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80

마이클 영, '능력주의'

능력주의 마이클 영, 유강은 옮김. 이매진. 12/31 Meritocracy. '능력주의'라고 번역돼 있긴 하지만 무슨무슨 '크라시'가 붙는 것에서 보이듯 정확히 말하면 능력에 따른 지배, 능력계급주의다. 일단 쟁이고 보는 유강은 번역가가 옮긴 책. 오래도록 회사 책상에 놓아두기만 했다가 퇴사하기 전부터 읽기 시작했고, 늘 그렇듯 한참 시간을 끌며 두어장씩 넘기다가 결국 해가 바뀌기 직전에야 끝을 냈다. 책 표지도 크기도 팜플렛 같다. 두껍지 않고 군더더기도 없다. 제목이나 표지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사회과학 책이나 평론처럼 생긴 이 책의 장르는 소설이다. 1958년 영국 노동당 이론가였던 마이클 영이 쓴 것으로, 가상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2043년의 영국을 말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세..

딸기네 책방 2020.12.31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김재경 옮김. 추수밭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이 책은 현 세대의 '침묵의 봄'이 될 것이다-워싱턴포스트"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쳐올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 "이미 재난은 닥쳐왔고 미래는 결정되었다" "읽고 마땅한 반응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눈물을 흘려라" '우리의 상식과 사회의 근간을 뒤집을 기후재난의 새로운 미래' 책 앞뒤 표지와 띠지에 적힌 홍보문구들. 현란하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은 좋은데, 공포마케팅이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위기'와 '재난'을 강조한 문장과 글귀가 가득하니 지레 질린다. 실은 그래서 책을 읽다 말다 했다. 원체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책을 읽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

딸기네 책방 2020.12.22

빅브라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

빅브라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 리타 홍 핀처 지음, 윤승리 옮김. 산지니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번역이 너무 어색하고 껄끄럽고 중언부언 다듬어지지 않아서 좀... 중국 정부는 이름 없는 여성들을 탄압함으로써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저항하는 강력하고 새로운 상징, ‘페미니스트 파이브’의 탄생을 부추겼을 뿐이다. 중국 정부의 지도자들이 다섯 명의 젊은 여성들을 베이징과 다른 두 도시에 구금함으로써 태동하는 페미니즘 운동을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들의 판단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페미니스트 파이브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신속히 퍼져나갔다. 이들을 지지하는 시위대들이 미국, 영국, 홍콩, 한국, 인도, 폴란드와 호주에서 행진을 벌였고, 세계의 여러 주류 언론들..

딸기네 책방 2020.08.23

닉 보스트롬 '슈퍼인텔리전스'

슈퍼인텔리전스 - 경로, 위험, 전략 닉 보스트롬. 조성진 옮김. 까치 경제학자 로빈 핸슨은 과거의 경제, 인구 수치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규모가 이전보다 2배 증가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을 다음과 같이 추산하고 있다. 즉 홍적세(Pleistocene)의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22만4,000년이 소요되었고, 농경 사회에서는 909년이, 그리고 산업 사회에서는 6.3년이 걸린다고 한다 (핸슨의 모델에서는 현시대의 발전 양상을 농업과 산업이 혼합된 형태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 경제 전체를 보았을 때, 현재의 증가율이 산업 사회의 증가 기간인 6.3년에 아직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과거의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견줄 정도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발전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면, 세계 ..

Big Farms Make Big Flu -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Big Farms Make Big Flu 롭 월러스. 코로나19를 계기로 바이러스와 전염병에 대한 책들이 국내에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세계를 움직인 주요 전염병들’에 초점을 맞춘 역사서들도 있고, 바이러스의 진화를 추적한 생물·의학적인 서적들도 있다. 이 책에서 월러스가 다소 혹평을 하긴 했지만 데이비드 콰멘의 처럼 인수공통 전염병에 한정시켜 밀도 있게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 책도 있다. 월러스의 이 책은 코로나19 이전에 나온 것이고, 책에 실려 있는 글들 대부분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쓰인 것들이다. 이 책은 많이 나와 있는 전염병 관련 서적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월러스는 미네소타대학 글로벌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는 진화생물학자다. 좌파 성향의 바이..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 오마타 나오히코, 이수진 옮김, 원더박스 '논문에는 담지 못한 어느 인류학자의 난민 캠프 401일 체류기.' 이런 부제가 달려 있다. 글쓴이 오마타는 국제구호개발원조에 관심을 두고 은행에 들어갔다가 관련 없는 일만 하게 됐고, 2년만에 그만두고 유학을 떠났고, 구호개발 국제기구에서 일하다가 다시 공부를 하게 됐고, 영국에서 난민 연구를 하다가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난민촌에 1년간 머물며 조사를 한 일본인이다. 설명을 쓰고 보니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름은 알폰소 코디. 올해 38세로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공화국 출신이다. 알폰소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단어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남편, 아버지, 연구자, 흑인, ..

딸기네 책방 2020.07.07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 세계 혁명가 25인의 최후진술 한스 마그누스 옌첸스베르거 엮음. 김준서 안미라 유경덕 옮김. 이매진 자료로 쓰려고 사놨다가 책꽂이에 꽂아두고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어차피 오래 전의 글들이니 몇 년 지나서 읽은들 문제가 될 건 없지. 다시 자료로 참고해볼까 싶어서 꺼내들었다. 이런 책은 3~4년은 묵혀가며 읽는 게 버릇인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엮은이는 모든 연설을 맑스주의 관점에 투철한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관점이 몹시도 기계적이어서, 엮은이가 '한계가 있다'고 부족한 것들은 모두 재미있었던 반면에 엮은이가 높이 평가한 것들은 대체로 재미가 없었다. 저는 이 지역에 사는 벤 터너의 '재산'으로 태어나 지난 10월 2일에 서른 한 살이 됐습니다. ..

딸기네 책방 2020.06.28

도대체 극단주의가 뭐야?

도대체 극단주의가 뭐야? Extremismus 안야 러임쉬셀, 김완균 옮김. 비룡소 ‘난 OO 민족은 싫어’ ‘OO 출신에게 우리와 똑같은 혜택을 주는 정책에 반대한다’ ‘OO들에게는 임금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저자가 이야기했던 극단주의자들의 말들입니다. 어디서 많이 보았던 이야기이지 않나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을 공격하자, 아라비아반도 남쪽 끝에 있는 예멘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이 나라 저 나라로 탈출을 했습니다. 그 전에 유럽에서는 내전에 시달리던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난민들이 대거 피신해가면서 ‘난민 소동’이 벌어졌지요. 신문이나 방송 국제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사건이 한국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예멘 난민 500여명이 말레이시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온 겁니..

딸기네 책방 2020.06.16

우치다 다쓰루, 시라이 사토시 '사쿠라 진다'

사쿠라 진다 우치다 다쓰루, 시라이 사토시. 정선태 옮김. 우주소년 지난해 읽고 나서 우치다 다쓰루의 책들을 좀 묶어서 정리해야겠다 해놓고 그냥 넘어가버린 . 건전 꼰대 우치다 선생과 좌파 학자 시라이 사토시의 대담입니다. 우치다의 글을 이전에 좀 읽어보신 분들은 아마 아시겠지만, ‘요즘 사람들’의 현학적이면서도 매끈한 ‘저널리스트같은’ 글과는 화법이 다릅니다. 이걸 이렇게 해석하는구나, 왜 자꾸 회초리를 휘둘러, 싶다가도 어르신의 통찰력에 간간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달까요. 도 그랬고, 도 그랬고, 도 제 기억엔 그랬어요. 나와 다른 세대 어르신의 글을 읽는 기분이랄까요. 시라이가 하는 이야기들은 전작인 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은데 정작 그 책을 못 읽어봤네요. 그것까지 읽고 묶어서 정리해야지 했는데..

딸기네 책방 2020.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