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996

[구정은의 '수상한 GPS']마다가스카르와 갈라파고스 사이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 대륙 동해안에서 400km 떨어져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고, 지구상의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동식물이 포함된 독특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 보통 5~10월 건기와 11월에 시작되는 우기의 두 계절로 나뉜다. 하지만 이 섬나라는 최근 몇년 동안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어떤 곳들은 몇 년씩 비가 오지 않았다. 마을마다 들판이 말라붙고 물이 모자라 작물을 키울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이 먹는 곡식이나 채소는 물론이고 가축들 사료로 주기 위해 키우던 선인장 잎까지 말라붙었다. 로이터통신의 지난달 보도를 보면 남부 Grand Sud 지역의 어느 마을에서는 보이는 것이 누런 흙과 선인장 뿐이라고 한다. 먹을 것조차 없어진 농민들은 소를 내다 팔고, 농지며 집까지 팔고..

[구정은의 '수상한 GPS']폴렉시트? 폴란드와 EU는 왜 싸울까

유럽연합(EU)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에 하루 100만 유로, 약 14억원의 벌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폴란드는 2018년 대법원에 징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유럽사법재판소는 올 7월 이 위원회의 기능을 중단시키라는 임시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폴란드 측이 이행하지 않자, 이행할 때까지 혹은 최종판결이 나올 때까지 EU 집행위에 매일 벌금을 내라고 한 것이다. [바르샤바 보이스] Another huge penalty for Poland 유럽사법재판소는 7월 판결에서 징계위원회를 둔 폴란드의 판사 징계 절차가 EU 법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EU는 폴란드의 징계위원회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해친다고 본다는 점이다. 유럽사법재판소는 “EU의 법질서..

[구정은의 '수상한 GPS']기후대응 방해한 일본, 호주, 사우디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11월 1일 개막된다. 이 회의를 앞두고 영국 BBC가 유엔 문서들을 입수, 몇몇 나라 정부들이 유엔의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하기 위해 로비를 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6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세계는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해서 지구의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BBC가 입수한 문서들은 각국 정부와 기업들, 혹은 과학자 단체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유엔에 제출한 문서 3만2000건이다.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6~7년에 한번씩 평가보고서를 내놓는다. 기후변화의 추이를 예측하고 세계의 대응 틀을 만드는 기초 자료다. [BBC] COP26..

[구정은의 '수상한 GPS']말라리아 백신 첫 승인...왜 이제야?

대표적인 열대성 질병인 말라리아 백신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 WHO가 RTS,S/AS01(RTS,S)이라는 말라리아 백신 사용을 공식 승인했다.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것으로, 처음 효과가 입증된 것은 6년 전이다.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가나, 동부의 케냐, 남부의 말라위 3개 나라에서 2019년부터 어린이 약 80만명에게 시범접종을 했다. 특히 말라리아 질병을 일으키는 원충들 가운데 감염자의 치명률(사망률)이 높은 열대열원충 Plasmodium falciparum을 막는 백신이어서,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WHO는 발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오..

[구정은의 '수상한 GPS']'중국판 리먼'? 헝다그룹 사태 정리

중국 부동산 회사 헝다그룹(恒大集团, Evergrande). 세계에서 빚을 가장 많이 진 부동산 기업이라고 한다. 총 부채가 3050억달러, 약 350조원이다. 무려 중국 국내총생산(GDP, 14조3400억달러)의 2%에 이르는 규모다. 그 가운데 2650억달러 가량이 2년 안에 상환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다. 그런데 지금 보유한 현금은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이 회사가 부도를 낼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최근 세계 증시가 요동을 쳤다. 22일에 헝다 측이 중국 내 부채 2억3200만 위안(약 425억원)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 증시는 한숨 돌린 분위기다. 그 다음날인 23일에 채권 이자를 예정대로 낼 것이며, 이자 주고 빚 갚는 일정을 놓고 채권기관들과 합..

[바람과 물] 쓰고 버리는 문화가 남겨 놓은 것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닿아 있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코레(Kore)라는 마을이 있다. 현지 부족 언어인 암하라 말로 ‘더럽다’는 뜻이라고 한다. 마을이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에 사는 수백만 주민들이 내다 버린 쓰레기를 모아 이 마을에 쌓아두기 시작한 것이다. 갈 곳 없고 달리 먹고 살 길도 마땅치 않았던 이들이 이곳에 모여, 쓰레기를 뒤져서 쓸만한 것을 주워 팔기 시작했다. 2014년에 정부가 쓰레기 산을 없애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다른 곳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적치장을 새로 찾기도 힘들었거니와, 코레 마을에 사는 500여명에게는 쓰레기 더미가 곧 일터이고 자원이고 삶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쓰레기산이 무너져 113명이나 숨졌지..

[구정은의 '수상한 GPS']일본 자민당 파벌구조가 흔들린다?

일본 총리가 바뀐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자민당 간부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책에 집중하고 싶고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고.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내각제이니, 스가가 총재 선거를 포기하면 자연스럽게 총리가 바뀌게 된다. 원래 스가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이달 말까지다. 만일 스가 집권 뒤 정국 흐름이 순조롭게 흘러갔다면 중의원을 해산해서 총선을 치르고 다시 총리를 맡아야겠지만 지금 여론으로 봐선 무리다. 자민당 총재선거로 우선 새 지도부를 갖춘 뒤에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총재 선거는 17일 고시하고 29일 투개표를 진행한다니, 그 결과에 따라 차기 총리 후보가 정해질 것이다. 작년 9월에 장기간 재임..

[구정은의 '수상한 GPS']아프간 충격에 힘 실리는 '유럽군'

미군은 예정대로 8월 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다. 미국의 위상을 추락시킨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지만 철군 과정에서 빚어진 국제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유럽의 불만이 커 보인다. 2001년 9.11 테러공격을 받은 미국이 아프간 전쟁을 일으켰을 때 영국, 독일 등 유럽국들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아프간에 군대를 보냈다. 2000년대 초중반 세계에서는 미국의 일방주의 탓에 반미 정서가 심했다. 한국도 그랬지만, 파병한 나라들은 자국 내 반발을 무릅쓰고 군대를 보낸 것이었다. 동시에 유럽에서는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군사적으로 위축됐던 유럽이 다시 나선다는 인식도 있었다. 그런데 전쟁을 끝내고 군대를 빼내는 과정은 거의 미국의 일방 독주로 진행됐다. 유럽국들은 아직 자국민과 협력자들을 다 빼낼 ..

[창비주간논평] 아프간 사태, 한국의 책임과 역할은

9·11, 10·7, 8·31. 암호 같은 이 숫자들은 이번 세기에 들어와 유라시아 내륙의 척박한 나라 아프가니스탄을 불길 속으로 몰아넣은 날짜들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심장부에서 테러범들이 초유의 테러공격을 저질렀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은 아프간 폭격을 시작했고,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수도 카불을 버리고 도망쳤다. 3년간의 미군 점령통치를 지나 새 정부가 출범하고 원조금이 흘러들어갔다. 민선 정부는 부패했고 탈레반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프간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듯했다. 학교가 문을 열고 여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했다. 여성 각료가 임명되고 독립적인 언론도 생겨났다. 원조금에 의존하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경제도 성장했다. 그럼에도 도저히 탈레반을 제거할 수 없었..

[구정은의 '수상한 GPS']난민캠프가 된 기지...아프간의 '미래'가 떠난다

카타르 남동쪽 사막에 알우데이드라는 공군기지가 있다. 카타르 땅에 있지만 이곳은 온전한 카타르의 영토라 보기 힘들다. 인구 280만 명 가운데 자국민은 12%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인 카타르는 육해공군을 다 합쳐도 병력이 1만2000명이 채 못 된다. 카타르가 택한 방어수단은 국방의 아웃소싱이다. 1996년 수도 도하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알우데이드 기지를 짓고 3년 뒤 미군을 ‘유치’했다. 미군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공격 때 이 기지에서 전투기를 발진시켰다. B52 전폭기와 호넷 전투기가 날아오르던 시절에도 군사시설이라 언론의 이목을 피해가던 이 기지는 요즘 전쟁 때보다 더 어수선하다. 아프간이 전쟁 20년만에 다시 극단조직 탈레반에 장악되고 난 뒤, 아프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