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7

[책 소개]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출판사 책소개] “한 사람이 그렇게 큰 증오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 배제와 억압, 전쟁과 빈곤의 세계에 서서, 인간과 비인간, 지구의 공존을 꿈꾼 사람들의 24가지 말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전쟁으로 찢긴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나선 여성, 양차 세계대전이라는 질곡과 몸의 장애를 끌어안으며 전쟁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자고 호소한 사회주의자, 명분 없는 전쟁을 막기 위해 무기를 파괴하는 활동을 조직한 가톨릭 사제가 있다. 지금은 ‘내전’과 ‘난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시리아를 오랫동안 좀먹은 독재 정권과 억압적인 질서의 실상을 자신이 쓴 시들로 폭로한 망명 시인이 있고, 여섯 자녀 중 다섯을 ‘애버리지니 보호위원회’에 도둑맞은 아..

[경향 서평]<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배제와 억압에 맞서는 목소리들

배문규 기자 2020.12.03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구정은, 이지선 지음 | 후마니타스 | 392쪽 | 1만8000원 “한 사람이 그렇게 큰 증오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노르웨이 노동당 청년동맹의 어느 소녀가 한 말) 는 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만나고, 온전히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책이다. 책에는 알려진 혹은 조금은 낯선 24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기는 어렵다. 도처에서 배제와 억압, 전쟁과 빈곤, 그리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책의 등장인물이다. 세계 곳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전쟁으로 찢긴 사회를 재건하기 위..

[한겨레 서평]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내일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나

10년 뒤를 결정할 기술 변화와 인간, 그리고 정치 비관할 수밖에 없는 현재에서 ‘가느다란 낙관’ 찾기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우리가 결정해야 할 11가지 거대한 이슈 구정은·이지선 지음/추수밭·1만6000원 전대미문, 사상초유, 미증유…. 이뿐인가. 공전, 파천황, 희유, 희대, 전무후무…. 언론이 흔히 쓰는 말이다. 이제까지 들어본 적도, 있어 본 적도 없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니. 코로나19 대유행도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다. 당대 사건과 사물을 과장하고 부풀리는 데 이용된다. 전대미문에, 사상초유란 없다. 이미 예비되어온 일이다. 코로나19만 해도 그렇지 않나. 이밖에도 인간 역사에는 인류를 몰살 직전까지 몰아붙인 질병과 전쟁, 참사가 허다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계에 대한 책들

의 두번째 책을 내기 위해, 뭐 그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무래도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사람 대신 일하는 것들에 대해 공부를 해보기로 한 것이 재작년. 그동안 읽은 책들을 정리해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종사자도 아닌지라,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담긴 책들은 읽지 않았고 개념 차원에서 뭐랄까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오래된 책들과 개론서들입니다. 리뷰는 역부족이고 스크랩이라도 좀 해놨으면 좋으련만 정리를 너무 안 해둬서 아쉽네요.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은 맥스 테그마크의 . 재미있어요! 이해하기 쉽고, 정리도 잘 돼 있고.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이 책을 거의 제일 먼저 읽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비롯해 여러 책에서 언급되는 것들을 찾아봤어요. '인공지능의 아버지'라는 수식어..

10년 후 세계사, 두번째 미래

미래는 닥치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욕심인지 알고 있다. 더군다나 매일 눈을 뜨면 새로운 소식, 놀라운 뉴스, 혹은 비극적인 사건이 눈과 귀로 날아드는 시대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변화의 방향을 어설프게나마 짐작해 보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문제들이 불거질지,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누가 이 흐름에서 밀려날 것인지, 그 아픔을 줄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 《10년 후 세계사》에서 코앞으로 닥친 변화들 몇 가지를 짚었다. 정규직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세계를 떠받치는 저임금 산업의 현실과 점점 커지는 격차 문제를 다뤘다. 달라지는 인구구조와 민주주의의 쟁점들, 무한경쟁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

폴 콜리어, '자본주의의 미래'

폴 콜리어의 책은 나오는 족족 읽어둬야 한다. 국내에 번역된 책 5권 가운데 4권을 읽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매우매우x500 재미가 있었다.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냉정하게, 그러면서도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제학자라니. 정치 세력으로서의 사회민주주의는 지금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0년은 재앙의 연속이었다. 중도 좌파 쪽을 보자면, 버니 샌더스에게 상처를 입은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했다.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이끌던 영국 노동당은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당권을 장악당했다. 프랑스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이 연임 가능한 두 번째 임기의 대선 출마를 포기했고, 그를 대신한 사회당의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은 8퍼센트에 불과한 득표율로 완패했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

딸기네 책방 2021.06.21

마이클 돕스, '1991'

3부작을 이제 다 읽었다! 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마이클 돕스. 허승철 옮김. 모던아카이브. 저자의 집필은 인데 나는 시대순으로 읽었다. 는 지겨웠다. 언젯적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상세하게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는 어떤 면에서는 더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저 그랬다. 아무리 저자가 '그 해가 중요했다'고 강조한들, 1962년을 '전후 세계가 형성된 해'나 '냉전 체제가 무너진 해'와 비슷한 비중으로 평가할 수는 없잖아? 극적인 요소들을 집어넣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이렇게 상세하게 알 필요까지야2'가 되었다. 반면 은 셋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셋 중에서가 아니더라도 그냥 재미있었다. 첫째, 이 또한 30년 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비교적 ..

딸기네 책방 2021.06.05

유라시아의 교차로, 신장의 역사

제임스 밀워드의 (김찬영, 이광태 옮김. 사계절)를 읽었다. 당초 목화와 로프노르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는데 책이 정말 방대하면서도 흥미진진했다. 166만 4900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지닌 신장은 영국, 프랑스, 독일과 스페인을 합한 것과 동일한 크기이다. 만약 이 지역이 국가라면 리비아보다는 작고 이란 보다는 큰, 세계에서 16번째로 큰 국가가 될 것이다. 신장은 중화인민공화국 면적의 6분의 1을 이루고 있으나 2000년에는 중국 인구의 1.5퍼센트만이 이 지역에 거주했다. 공식적인 자료들은 신장이 기원전 60년부터 중국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나 이 지역의 주민들은 겨우 지난 세기에 중국어를 말하게 되었고 중국의 기준에서 보자면 이 지역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희소하다. 신장은 18세기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경..

딸기네 책방 2021.05.30

마사 누스바움, '세계시민주의 전통'

"이처럼 도덕적으로 위험한 시대에, 모든 인간은 평등한 존엄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출생이나 국적 같은 우연이 공동의 책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사상의 고귀한 전통에 대해 숙고해보면 다시 용기가 날지 모르겠다. 내가 이 책에서 탐구하는 철학적 전통은 이런 생각을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라고 부른다." 마사 누스바움의 (강동혁 옮김. 뿌리와이파리)을 읽었다. 누스바움의 책은 처음 읽는 것이고, 사실 어떤 학자인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극적이진 않지만 찬찬히 설명해주는 좋은 책. 키케로, 그로티우스, 애덤 스미스의 글들을 중심으로 세계시민주의의 바탕을 훑고, 지금, 현대의 세계시민주의의 한계와 지향점을 짚는다. 구체적인 사례가 아니라 이론을 바탕으로 틀을 잡아가는 것이어서 오..

딸기네 책방 202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