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거리에 ‘낙관론’이 돌아왔다.”
지난 1월 25일 취임한 그리스 급진좌파정당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집권한지 한달 여 지났다. 그동안 유럽은 물론, 세계의 시선이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에 쏠렸다. 2009년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긴축을 강요당하며 유럽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그리스의 ‘반란’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일까. 치프라스의 인기는 올라갔고, 구제금융 재협상이 벌어졌다. 시리자의 집권 한달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시리자의 지지율은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47.6%, 총선 때 득표율 36%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유럽연합(EU)과 구제금융 재협상에 나서 ‘그리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애쓴 것을 국민들이 인정해준 셈이다. 바닥으로 떨어진 그리스인들의 자존심과 지난 5년여 동안 겪어야 했던 모멸감을 시리자가 씻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여전히 긴축에 허덕이고는 있지만 그리스의 거리에 낙관론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Greek Prime Minister Alexis Tsipras at a news conference in Vienna on Monday. PHOTO: 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
국민들이 무서워서 시위대만 보이면 승용차에 숨어 피해다니던 공무원들이 이제는 당당히 시위대와 함께 거리를 활보한다. 지난달 말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반긴축 시위의 중심지인 아테나 신타그마 광장에 산책하러 나오자 시민들이 “고맙다”며 몰려들기도 했다. 자긍심이 올라간 것은 서민들만이 아니다. 유명 기업가 디미트리스 스타토코스토풀루스는 가디언에 “처음으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정부를 가진 기분”이라며 “시리자가 우리의 목소리를 되돌려줬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도 시리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구제금융 4개월 조건부 연장이라는 어정쩡한 타협에 그치기는 했으나 “재협상은 절대 없다”던 채권단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도 일단 수그러들었다. 치프라스와 시리자를 ‘악마화’하던 유럽 채권단과 우파 언론들은 예상보다 유연한 치프라스의 협상력에 놀랐다. 단호하던 독일도 다소나마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일 빌트암존탁 인터뷰에서 “시리자 정부는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며 “그리스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리자 집권 이후 주요 협상 일지
1월 25일 그리스 총선, 시리자 집권
2월 1일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 프랑스·영국 방문
2월 4일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브뤼셀 방문, 유럽연합(EU)과 채무협상 논의
2월 11일 치프라스,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만나 협력방안 모색
2월 16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 그리스 문제 합의 결렬
2월 20일 그리스-유로그룹, 구제금융 4개월 연장 합의
2월 24일 유로그룹, 그리스가 제출한 경제개혁 리스트 승인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시리자의 인기가 순식간에 증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치프라스는 애써 줄타기 협상을 하고 있으나, 당내 강경파들은 공약에서 후퇴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경제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해 세수는 22.5%나 줄어, 당초 예상보다 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언론 카티메리니는 “이런 빚더미 속에서 버티는 것은 지속불가능하다”며 당장 필요한 재원 조달에 대해서도 채권단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4% 떨어졌는데 이 또한 예상보다 나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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