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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역사가 감춰온 여성 과학자들의 이야기

딸기21 2023. 1. 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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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허스토리/애나 리저·레일라 맥닐 지음/ 구정은·이지선 옮김/ 학고재/ 2만원



여성 과학자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대부분은 고작해야 마리 퀴리, 로절린드 프랭클린 정도에서 멈춰버릴 것이다. 그만큼 여성 과학자가 없었던 탓일까? 그렇지 않다. 그 역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방대하다. ‘꽁꽁’ 숨겨졌을 뿐이다. 신간 ‘사이언스 허스토리’는 이런 남성 중심의 ‘히스토리’에 감춰졌던 여성 과학자들의 ‘허스토리’를 풀어낸다.

기록이 남아 있는 최초의 여성 과학자는 메소포타미아 고대도시 국가의 엔헤두안나. 무려 기원전 22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제사장으로 연중 제례 운영을 위해 달의 형상에 근거해 제례 달력도 관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드물게 나왔던 여성 과학자는 17∼18세기 이후 천문학자 마리아 쿠니츠, 마리아 아녜시를 필두로 잇달아 등장했다. 다만 당시에는 남성 과학자의 ‘조수’ 취급을 받았고,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자신의 저서에 여성의 저작임을 강조해야 했다. 20세기 이후 페미니즘과 인종차별 철폐 등 사회적 흐름은 과학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인 여성 권리 신장은 여성 과학자 탄생의 길을 닦았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여성의 임신·출산권 보장 문제는 산아제한이라는 이슈와 맞물려 ‘우생학’과 결합하기도 했고, 인종까지 다 품지는 못했다. ‘이중 구속’에 시달린 유색인종 여성 과학자에 대한 문이 열린 지는 이제 겨우 몇십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 기간 고군분투한 ‘선배’ 덕에,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리오나 우즈, 해양 핵오염 연구의 새 지평을 연 사루하시 가츠코, ‘환경 운동’의 대모 레이철 카슨,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뉴욕에 흑인 아동발달센터를 설립한 마미 클라크 등 많은 ‘허스토리’가 완성됐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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