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6

[세계일보] 역사가 감춰온 여성 과학자들의 이야기

사이언스 허스토리/애나 리저·레일라 맥닐 지음/ 구정은·이지선 옮김/ 학고재/ 2만원 여성 과학자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대부분은 고작해야 마리 퀴리, 로절린드 프랭클린 정도에서 멈춰버릴 것이다. 그만큼 여성 과학자가 없었던 탓일까? 그렇지 않다. 그 역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방대하다. ‘꽁꽁’ 숨겨졌을 뿐이다. 신간 ‘사이언스 허스토리’는 이런 남성 중심의 ‘히스토리’에 감춰졌던 여성 과학자들의 ‘허스토리’를 풀어낸다. 기록이 남아 있는 최초의 여성 과학자는 메소포타미아 고대도시 국가의 엔헤두안나. 무려 기원전 22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제사장으로 연중 제례 운영을 위해 달의 형상에 근거해 제례 달력도 관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드물게 나왔던 여성 과학자는 17∼18세..

2022년 읽은 책

에밀. 장 자크 루소. 김중현 옮김. 한길사. 1/10 유럽 1914-1949. 이언 커쇼. 류한수 옮김. 이데아. 1/25 유럽 1950-2017. 이언 커쇼. 김남섭 옮김. 이데아. 1/30 인간의 길을 가다. 장 지글러. 모명숙 옮김. 갈라파고스. 2/1 유로. 조지프 스티글리츠. 박형준 옮김. 열린책들. 2/19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파리드 자카리아. 권기대 옮김. 민음사. 2/19 유럽의 극우파들. 장 이브 카뮈, 니콜라 르부르. 은정 펠스너 옮김. 한울. 3/1 실패한 제국 1, 2. 블라디미르 주보크. 김남섭 옮김. 아카넷. 4/8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밀턴 마이어. 박중서 옮김. 갈라파고스 5/9 자본과 이데올로기. 토마 피케티. 안준범 옮김. 문학동네. 5/..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 유창훈 옮김. 글항아리. 북유럽 사민주의에 대해 한번 들여다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피케티의 책을 읽었고, 내친 김에 역시나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던... 이 책을 읽어줌. 북유럽에 대해 통 몰라서 생소한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더 많이 도움이 됐다. 20세기 스칸디나비아 모델의 역사 또는 사회민주주의의 성쇠는 세 가지 국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국면은 193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단적 경향들이 사라진 이후 노동자 계급은 두 나라의 지배 정당인 노동당과 함께 국가에 통합됐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역사적 타협이 농민과 노동자 사이의 타협이 발생한 것과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둘째 국면은 193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펼쳐졌다. ..

딸기네 책방 2022.12.25

유진 로건, <아랍>

아랍 - 오스만 제국에서 아랍혁명까지 유진 로건. 이은정 옮김. 까치 회사에 다닐 때 책을 옆에 놔두고 나중에 읽어야지 다음에 읽어야지 하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계속 미뤄지더니... 결국은 몇 년이 훌쩍 지나 개정판을 새로 사서 읽었다. 중동에 대한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지 꽤 오래됐다. 다른 것도 더 알 게 많은데 몇 권 그래도 읽어 봤으니 그 동네는 좀 후순위로 미뤄둬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아랍이라는 제목의 책을 지금 읽는다고 딱히 도움이 되는 게 있을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아랍 세계에 대해서 한 권의 책을 권하라고 한다면 단연 이 책이다. 당대 현지인들의 기록을 뒤져가며 그곳 사람들의 생각을 전해준다는 것이 큰 강점이고 최근세사까지 담은 것이 두 번째 강점이다. 처음에..

딸기네 책방 2022.12.23

[세계일보] '성냥과 버섯구름' 글로벌 뉴스로 보는 세계사

2022-08-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발병 1년여만에 경쟁적으로 개발됐다. 전에 없는 빠른 임상과 허가를 거친 코로나19 백신은 순식간에 전세계에 배포됐다. 그러나 팬데믹 앞에 똘똘 뭉친 인류가 빚어낸 성과라고 하기엔 찝찝한 구석이 있다. 말라리아처럼 백년이 넘는 기간에 천천히 백신이 만들어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5만∼10만년 전부터 존재했고, 유럽의 과학자들이 말라리아 모기와 원충 연구로 노벨 생리학상을 받은 것이 120년 전인데, 말라리아 백신은 2021년에야 국제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았다. 짐작하듯이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다. ‘가난한 나라의 빈민의 질병’인 말라리아에 기술과 자본을 가진 부자 나라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역사는 으레 승..

[프레시안] 훔친 다이아몬드, 콩고인의 잘린 손목, 머스크의 우주여행, 그리고...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2.09.17. 12:07:06 지난 8일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타계를 계기로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던 여왕의 온화한 이미지 속에 가려진 과거 제국주의 역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영국 왕관에 박힌 105.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코이누르'는 과거 식민지인 인도에서 강탈한 것이라며 이제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해시태그(#KohinoorDiamona)와 함께 올라오고 있다. 또 1950년대 케나 학살 피해자 후손들도 여왕의 죽음을 애도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1952년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개월 뒤 있었던 케냐 마우마우족 독립운동으로 반란에 가담했다는 명목으로 수년에 걸쳐 42만 명이 학살당했다. 케냐 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

[서울신문] 성냥·배터리·못·샴푸… 작은 물건이 바꾼 역사

서울신문 2022-08-18 신문의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도통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울 때가 많다.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 태평양 건너의 홍수와 산불, 지구 반대편의 독재와 시위…. 물리적·심리적으로 모두 멀리 떨어진 국제 뉴스는 자주 ‘남의 일’로 여겨진다. 책 ‘성냥과 버섯구름’은 이런 남의 얘기 같은 글로벌 뉴스와 세계사의 맥락을 짚어 주는 해설서와 같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배터리, 못, 샴푸, 생리대, 바코드 등 물건들의 기원을 짚는가 하면 이 작은 물건들이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 돌아본다. 언론사 기자로 국제부·문화부 등에서 오래 일한 저자들이 취재력을 바탕으로 촘촘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구전동화 같기도, 백과사전 같기도 하다. 백인 남성 위주로 기록된 힘과 헤게모니의 세계사가 아..

블라디슬라프 주보크, <실패한 제국>

실패한 제국 - 냉전시대 소련의 역사 1, 2 A Failed Empire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김남섭 옮김. 아카넷 소련 사람이 쓴 소련 역사책. 아주 재미있었음. 소련 출신으로 영국 LSE 교수인 저자는 20세기 러시아사 전문가라고 하는데, '혁명'과 '제국'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소련을 분석한다. 혁명으로 세워진 거대한 제국. 혹은, 혁명으로 세워졌지만 제국이 되고자 했고 끝내는 '실패한 제국'이 되고 만 나라. 혁명-제국 패러다임이라고 저자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분석틀을 일관되게 강조했다기보다는 기록과 자료들을 꼼꼼히 뒤져 소련 시기의 정책 결정과정을 재구성한 책으로 보는 편이 낫겠다. 전체적인 서술은 지도자 중심으로 돼 있다. 저자는 지도자의 개인적인 특성은 때로는 흔히들 얘기하는 것보다..

딸기네 책방 2022.10.04

우승훈,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 우승훈 (지은이) 힐데와소피 아프리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 아프리카는 구호나 원조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뉴스의 변방에 머물 뿐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치타, 하마 등 동물에 비유해서 쓴 신문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한국인도 적고, 체류하는 사람은 더욱 적다. 국내에 출간돼 있는 책조차 많지 않다. 특히 최근의 정보를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며,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은 더욱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말 값지다. 긴 세월 세계로부터 핍박과 경시를 받았지만 실상은 인류의 고향인 곳, 빈곤과 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역동성과 희망을 보여주는 그 대륙에 머물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한 충실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정치..

딸기네 책방 2022.09.20

<깃발의 세계사>

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Worth Dying for: The Power and Politics of Flags 팀 마샬 (지은이),김승욱 (옮긴이) 푸른숲 ‧ 해제 : 베테랑 언론인이 보여주는 깃발의 정치학 2019년 중국 정부의 억압에 항의하는 홍콩인들의 시위가 벌어졌을 때, 친중국파로 알려진 배우 재키찬成龍은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红旗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재키찬뿐 아니라 중국의 여러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이 잇달아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오성홍기를 지지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홍콩 시위대 일부가 오성홍기를 태우거나 바다에 버린 일이 알려지면서, 홍콩의 반反중국 감정 못지 않게 본토의 반홍콩 감정이 높아졌을 때였다. 대중들의 지지를 먹고사는 스타들로서..

딸기네 책방 202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