파고스. 2/1 유로. 조지프 스티글리츠. 박형준 옮김. 열린책들. 2/19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파리드 자카리아. 권기대 옮김. 민음사. 2/19 유럽의 극우파들. 장 이브 카뮈, 니콜라 르부르. 은정 펠스너 옮김. 한울. 3/1 실패한 제국 1, 2. 블라디미르 주보크. 김남섭 옮김. 아카넷. 4/8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밀턴 마이어. 박중서 옮김. 갈라파고스 5/9 자본과 이데올로기. 토마 피케티. 안준범 옮김. 문학동네. 5/..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 유창훈 옮김. 글항아리. 북유럽 사민주의에 대해 한번 들여다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피케티의 책을 읽었고, 내친 김에 역시나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던... 이 책을 읽어줌. 북유럽에 대해 통 몰라서 생소한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더 많이 도움이 됐다. 20세기 스칸디나비아 모델의 역사 또는 사회민주주의의 성쇠는 세 가지 국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국면은 193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단적 경향들이 사라진 이후 노동자 계급은 두 나라의 지배 정당인 노동당과 함께 국가에 통합됐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역사적 타협이 농민과 노동자 사이의 타협이 발생한 것과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둘째 국면은 193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펼쳐졌다. ..

딸기네 책방 202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