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8

2019년에 읽은 책

1. 법률가들. 김두식. 창비. 1/4 짱이다. 이런 책은 반드시 읽어줘야 함. 2. 포스트 워. 토니 주트. 조행복 옮김. 플래닛. 1/21 방대한 양. 한번쯤 정리해주니 좋았음. 글이 더 재미있었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3. 깨달음의 혁명. 이반 일리치. 허택 옮김. 사월의책 1/23 일리치의 책은 언제나 울림이 크다. 4. 내전. 조르조 아감벤. 조형준 옮김. 새물결 1/23 5. 도시의 역사. 조엘 코트킨. 윤철희 옮김. 을유문화사 1/27 책 자체는 도시의 기나긴 역사를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쭉 훑고 있고 논지도 명확해서 괜찮았는데, 번역이 엉망. 로마 인구 3000명, 숫자도 틀림. 플로렌스의 메디치 가문, 이탈리아의 시러큐스... 모든 걸 '미국 발음, 미국 표기'로 만들어버림. 6. 불과 글..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바람구두의 서평

넘나 좋아서 퍼옴. 이런 친구가 있다니 행복!!! 친구 구정은의 책을 읽는다. 그의 글을 한두 해 봐온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가슴을 저민다. 사실, 책을 받아 놓고 한동안 읽을 시간이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읽지 않아도 이미 읽어버린 기분이 들 만큼 나는 구정은의 글을 잘 안다. 그는 국제뉴스 담당자로 오랫동안 분쟁지역을 지켜봐왔고, 때로 직접 현장을 취재해 왔다. 국제적인 어떤 사안이 있고 내가 미처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때, 믿고 자문 받게 되는 친구가 구정은 기자다. 오랫동안 한 분야를 담당해온 내공도 내공이려니와 그보다 앞서 ‘구정은’이라는 사람을 알기에 ...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조차 새겨듣는다. 구정은과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것도 어느덧 십여 년을 족..

데이비드 바인, '기지 국가'

"우리는 해외기지라는 렌즈를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와 이 나라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미국인들이 지구의 나머지 지역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솔직하고 단호하게 살펴볼 수 있다. 해외 기지들을 검토하면 미국이 어떻게 영구 전시 체제에 놓여 있었는지, 미국 경제와 정부가 어떻게 지속적인 전투 준비에 의해 지배돼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해외기지 이야기는 2차 대전 이후의 미국 연대기이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모두 담장 안에서, 군대에서 하는 말로 '철조망 안에서' 살게 되었다. 우리는 이 기지들 덕분에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해외기지 때문에 우리는 영구적인 군사사회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38쪽) 워싱턴 아메리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바인의 (유강은 옮김..

딸기네 책방 2019.11.05

경신원,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경신원. 파람북 젠트리피케이션은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1964년 노동자 계층이 모여 살던 런던 중심지에 중산계층이 진입하여 나타난 주택시장과 사회 계층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용어다. 직영하자면 '신사 계급화되다'란 의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런던 사람들은 더 나은 거주환경을 찾아 런던 외곽지역으로 이주했다. 이러한 교외화로 인한 도심공동화가 활발하게 이뤄진 1960년대에, 사회 관습에 구애되지 않는 진보적이고 보헤미안적인 예술가, 문학가, 배우, 지식인 계층이 임대료가 저렴한 노동자 계층 지역에 들어가 노후된 건물을 새롭게 복원하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변화시켰다. 그러자 지역의 임대료가 점차 상승하였고,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노동자 계층이 밀려나게 ..

딸기네 책방 2019.11.05

두꺼운 책 목록

거대한 전환-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적 기원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21세기의 계보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자본주의 대 기후 탄소 민주주의-화석연료 시대의 정치권력 개미와 공작-협동과 성의 진화를 둘러싼 다윈주의 최대의 논쟁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창조의 엔진-나노기술의 미래 북극을 꿈꾸다 그린 어바니즘 과거의 목소리-18세기 일본의 담론에서 언어의 지위(사카이 나오키)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 아라비아의 로렌스 이탈리아 현대사 포스트워 1945-2005 신화의 이미지 슬픈 열대 에밀 자유주의적 평등 레이첼 카슨 평전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 코끼리는 아프다 황금족쇄-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년 붕괴 사고의 본질-유추, 지성의 연료와 불길 탄생에서 죽음까지-과학과 생명윤리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스페..

아랍 청년에게 혁명이란...살림 하다드의 '구아파'

혁명은 때론, 아니 거의 언제나 사람들을 배반한다. 아랍의 봄도 그랬다. 피 흘리며 힘겹게 독재정권을 몰아냈더니 군복만 벗은 장군이 민간인인 양 유사 독재정권을 만들기도 하고(이집트), 야당 정치세력이 탄탄하게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권력의 공백이 생기자 내전이 벌어지기도 하고(리비아), 민주화를 위한 싸움에 극단세력에 끼어들어 전선이 흐려진 뒤 독재정권만 살아남는(시리아) 상황이 되기도 했다. 독재정권에 대한 환멸과 민주주의를 향한 기대를 품고 거리로 나섰던 젊은이들이 새로운 종류의 억압에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 살림 하다드의 소설 (조은아 옮김. 훗)는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떨면서, 정체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는 아랍 젊은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서양과 동양 사이, 종교와 세속 사..

딸기네 책방 2019.09.22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7월 한 달 동안 기계, 인공지능, 자율주행, 나노기술 등에 대한 책을 몰아서 읽었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또 당장 주어진 미션(언제 달성할지 모르지만)이 있기도 했고. 첫번째로 잡은 것이 스웨덴 태생의 미 MIT 물리학교수 맥스 테그마크의 (백우진 옮김. 동아시아)이었다. 집에 쟁여둔 지는 좀 됐는데 게으름피우고 있다가 끄집어냈다.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저자는 생명을 1.0, 2.0, 3.0으로 구분한다. 1단계는 박테리아이고 2단계는 인간이다. 3단계는 진화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몸과 의식)를 학습하고 설계해나가는 단계, 즉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대체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이기도 하다. 대체할..

조지프 스티글리츠, '거대한 불평등'

스티글리츠의 책은 이전에도 읽었고 또 여기저기에 코멘트한 것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딱히 내용이 새롭거나 낯설 것은 없었다. 그래도 듣다 보면 또 맞는 이야기이고. 불평등에 맞서 이렇게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유명한 학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은 배니티페어와 프로젝트신디케이트, 뉴욕타임스 등 여러 매체에 스티글리츠가 기고했던 걸 묶은 책이다. 2008~2009년 경제위기부터 시작해서 그 후로 계속되고 있는 불평등의 심화 과정, 그 전에 이뤄졌던 불평등을 촉발한 정책들을 되짚는다. '기회의 땅 미국'이라는 신화는 꺼졌고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불평등이 심각하고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 나라가 되고 있다면서, 부자감세와 정부지출 줄이기..

딸기네 책방 2019.08.29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이진원 옮김. 해냄 읽은 지 몇 달이 됐는데 이제야 정리. 새로운 스타디움이나 경전철 시스템, 컨벤션 센터, 주택사업 같은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 도시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그릇된 상상을 하는 관리들이 너무나 많다. 러스트벨트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욕구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공공정책은 가난한 '장소'가 아닌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 쇠퇴하는 도시의 대표적 특징은 경제 규모에 비해서 주택과 인프라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이다. 주택과 인프라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더 많은 건물을 짓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건물 중심으로 도시를 개편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도시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상..

딸기네 책방 2019.08.07

장 지글러, '유엔을 말하다'

유엔과 일한 장 지글러의 책 중 가장 유명한 는 읽지 못했고 을 읽었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얼마 전 책을 주문하면서 지글러의 책 2권도 함께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중 한 권이 (이현웅 옮김. 갈라파고스)였다. 이 책도 정말 재미있었다. 지글러가 책에서 언급한 사건들은 대체로 내가 아는 것들이나 국제뉴스로 다루기도 했던 것들이다. 그 맥락과 이면을 속속들이 전해주니 더 재미있을 수밖에. 이슈의 줄기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듯. 국제부 후배들이나, 세계를 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겐 지난 세기의 후반부 이후 지구 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훑어주는 월드뉴스 요약본으로도 강추. 채무에 짓눌리는 국가는 주기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이런 협상은 이전의 채권을 사들이고 '재조정된' 새로운 채권을 유통시키는 것..

딸기네 책방 2019.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