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경계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경계 경관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어떤 물리적 분리의 표식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내 시야가 닿는 곳에는 그 어떤 국경 펜스나 감시탑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강을 건너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소련도 공산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그곳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강을 건너지 못했던 이유가 그것이 경계라는 것을 알고, 넘어가면 앞으로 삶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하천 중간에는 어떤 장벽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경계가 나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6-7쪽) 8월에 읽은 책인데 책상 위에 쌓아두고 있다가 이제서야 정리한다. 가브리엘 포페스쿠의 (이영민 외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