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38

[구정은의 '세계, 이곳'] 나치, 소련군, 미군, 다시 독일군... 리투아니아의 기구한 '이 도시'

[한국일보 기사로 보시려면 꾸욱~ 눌러주세요~] 독일이 해외에 ‘상설 군사기지’를 만든다. 아프가니스탄과 말리 등에서 유엔 치안유지 임무의 일환으로 파병한 적은 있지만, 해외 상설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결국 독일을 불러냈다. 오랜 악연에 참혹한 전쟁까지 치렀던 두 나라인데,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도 끝까지 러시아를 등지지 않으려던 축에 속했다. 그러나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이 독일의 ‘재무장’을 가속시켰다. 유럽의 짐을 덜고 싶은 미국이 원했던 방향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 26일 리투아니아에 병력 4000명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동쪽 경계를 보호하기 위해 독일 군인들을 상시적으로 주둔시킬 계획이라고..

[한국언론진흥재단] 국제뉴스, 무엇을 보고 어떻게 쓸 것인가

작년에 언론재단에서 '국제 보도 가이드북'을 만든다고 해서 기고했던 내용입니다. 유튜브 영상으로도 찍었어요. 이 영상과 글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거지만 뉴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어떤 기사에 어떤 문제가 있나, 어떤 것이 좋은 보도인가를 판단할 때 참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국제뉴스의 중요성이 저평가되어 있다’, ‘한국 언론은 국제뉴스를 소홀히 다룬다’는 비판들을 많이 합니다. 뉴스의 독자(시청자)의 시각에서 보면 어떨까요. 국제뉴스를 접할 때는 누구든 거리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남의 나라 이야기인 탓이 크겠지요.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유럽과 러시아의 대립, 아시아 패권 다툼 등 너무 커다란 이야기들이 주로 오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와 관련 없는, 먼 세상 큰..

[기자협회보] 맥사(MAXAR), 상업 위성이 보여주는 대결과 갈등의 세계

콰테론 암초. 중국명 화양자오(华阳礁). 필리핀에선 칼데론 리프. 말레이시아 이름은 터룸부 칼더론, 베트남 식으로는 바이처우비엔. 남중국해에 있는 바위의 이름입니다. 면적은 0.22㎢, 섬이라기에도 뭣한 곳을 중국이 매립해 사방이 직선으로 이뤄진 섬으로 만들었습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 중국명 난샤(南沙)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 속한 암초랍니다. 남중국해 분쟁의 역사는 꽤 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미국이 가세해서 중국과 본격적으로 날을 세우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닙니다. 중국이 이 바다의 바위들에 시설물을 짓기 시작했고 2012년부터 그 사실이 확인되면서 분란이 거세졌습니다. 미국의 한 장성이 만리장성에 빗대 ‘모래 장성(Great Wall of Sa..

[구정은의 '현실지구'] 산불 걱정 유럽, "소방 비행기가 필요해"

“항공기 편대를 2배로 확대한다.” “스웨덴 4대, 크로아티아·키프로스·체코·프랑스·독일 2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말 발표한 내용이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한 안보 계획이 아니다. 여름마다 점점 거세지며 유럽을 휩쓰는 산불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항공 소방편대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소방용 경비행기 4대, 스페인은 중형 스쿠퍼(소방항공기) 2대, 포르투갈은 경비행기 2대, 체코는 헬리콥터 2대 등을 내놓기로 했다. 산불이 잦은 그리스는 이웃들 도움을 많이 받는 만큼 비상시 지원에도 열심이다. 중형 스쿠퍼 2대, 경비행기 2대, 헬리콥터 1대를 제공하기로 했다. 산불은 최근 몇 년 새 EU의 ‘공동안보’ 과제로 부상했다. 2021년 남유럽을 비롯해 지중해 주변 ..

[구정은의 '세계, 이곳'] '미사일의 도시'가 된 차이콥스키의 고향

러시아 중서부, 모스크바 동쪽 우랄산맥과 이어진 구릉지대에 우드무르트가 있다. ‘초원의 사람들’이라는 말에서 나온, 러시아 연방 안의 작은 공화국이다. 봇킨스크는 그 우드무르트 공화국에 있는 도시다. 인구가 10만명도 채 안 되는 소도시이지만 차이콥스키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1840년 차이콥스키가 태어난 집은 세계적인 작곡가를 기리는 박물관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차이콥스키의 도시가 아닌 미사일의 도시로 더 유명하다. 봇킨스크의 역사는 쇠와 함께 시작됐다. 도시보다 제철소가 먼저 생긴 곳이기 때문이다. 18세기 중반 우랄산맥의 철광 부근 숲이 고갈되자, 제정 러시아는 제철산업을 새로 키울 중심지로 봇킨스크를 낙점했다. 철광과 멀지 않고, 아직 숲이 많이 남아 있는데다 근처에 카마 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

[구정은의 '현실지구'] 사나운 하마에겐 사정이 있다

이달 중순 아프리카의 말라위에서 하마가 배를 뒤집어 강을 건너던 사람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난 곳은 말라위 호수에서 발원해 동남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하천인 잠베지강으로 합류하는 슈레이 강. 사방이 땅으로 에워싸인 내륙국가 말라위에서는 가장 큰 물길이지만 수상교통 인프라는 형편없다고 한다. 말라위 남쪽 하천도시 은산예 부근에서 배가 전복됐고 14명은 어찌어찌 헤엄쳐 목숨을 구했지만 나머지는 숨졌다. 한국보다 약간 큰 면적(12만㎢)에 인구는 2000만명 남짓인 말라위는 ‘니아살랜드’라는 이름의 왕국이었는데 영국의 ‘보호령’으로 사실상 지배를 받았다. 오늘날 짐바브웨가 된 지역과 합쳐져 잠시 독립도 아니고 점령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있다가 1964년 말라위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1970..

수단 사태, 어떻게 진행돼 왔나

수단 개황 면적 186만㎢, 인구 4920만 명 (아랍계 70%, 푸르, 베자, 누바, 잉게사나 등등 500여개 부족) 아랍어와 영어(공식 언어), 누비아어, 타 베다위, 푸르어 등. / 수니 무슬림과 소수 기독교도 경제상황: 2021년 1인당 실질 GDP 3700달러, 실업률 약 20%(청년실업률 35.6%) 자원: 원유 매장량 50억 배럴, 천연가스 매장량 850억㎥ 주요 수출 파트너: UAE(31%), 중국(19%), 사우디아라비아(14%), 인도(12%), 이집트(5%) 등 (2019) 주요 수입 파트너: 중국(31%), 인도(14%), UAE(11%), 이집트(6%) 등 (2019) 현대 수단의 역사 1956 독립 1958 이브라힘 아부드 군사 쿠데타 1962 남부 내전 시작(Anya Nya m..

[기자협회보] '기후동맹' 요구하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 15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 참가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브라질의 아마존 숲이 더 베어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5년간 5억 달러 기금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에 1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존 기금에 미국이 돈을 붓겠다고 하니 브라질은 당연히 환영했죠. 브라질의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여 미국이 격앙됐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아마존 문제에선 바이든 정부와 룰라 정부..

[구정은의 '현실지구'] 독재와 학살, 수단 충돌과 다르푸르의 그림자

아프리카 북동부 드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수단에 다르푸르라는 지역이 있다. 사하라 사막이 커지고 목초지가 줄어들자 아랍계 무슬림 유목민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아프리카계 농경민들과 충돌했고, 중앙정부의 묵인과 방조 혹은 지원 속에 무장집단을 만들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쫓아냈다. 2003년부터 10년 넘게 세계의 ‘인도적 재앙’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분쟁이었던 ‘다르푸르 사태’다. 수단은 면적이 190만km2에 이르는 큰 나라다. 다르푸르만 해도 면적이 50만km2, 한국의 5배다. 그런데 수도 하르툼의 중앙정부는 다르푸르를 늘 무시하고 소외시켜왔다. 그러던 터에 사하라 주변 건조지대인 사헬의 가뭄이 심해졌고 기근이 일어났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다르푸르 서부 아랍계 주민들은 1980년대부터 잔자위드라는 ..

시위에서 내전 양상으로, 미얀마 상황

2021년 미얀마 쿠데타 2021년 2월 1일 군부(땃마도)가 쿠데타, 민주선거로 집권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원들을 축출. 민 세인 대통령 대행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선언. 그 전 해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NLD 승리. 그 결과 뒤집기 위해, 의원 선서 전날에 쿠데타. 수지 국가고문은 구금, 국가재난법 위반, 통신법 위반, 불안 선동 등으로 기소. 지난해 12월 징역 33년형 선고. 올해 77세, 정치활동 아예 못하게 하려는 것. [CFR] Myanmar’s Troubled History: Coups, Military Rule, and Ethnic Conflict 군사정권 기구 국가행정위원회(SAC)는 1월 31일 비상사태를 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