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54

[한겨레 서평]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내일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나

10년 뒤를 결정할 기술 변화와 인간, 그리고 정치 비관할 수밖에 없는 현재에서 ‘가느다란 낙관’ 찾기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우리가 결정해야 할 11가지 거대한 이슈 구정은·이지선 지음/추수밭·1만6000원 전대미문, 사상초유, 미증유…. 이뿐인가. 공전, 파천황, 희유, 희대, 전무후무…. 언론이 흔히 쓰는 말이다. 이제까지 들어본 적도, 있어 본 적도 없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니. 코로나19 대유행도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다. 당대 사건과 사물을 과장하고 부풀리는 데 이용된다. 전대미문에, 사상초유란 없다. 이미 예비되어온 일이다. 코로나19만 해도 그렇지 않나. 이밖에도 인간 역사에는 인류를 몰살 직전까지 몰아붙인 질병과 전쟁, 참사가 허다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계에 대한 책들

의 두번째 책을 내기 위해, 뭐 그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무래도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사람 대신 일하는 것들에 대해 공부를 해보기로 한 것이 재작년. 그동안 읽은 책들을 정리해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종사자도 아닌지라,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담긴 책들은 읽지 않았고 개념 차원에서 뭐랄까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오래된 책들과 개론서들입니다. 리뷰는 역부족이고 스크랩이라도 좀 해놨으면 좋으련만 정리를 너무 안 해둬서 아쉽네요.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은 맥스 테그마크의 . 재미있어요! 이해하기 쉽고, 정리도 잘 돼 있고.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이 책을 거의 제일 먼저 읽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비롯해 여러 책에서 언급되는 것들을 찾아봤어요. '인공지능의 아버지'라는 수식어..

10년 후 세계사, 두번째 미래

미래는 닥치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욕심인지 알고 있다. 더군다나 매일 눈을 뜨면 새로운 소식, 놀라운 뉴스, 혹은 비극적인 사건이 눈과 귀로 날아드는 시대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변화의 방향을 어설프게나마 짐작해 보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문제들이 불거질지,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누가 이 흐름에서 밀려날 것인지, 그 아픔을 줄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 《10년 후 세계사》에서 코앞으로 닥친 변화들 몇 가지를 짚었다. 정규직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세계를 떠받치는 저임금 산업의 현실과 점점 커지는 격차 문제를 다뤘다. 달라지는 인구구조와 민주주의의 쟁점들, 무한경쟁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

폴 콜리어, '자본주의의 미래'

폴 콜리어의 책은 나오는 족족 읽어둬야 한다. 국내에 번역된 책 5권 가운데 4권을 읽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매우매우x500 재미가 있었다.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냉정하게, 그러면서도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제학자라니. 정치 세력으로서의 사회민주주의는 지금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0년은 재앙의 연속이었다. 중도 좌파 쪽을 보자면, 버니 샌더스에게 상처를 입은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했다.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이끌던 영국 노동당은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당권을 장악당했다. 프랑스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이 연임 가능한 두 번째 임기의 대선 출마를 포기했고, 그를 대신한 사회당의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은 8퍼센트에 불과한 득표율로 완패했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

딸기네 책방 2021.06.21

마이클 돕스, '1991'

3부작을 이제 다 읽었다! 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마이클 돕스. 허승철 옮김. 모던아카이브. 저자의 집필은 인데 나는 시대순으로 읽었다. 는 지겨웠다. 언젯적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상세하게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는 어떤 면에서는 더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저 그랬다. 아무리 저자가 '그 해가 중요했다'고 강조한들, 1962년을 '전후 세계가 형성된 해'나 '냉전 체제가 무너진 해'와 비슷한 비중으로 평가할 수는 없잖아? 극적인 요소들을 집어넣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이렇게 상세하게 알 필요까지야2'가 되었다. 반면 은 셋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셋 중에서가 아니더라도 그냥 재미있었다. 첫째, 이 또한 30년 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비교적 ..

딸기네 책방 2021.06.05

유라시아의 교차로, 신장의 역사

제임스 밀워드의 (김찬영, 이광태 옮김. 사계절)를 읽었다. 당초 목화와 로프노르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는데 책이 정말 방대하면서도 흥미진진했다. 166만 4900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지닌 신장은 영국, 프랑스, 독일과 스페인을 합한 것과 동일한 크기이다. 만약 이 지역이 국가라면 리비아보다는 작고 이란 보다는 큰, 세계에서 16번째로 큰 국가가 될 것이다. 신장은 중화인민공화국 면적의 6분의 1을 이루고 있으나 2000년에는 중국 인구의 1.5퍼센트만이 이 지역에 거주했다. 공식적인 자료들은 신장이 기원전 60년부터 중국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나 이 지역의 주민들은 겨우 지난 세기에 중국어를 말하게 되었고 중국의 기준에서 보자면 이 지역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희소하다. 신장은 18세기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경..

딸기네 책방 2021.05.30

마사 누스바움, '세계시민주의 전통'

"이처럼 도덕적으로 위험한 시대에, 모든 인간은 평등한 존엄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출생이나 국적 같은 우연이 공동의 책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사상의 고귀한 전통에 대해 숙고해보면 다시 용기가 날지 모르겠다. 내가 이 책에서 탐구하는 철학적 전통은 이런 생각을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라고 부른다." 마사 누스바움의 (강동혁 옮김. 뿌리와이파리)을 읽었다. 누스바움의 책은 처음 읽는 것이고, 사실 어떤 학자인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극적이진 않지만 찬찬히 설명해주는 좋은 책. 키케로, 그로티우스, 애덤 스미스의 글들을 중심으로 세계시민주의의 바탕을 훑고, 지금, 현대의 세계시민주의의 한계와 지향점을 짚는다. 구체적인 사례가 아니라 이론을 바탕으로 틀을 잡아가는 것이어서 오..

딸기네 책방 2021.05.20

'좁은 회랑'에 들어가려면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장경덕 옮김. 시공사)을 끝냈다. 를 재미있게 봤고, 한번 재미있게 읽은 저자의 책은 더 읽는 것이 버릇;;이라 이 책도 고민 없이 구입. 뭐,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길게 설명할 정도로 정교하거나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았던 듯.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을 지난해에 읽었는데 그것과도 느낌이 좀 비슷하다. 동서양의 기나긴 역사를 풀어주면서 나름 여러 문명권/나라의 사례를 비교분석한다. 그런데 한 문명권/나라에 대한 지식은 파고들어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세상 어느 문명/나라가 이렇다 저렇다 단칼에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겠는가. 분석틀에 맞춰서 요점을 뽑아내려면 단순화를 피할 수 없는데, 그렇다 보면 결국 틀에 맞춘 인상이 강해진다. 저자 '맘대로' ..

딸기네 책방 2021.03.31

강희정, '아편과 깡통의 궁전'

지인의 책을 선물받으면 '읽고 나서 반드시 후기를 올려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받는 순간에 감이 왔다. 아주 재미있을 게 분명하다는. 어머, 이건 내가 꼭 읽어야 해! ㅎㅎ 그런데도 오랫동안 꽂아놓고만 있다가 얼마 전 '화교 이야기'를 읽고 책장에서 꺼내들었다. 강희정 선생의 (푸른역사)은 굳이 와 비교하자면 조금 더 전문적이고, 조금 더 학술적이다.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라는 세 흐름을 아편, 깡통, 고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분석해 동남아시아 화교의 역사를 그려낸다. 주된 무대는 말레이시아의 페낭이라는 작은 지역이지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라는 넓은 지역이 페낭을 중심으로 한 화교 역사의 지리적 배경이 된다. 영국의 식민주의, ..

딸기네 책방 2021.02.22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시아...김종호의 <화교 이야기>

세상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이정희 선생의 를 정말 재미있게 읽으면서 한국 화교의 역사뿐 아니라 몰랐던 한국의 근대 자체를 새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면, 이 책은 화교의 역사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두루 훑게 해준다. 책 만듦새가 학교 교과서 같고 어딘가 약간 촌스러운(?) 느낌도 좀 나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어찌나 재미있는지 그 촌스러움을 다 까먹었다. 아편 자본은 다른 동남아 대량 물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해 주는 자금원이기도 했다. 주석, 고무, 후추, 갬비어, 금, 쌀 등이다. 아편자본을 바탕으로 중국인 상인이 각 항구도시에서 항로를 개설하고, 부동산제국을 세우고, 공장 및 은행 등 각종 기업을 설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아편자본의 활용을 통해 아시아의 거대도시들이 탄생할 수 있었는데,..

딸기네 책방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