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20

[창비주간논평] 팔레스타인의 비극과 세계 시민의 역할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은 ‘중동 분쟁’ 따위의 모호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 자체에 프레임이 녹아 있다. 어느 정도는 ‘대등한’ 세력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슈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는 듯이, 그로 인한 난민이나 사망자 수도 전쟁이라 하기엔 아무래도 적다는 듯이 인식을 호도하는 용어이니 말이다. 세계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전투기를 띄우고 미사일을 쏘고 팔레스타인 땅에 탱크를 들여보내도 이스라엘의 침공 혹은 전쟁이라 부르는 대신 양측의 이름을 동시에 붙인 분쟁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용어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였던 듯싶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한다며 레바논을 침공한 2006년, 하마스를 응징한다며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국제법상 금지된 백린탄까지 쏘았던 2009..

[기자협회보] 이스라엘 덫에 빠진 미국, '중재자' 나선 중국

2000년대 중반, 이스라엘에서 테러 공격이 일어났습니다. 현장 사진에 무참히 희생된 민간인들 모습이 찍혔는데 공교롭게도 분쟁과 아무 관련 없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서 놀랐던 적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며 나름 ‘공생’해온 이스라엘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충원하면서 팔레스타인 쪽에 분리장벽을 세우고 기만적인 공생의 제스처마저 집어치우려 하고 있던 때였지요. 이집트가 아직 호스니 무바라크의 통치를 받던 시절, 홍해에 특별경제무역을 만든다며 중국 톈진 경제특구 운영당국의 도움을 받아 요업공장을 건설하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2011년 ‘아랍의 봄’ 시민혁명 뒤 리비아에서 내전이 일어나자 중국이 전세기를 띄워 수만 명에 이르는 자국민 노동자들을 호송해오던 장면도요. 2016년 시진핑 ..

[라운드업] 이란-중국 관계 연표

1974 China first imported oil from Iran. 1979 Revolution 1983 January: China and Iran signed a $500 million trade pact that increased bilateral trade by 150 percent. The package provided Iran with military supplies or civilian equipment that could be converted into military use, such as jeeps and trucks. Tehran became China’s top trading partner in the Middle East. In the early 1980s, the majori..

[라운드업] 연표로 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동 지정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중동 불안정의 '원죄' 격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입니다. 통칭 '중동분쟁'이라 하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가리키죠. 사실상 이스라엘이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고 때리고 죽이는 것이니 '분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만. 그간의 일들을 연대 순으로 살펴봅니다. 열강에 의해 결정된 '유대국가 수립' 1917 발단은 영국의 이른바 '밸푸어 선언'이었습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땅에는 당연히 팔레스타인 사람들(!) 즉 아랍계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만, 영국은 자기네가 점령하고 있던 이 땅에 유대인들의 국가를 세우게 해주겠다고 유대인들과 약속을 합니다.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러시아 등 동유럽에 거주하던 유..

[라운드업] 연표로 보는 중동·북아프리카의 역사

▶ 서방 제국의 ‘중동 분할’과 아랍민족들의 투쟁 20세기 초반 중동·북아프리카의 역사는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와해의 역사'와 일치합니다. 수백년 동안 오스만을 넘보지 못했던 유럽은 늙고 쇠락해진 동방의 거대제국을 이리 뜯어내고 저리 뜯어내며 '땅따먹기'를 하지요. 아랍어/이슬람/오스만 지배지역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던(이란이나 쿠르드족 같은 예외는 있습니다만) 중동·북아프리카 이슬람권 국가들은 20세기 오스만 제국이 현재의 터키로 쪼그라드는 사이 서양 열강에 침탈당하고 갈갈이 찢긴 끝에, 오늘날과 같은 국경선들로 나뉘게 됩니다. [참고] 중동·이슬람에 대한 책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연표는 여기에 1906 모로코 통치권이 프랑스·스페인에 이양됩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집트..

[구정은의 '현실지구'] ‘눈표범의 집’ 히말라야가 위험하다…맹수들의 잘못된 만남

늑대가 돌아왔다. 표범과 호랑이가 세력권을 다툰다. 사정이 급해진 건 눈표범이다. 네팔의 험준한 산악과 설원이 전에 없던 맹수들의 싸움터가 됐다. 눈표범은 눈 덮인 바위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목을 노리고 달려든다. 야행성으로 혼자 다니는데다 흰 털에 박힌 특유의 무늬가 보호색 역할을 해줘 여간해선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눈표범을 히말라야 사람들은 ‘산의 유령’이라 부른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눈표범은 이 지역의 유일한 맹수였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자 저지대에 살던 호랑이와 표범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추운 기후를 보호막 삼아 지내던 눈표범에게, 이들의 출현은 엄청난 위협이다. 설상가상으로 늑대까지 나타났다. 히말라야늑대는 네팔에서 40년 넘게 사실상 사라진 상태..

[구정은의 '현실지구'] 인도에 이어 우주로 나아갈 다음 주자는

달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인도가 그 다음 계획으로 태양 탐사에 도전한다. 중국의 ‘우주굴기’에 인도도 도전장을 내밀고 우주경쟁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 소행성 탐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은 워낙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존재감을 과시한 http://www.isro.gov.in/도 1960년대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관이다. 우주부 산하 기구이지만 총리가 직접 관할하며, 우주부의 수장이 ISRO의 의장을 맡는다. ISRO는 완전한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극저온 엔진을 배치할 수 있으며 외계 임무를 발사하고 대규모 인공위성을 운영할 수 있는 세계에 몇 안 되는 우주기관 중 하나다. 로켓을 발사하는 나라는..

[기자협회보] 탁신, 훈센, 봉봉… 아시아에 ‘민주주의의 모델’은 없나

합법적인 선거로 선출된 탁신 친나왓 정권이 2006년 축출된 이래로 태국 정치권은 탁신계와 반탁신 세력으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벌였지요. 성공한 기업가 출신이지만 서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탁신은 왕실에도, 군부에도, 기득권 정치엘리트들에게도 눈엣가시였습니다. 군부는 그가 유엔 총회에 간 사이 무혈 쿠데타로 몰아냈죠. 그러나 2008년 선거에서 탁신계가 다시 승리했습니다. 군부와 반탁신계는 탁신을 부패죄로 기소했고, 탁신은 영국으로 망명했습니다. 탁신을 지지하는 시위로 방콕이 마비되자 군부가 무력 진압에 나서 90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핍박을 했는데도 2011년 선거에서 또 탁신계가 승리했고 탁신의 여동생 잉락이 총리가 됐어요. 2014년 헌재는 직권남용으로 몰고가 잉럭을 쫓아냈고 쿠데타로 군..

[구정은의 '세계, 이곳']야수니 공원을 지켜라...석유 대신 '보전' 택한 에콰도르

“동의.” 에콰도르 사람들이 국민투표를 했다. 결과는 가결. 90% 넘는 유권자들이 표를 던졌고 60% 가까이가 찬성했다. 반대는 40% 남짓. 에콰도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투표용지에 적힌 질문은 이랬다. “에콰도르 정부가 43광구로 알려진 지역의 ITT 원유를 땅 속에 무기한 보관해두는 것에 동의합니까?” 질문이 복잡하다. 쉽게 풀면 “개발하지 않고 원유를 그대로 땅속에 두기로 한 것에 찬성하느냐”가 되겠다. 국민들은 그러자고 했다. 에콰도르 사람들이라고 개발을 바라지 않을 리 없다. 문제는 ‘43광구’가 야수니 땅이라 불리는 토착민 지역, 자연보호구역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에콰도르타임스] Ecuadorians voted to stop oil and mining ..

[구정은의 ‘현실지구’]보스니아의 위태로운 평화는 지켜질 수 있을까

청년이 난간에 섰다. 한때 발칸의 화약고라 불렸던 곳,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서부 도시 모스타르. 해마다 이곳에서 7월 말 열리는 다이빙 대회 챔피언 출신인 청년은 까맣게 탄 몸에 차가운 물을 한번 끼얹고 10층 높이의 다리 위에서 시커멓게 흐르는 네레트바 강으로 뛰어내린다. 다리를 메운 구경꾼들에게 돈을 받고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강을 사이에 두고 반질반질한 자갈이 깔린 길을 따라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이 작은 도시는 오스만 시절 만들어진 다리로 유명하다. 강을 따라 교회의 종탑과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트(첨탑)가 번갈아 우뚝 솟아 있다. 이웃하고 마주보는 첨탑, 십자가와 초승달.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는 관광객들 사이로 군데군데 묘지가 있다. 묘석에 적힌 연도가 똑같다. 1993년의 죽음들. 폐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