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7

폴 긴스버그, '이탈리아 현대사'

이탈리아 현대사를 연구한 학자 중에 꽤나 많이 인용되는 폴 긴스버그의 (안준범 옮김. 후마니타스)를 읽었다. 600쪽이 좀 넘고, 뒷부분에 지도와 참고자료가 잔뜩 붙어 있으니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이탈리아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의문은 '도대체 이 나라에선 10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였다. 마르코가 엄마를 찾아 나서게 만든 이민의 행렬, '백인'으로도 분류되지 못했던 미국의 이탈리아인들, 낙후된 농촌 사람들과 마피아, 스페인 내전 때 기차를 타고 우르르 공화국을 지키겠다고 찾아갔던 의용병들, 무솔리니와 파시즘, 돈 까밀로와 빼뽀네, 패션산업과 백색가전, 베를루스코니와 붕가붕가. 그밖에 내게 이탈리아의 이미지를 그려준 것들이 있다면 어릴 적 동화집에 나왔던 '롬바르디아의 소년 척후병..

딸기네 책방 2019.04.24

도시에 관한 책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제인 제이콥스 [도시의 역사] 조엘 코트킨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 문명의 꽃] 앤드류 리즈 [세계의 도시를 가다 1- 유럽과 아프리카의 도시들] 국토연구원 [세계의 도시를 가다 2-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도시들] 국토연구원 [이 도시에 살고 싶다] 경향신문 기획취재팀. 시대의창 [도시의 로빈후드 - 뉴욕에서 몬드라곤까지, 지구를 바꾸는 도시혁명가들] 박용남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찰스 몽고메리 [반란의 도시 Rebel Cities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도시는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월드워치연구소 [희망의 도시] 최병두, 강내희 외 [도시에 대한 권리] 강현수 [마을로 가는 사람들] 인간도시 컨센서스 [지역의 ..

이주에 관한 책들

엑소더스 - 폴 콜리어 이주의 시대 - 스티븐 카슬, 마크 J. 밀러 국제이주의 역사와 현상과 광범위한 쟁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교과서'.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 - 조일준 모두스 비벤디 - 지그문트 바우만 "근대성이 지구를 정복하면서 나타난 치명적인,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인간쓰레기'를 처리하는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 상황인 것 같다. 자본주의 시장이 정복한 새로운 전진기지마다 땅과 일터, 공동체적 안전망 등을 이미 박탈당한 사람들의 무리에 수많은 사람이 새로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세계를 정복함으로써 불필요해진 사람들의 수는 끊임없이 늘어나 지금은 지구의 관리 능력을 넘어설 지경이다. (50-51쪽)" 국가 경계 질서 - 가브리엘 포페스쿠 세계경제와 도시 - ..

모리스 마이스너,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조너선 스펜스의 을 트레바리에서 함께 읽었는데 워낙 오랜만에 다시 편 것이라 내용조차 가물가물했다. 스펜서의 책들에 빠져 지냈던 때 이후로 중국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기는 했는데 아주 실용적인 독서였던지라(예를 들면 시진핑에 대한 책이나 같은)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책꽂이에 스펜스의 책들과 함께 꽂혀 있던 모리스 마이스너의 (김수영 옮김. 이산)를 펴들었다. 이 책은 내가 산 것이 아니라 오빠가 읽던 것이다.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것 같지는 않다. 군데군데 은색 펜으로 줄 쳐놓은 것을 보니, 주황색 싸구려 색연필로 쫙쫙 긋는 나와는 스타일이 어쩜 이런 것에서도 이렇게 다를까 싶어 살짝 웃음이 나왔다. 밑줄 그은 부분들로 미뤄, 북리뷰를 써야 해서 훑어봤던 게 아니었나 싶다. 지식이 되..

딸기네 책방 2019.03.11

배리 로페즈, '북극을 꿈꾸다'

언젠가 어디선가 챙겨놓았던 책. 읽고 있던 책이 좀 많이 어려운 것이었기에, 겨울이 가는 것을 기념하면서 뭔가 낭만적인(!) 것을 한 권 꺼내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집어든 것이 이 책, 배리 로페즈의 (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몇 장 읽기도 전에, 봄날의책이라는 이 출판사의 팬이 되기로 결심. 몇년 안 됐는데 앞표지 안쪽 색지가 덜렁덜렁. 제본상태 빼고는 모든 것이 넘나 마음에 든다. 내용도, 표지도, 번역도, 책의 질감도, 띠지나 앞뒤 날개 없는 깔끔한 형태도. 덕택에(?) 저자 소개나 역자 소개 '따위'는 없다. 하지만 글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책. 여름이면 평원은 개빙구역과 바다가 되고, 하늘 아래 갈색의 섬 툰드라가 된다. 하지만 이곳엔 놀랍고 황홀한 광경들도 있다. 캐나다 툰드라의..

딸기네 책방 2019.03.09

토니 주트, '포스트워 1945~2005'

연초에 김두식 교수님의 을 어마어마하게 재미있어 하면서 읽었는데 정작 정리를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나도 아는 내용이 없던 것들이라 어느 부분을 어떻게 정리해놓아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두번째로 읽은 책은 어마무시한 책. 토니 주트의 (조행복 옮김. 플래닛)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불확실한 미래로 뛰어든 유럽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한마디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사를 망라한 것이라 보면 된다. 두 권으로 돼 있는데 모두 합해 각주와 옮긴이의 말을 빼고도 1351쪽. 두께도 두께이지만 내용이 진짜 방대하다. '전후 시대'라 규정한 1945~1953년까지를 다룬 1부에서는 전쟁의 유산이 유럽의 전후질서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특히 냉전의 고착화 속에 미국이라는 압도적인 존재에 ..

딸기네 책방 2019.02.11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쓰레기 책’이 보여주는 21세기 지구의 민낯

[프레시안 books] 구정은의 전홍기혜 기자 2018.12.25 12:13:13 ‘쓰레기 책’이 보여주는 21세기 지구의 민낯 (구정은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에 대해 저자는 ‘쓰레기 책’이라고 말한다. 문화일보와 경향신문에서 국제부 기자로 오랫동안 일해온 저자는 그간 써온 국제 뉴스들을 기반으로 ‘버려지고 잊혀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책을 썼고, 출판사 편집자와 둘이 이 책을 ‘쓰레기 책’이라고 불렀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혔다. 나는 이 책이 21세기 지구별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생각한다. 십수년 넘게 국제 뉴스를 취재해온 기자인 저자가 스스로 밝힌 ‘마이너한 감성’으로 찾은 사라지고, 버려지며, 남겨진 지구 곳곳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제 뉴스와는 결이 다르다. 트럼프와 시진핑과 메르켈, 또는 ..

난베리, 백인의 양자가 된 호주 원주민 소년

난베리 Nanberry재키 프렌치. 김인 옮김. 내인생의책 어쩌다 보니 호주 원주민의 절멸에 대한 책을 또 읽게 됐다. 오래 전 읽었던 은 '멸종'을 당하게 된 원주민 소년의 이야기였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는 이른바 '잃어버린 아이들' 즉 백인 이주민들의 '동화정책' 때문에 부모 곁을 떠나 강제로 백인들 손에서 자라게 된 아이들의 탈출기였다. 는 좀 다르다. 난베리라는 이름의 원주민 소년이 백인들과 함께 들어온 천연두로 가족을 잃고 백인 의사에게 구조된다. 백인 의사는 난베리를 치료하고, 자기 아들로 입양하고, 영어를 가르치고, '잉글랜드인'처럼 키운다. 그 속에서 난베리가 겪는 혼란과 정체성 고민 같은 것들이 소설의 한 축이다. 또 다른 축은 '백인들'이다. 이전의 백인들이 침략자, 멸종을 불러온 ..

딸기네 책방 2018.12.17

화교가 없는 나라

내게 '화교'는 '주현미와 하희라'다. 중학교 때였나, 주현미라는 트로트 가수가 대박 히트를 쳤는데 그가 화교라고 해서 다들 신기해했다. 말 그대로 신기한 일이었다. 외국인을 볼 일이 별로 없는, 이주민이나 경계인이나 주변인을 본 적이 없는 당시의 한국 중학생에게 주현미는 화교의 대표였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화교학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외국인=서양인=미국인'으로 인식되던 때에 '우리 안의 외국인' 혹은 '한국인같은 외국인'은 그리 눈길을 끄는 대상은 아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중국어 수업을 들었다. 진짜 외국인, 독일인 유학생이 어설픈 동작으로 한자를 칠판에 쓸 때마다 우리는 키득거렸다. 강사 선생님이 어느 날 강의실 창밖을 보면서 누군가와 눈이 ..

딸기네 책방 2018.12.09

2018년에 읽은 책

1. 대량살상수학무기. 캐시 오닐. 김정혜 옮김. 흐름. 1/4 문제의식은 좋은데 생각보다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2. 칼 마르크스. 이사야 벌린. 안규남 옮김. 미다스북스. 1/5 너무나 재미있었다. 책 한 권을 하루에 다 읽은 것이 얼마만인지. 마르크스의 생애를 넘어 18세기 유럽 사상사를 담았다. 3. 자본주의 역사와 중국의 21세기. 황런위. 이재정 옮김. 이산. 1/7 4. 일하지 않을 권리. 데이비드 프레인. 장상미 옮김. 동녘. 1/8 5. 공감의 시대. 제레미 리프킨. 이경남 옮김. 민음사. 1/12 6.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 7.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 이한음 옮김. 까치. 1/25 8. 공통체.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정남영·윤영광 옮김. 사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