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전설’을 만들었다면 팀 쿡은 ‘역사’를 새로 썼다. 미국 애플사의 시가총액이 세계 기업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잡스의 그늘이 너무 클 것이라는 우려를 샀던 애플 최고경영자 쿡은 수치로 나타난 실적을 통해 전임자를 넘어서는 저력을 보여줬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1.9% 올라 122.02달러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7107억4000만달러(약 780조원)로 추산됐다. 올해 한국 예산(376조원)의 거의 2배이고,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제너럴모터스(GM) 시가총액의 12배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장중에 잠시 7000억달러를 돌파한 적이 있지만 종가 기준으로 넘은 것은 처음이다.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애플 주가는 2000년의 120배로 뛰어올랐다. 애플 시가총액이 3000억달러를 넘은 것은 불과 4년전이었다. 쿡은 2011년 8월 취임 뒤 시가총액을 2배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의 성과는 눈부셨다. 1년간 매출은 30%, 이익은 38% 늘었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의 이익만 180억달러로, 분기 이익으로는 세계 기업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애플 시가총액이 7000억달러를 넘어선 순간에 쿡은 샌프란시스코의 컨퍼런스홀 무대에 올라 골드만삭스의 게리 콘 회장과 공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미국 언론들이 “팀 쿡의 빅데이(Big Day)”라며 찬사를 보내는 순간에도 쿡은 잡스에게 영예를 돌리며 “운이 좋은 해였다”고 말했다. “아직 우리가 천정에 닿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말도 했다. 포브스는 “한 분기에만 고급 스마트폰 7500만대를 팔아치운 경영자로서는 큰소리 칠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절제된 모습”이라고 평했다.
애플의 미래 전략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스마트폰 회사’를 넘어선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쿡은 이날 인터뷰에서 8억5000만달러를 들여 캘리포니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에너지 설비회사 퍼스트솔라와 함께 만들 이 발전소를 통해 캘리포니아 내 애플 데이터센터와 사무실들, 판매점들에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애플의 주가 추이
지난해 애플은 중국에서 큰 돈을 벌었으나 최대 도전도 중국에서 나왔다. 쿡은 “중국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휴대전화회사 샤오미의 거센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미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잠만 자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4월 출시될 애플워치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태양광발전 투자 소식은 이날 애플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쿡은 지난해 10월 동성애자임을 밝혔고, 애플의 가치가 기능이나 디자인만이 아닌 다양성과 상호존중에 있음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10일 인터뷰에서도 청중들을 향해 “여기 지금 남성들이 너무 많다”며 “우리에겐 더 많은 여성들, 그리고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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