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6

올 해의 첫 책, 루소의 <에밀>

올 해의 첫 책. 장 자크 루소, . 김중현 옮김, 한길사. 딱히 첫 책으로 고른 이유는 없다. 오래 전에 사놓은 한길그레이트북스 가운데 이제는 몇 권을 골라서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첫 책이 됐다. 실행할 만한 것을 제안하려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게 말한다. 그것은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사람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을 하라고 제안하라.” (56쪽) 우리의 능력과 기관들의 내적인 성장은 자연의 교육이다. 반면 그 성장을 이용하도록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인간의 교육이다. 그리고 우리와 접촉 하는 대상들에 대한 경험 획득은 사물의 교육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세 종류의 선생을 통해 교육 받는다. 그 상이한 세 가지 교육 중 자연의 교육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

딸기네 책방 2022.01.09

2021년 읽은 책들

1. 기후카지노. 윌리엄 노드하우스. 황성원 옮김. 한길사. 1/5 2. 1945. 마이클 돕스. 홍희범 옮김. 모던아카이브. 1/10 3. 아랍. 팀 매킨토시-스미스. 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1/26 4. 대격변. 애덤 투즈. 조행복 옮김. 아카넷 1/30 5. 화교 이야기. 김종호. 너머북스. 1/30 6. 과학의 씨앗. 마크 라이너스. 조형택 옮김. 스누북스. 1/31 7. 아편과 깡통의 궁전. 강희정. 푸른역사. 2/4 8. 1962. 마이클 돕스. 박수민 옮김. 모던아카이브. 2/22 9. 리씽킹 이코노믹스. 엥겔베르트 스톡하머 외. 한성안 옮김. 개마고원. 2/23 10. 일을 잘 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 구스노키 켄. 김윤경 옮김. 리더스북. 3/15 11. 좁은 회랑. 대런 애쓰모글루,..

꼭 기록해야 할 책, '사회정의와 건강'

(배리 S. 레비 엮음, 신영전 외 옮김, 한울) 사회정의와 건강에 대한 이슈들을 종합 정리한 책. 얼마나 광범위한, 그러나 꼭 필요한 이슈들을 다뤘는지는 목차를 보면 안다. 01 사회 불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배리 S. 레비 02 사회적으로 불리한 사람들 |마이클 마멋·루스 벨 03 유색인종 |캐럴 이슬리 앨런·셰릴 E. 이슬리 04 여성 |지나 마란토 05 아동 |사라 로젠바움·케이 A. 존슨·레이첼 건살루스 06 노인 |스티븐 P. 월리스·캐럴 L. 에스테스 07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트랜스섹슈얼 |에밀리아 롬바디·탈리아 매 벳쳐 08 장애인 |노라 엘런 그로스 09 수감된 사람들 |어니스트 드러커 10 노숙인 |엘리자베스 무어·테레사 H. 정·이자디 마그수디·릴리안 겔버그 ..

딸기네 책방 2021.12.30

나의 올해의 책, <잃어버린 계몽의 시대>

999년 403킬로미터도 더 떨어져 있는, 오늘날의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에 살던 두 청년이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그들은 그 무렵 자주 이용되던 비둘기로 서신 왕래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편지가 너무 길고 무거웠다. 서신 교환은 스물여덟 살로 연장자이던 이가 약간의 친분이 있던 열여덟 살의 청년에게 과학과 철학에 관계된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그가 던진 거의 모든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렬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였다. 두 사람은 적어도 네 차례의 긴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그들은 별들 가운데 또 다른 태양계가 존재하는지, 아니면 우주에는 우리 행성만이 존재하는지를 물었다. (45쪽) S. 프레더릭 스타의 (이은정 옮김, 길). 비루니와 이..

딸기네 책방 2021.12.26

박민희, '중국 딜레마'

박민희, (한겨레출판). 시진핑 시대의 첫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 그는 중국몽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비전을 내놓으며 자신만만한 지도자로서 등장했지만, 공산당 내부를 향해 발신한 메시지는 전혀 달랐다. 2012년 12월 첫 지방 시찰로 광둥성을 찾아가 열었던 당 내부 회의에서 그는 “왜 소련이 해체되었는가? 소련공산당은 왜 붕괴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념과 신념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정치적 부패와 이단적 이데올로기, 군부의 불충성이 지배당의 붕괴를 가져왔다. 그리고 고르바초프의 조용한 말 한마디와 함께 그 위대한 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아무도 저항하려 나서지 않았다.” 시진핑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시진핑 리더십은 처음부터 외부로는 강력한 자신감, 내부로는 불안감..

딸기네 책방 2021.12.20

나오미 클라인, '미래가 불타고 있다'

미래가 불타고 있다 - 기후 재앙 대 그린 뉴딜 On Fire (2019년) 나오미 클라인 (지은이), 이순희 (옮긴이) 열린책들 그레타가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지구의 위기에 관해 배운 것과 자신과 가족의 생활 방식 사이의 인지부조화를 줄일 방법을 찾아낸 데 있었다. 아이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자고, 최소한 육류만큼은 절대로 먹지 말자고, 비행기 여행도 절대로 하지 말자고 부모를 설득했다(유명한 오페라 가수인 아이의 어머니에게 이것은 엄청난 희생을 의미했다). 이 가족이 생활 방식을 바꾼 덕분에 대기로 배출되지 않은 탄소의 양은 극히 미미했다. 그레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지구의 위급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반영하는 생활 속 실천을 하자고 가족을 설득한 경험 덕분에 정신적 ..

딸기네 책방 2021.11.10

이반 일리치, '젠더'

일리치의 책은 언제나 오래된 듯한, 그러나 낯설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반 일리치. 허택 옮김. 사월의책)는 특히 그렇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이 책을 읽는다면 욕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또한 동조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다. 토박이 문화에서는 장소, 시간, 도구, 일, 말투와 몸짓, 감각 등을 남자와 결부시키거나 여자와 결부시켜 구분했다. 이러한 연관관계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사회적 젠더를 이룬다. 나는 이것을 토박이 젠더(vernacular gender)라고 부르겠다. 왜냐하면 이 연관관계는 토박이 방언이 그러하듯이 같은 전통을 가진 사람들(라틴어로 gens 곧 핏줄)에게만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처럼 ‘젠더’라는 말을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쓰려고 한다..

딸기네 책방 2021.11.07

조르조 아감벤 '얼굴 없는 인간'

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가 인간의 삶, 그리고 정치 공학적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관점에서든 우리는 이 문제를 고찰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발생한 매우 특이한 성질과 관련된 사안이다. 카네티는 이라는 걸작을 통해 접촉에 대한 두려움이 권력의 기반이 되는 ‘군중’과 연관되어 있다고 정의한다. 인간은 보통 타인과의 접촉을 두려워하고, 거리 두기는 이러한 두려움의 결과지만, 이러한 두려움이 전복되는 유일한 상황이 군중이다. “인간은 군중 속에서만 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 군중이 되어 자신을 버리는 순간부터 타인과의 접촉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옆에 다가오는 모든 이와 동질감을 느끼고, 자기 자신처럼 타인을..

딸기네 책방 2021.10.31

[독서신문]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짜 원인은 공장식 축산이다

안지섭 기자 2021.10.04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서 온 걸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유출됐다는 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WHO는 다시 근원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미 미네소타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에 따르면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 논쟁은 사실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질병의 시발점에 관한 논의일 뿐 진짜 중요한 원인은 따로 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의 근원이 신자유주의 문명의 야생지역 파괴와 공장형 축산을 포함한 애그리비즈니스(농축산업)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 채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만 들여다보는 데 매달리는 방역 전문가는 죽은 역학자들이라고 비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과 유행에는 더 큰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책 『죽..

[서울신문] 사람을 위한 팬데믹 연구… ‘위드 코로나’ 지름길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죽은 역학자들/롭 월러스 지음/구정은·이지선 옮김/너머북스/308쪽/2만 1000원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80%에 근접했고 2차 접종률도 60%를 넘어서면서 다음달 초쯤엔 일상으로의 복귀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얼마 전 백신 접종률 60%를 넘어서면서 감염자 집계 중단과 위중증 환자와 치명률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은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도 속속 ‘위드 코로나’에 동참할 모양새다. 진화생물학자이자 역학자인 롭 월러스의 ‘죽은 역학자들’은 코로나19로 대표되는 역병에 대한 우리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자고 촉구하는 책이다. 그는 단순한 방역이나 백신만으로는 앞으로 계속 밀어닥칠 전염병에 맞설 수 없다고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