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내 책, 옮긴 책

[세계일보] '성냥과 버섯구름' 글로벌 뉴스로 보는 세계사

딸기21 2022. 10. 5. 01:15
728x90

2022-08-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발병 1년여만에 경쟁적으로 개발됐다. 전에 없는 빠른 임상과 허가를 거친 코로나19 백신은 순식간에 전세계에 배포됐다. 그러나 팬데믹 앞에 똘똘 뭉친 인류가 빚어낸 성과라고 하기엔 찝찝한 구석이 있다. 말라리아처럼 백년이 넘는 기간에 천천히 백신이 만들어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5만∼10만년 전부터 존재했고, 유럽의 과학자들이 말라리아 모기와 원충 연구로 노벨 생리학상을 받은 것이 120년 전인데, 말라리아 백신은 2021년에야 국제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았다. 짐작하듯이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다. ‘가난한 나라의 빈민의 질병’인 말라리아에 기술과 자본을 가진 부자 나라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오애리·구정은 지음/학고재/1만8000원

역사는 으레 승자의 기록과 ‘최초의 순간’이 지배하는 영광의 시간으로 기록된다. 신간 ‘성냥과 버섯구름’은 그 화려한 역사의 뒷면에 꽁꽁 숨겨진 그림자와 이 영광의 순간이 일반인에게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는지에 대해 쫓아간다. 신문사 기자 출신의 저자는 파편처럼 흩어진 ‘단신 기사’를 하나씩 엮어 그물망처럼 촘촘한 일상의 역사로 펼쳐낸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생활 속 물건인 나사못, 배터리, 커피, 생리대, 고무 등 사소한 물건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성냥의 대량생산의 뒤에는 성냥 공장 노동자가 겪은 턱뼈 변형 장애가 있었고,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자전거가 대중화되자 늘어난 고무 수요에 콩고 사람들의 잘려나간 손이 있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