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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선가들은 혁신가들...잡화점 청소 알바하던 소년 얀 쿰, 미국 네번째 자선가 되다

딸기21 2015. 2. 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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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쿰(38)은 우크라이나 키예프 교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듬해인 1992년, 16세 소년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방 2개짜리 작은 아파트에 둥지를 틀고 사회보장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고등학교에 다녔다. 어머니는 보모로 일했고 쿰은 잡화점 청소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새너제이대학에 진학한 그는 회계법인 언스트영의 보안담당 직원으로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을 댔다.

 

1997년 쿰은 포털회사 야후에 엔지니어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다 나와 앱 개발을 시작했다. 2009년 1월 아이폰을 한 대 장만한 쿰은 앱스토어에서 마침내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다음달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그램 회사인 와츠앱을 차렸다. 한때 그가 몸담기도 했던 소셜미디어회사 페이스북은 와츠앱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2월 이 회사를 무려 190억달러(약 20조원)에 인수했다.

 

쿰은 이 거래를 통해 일약 갑부가 됐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그는 자산 75억달러로 62위 부자에 랭크됐다. 포브스 부자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보다 한참 뒤였지만, 쿰은 다른 순위에서는 저커버그를 훌쩍 앞질렀다. 자선가들의 기부 액수를 매년 집계하는 ‘크로니클 오브 필랜트로피’가 8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해 미국의 50대 기부자 순위에서 쿰은 첫 진입과 동시에 4위를 기록했다. 그가 지난해 기부한 돈은 5억5597만달러(약 6090억원)다.



그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젊은 프로그래머들을 지원하는 재단 등에 기부한 사실을 알렸다. 그는 “수백만 명의 프로그래머들이 열정을 좇으며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젊은 시절 주변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던 자신의 경험도 털어놨다.


쿰처럼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다른 이들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기업가들이 미국의 자선활동을 이끌고 있다. 누적 기부액 불변의 1위인 빌 게이츠(59) 부부를 비롯해, 50대 기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 중 12명이 정보기술(IT) 분야의 부자들이다. 파일공유사이트 냅스터를 만들었고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션 파커(35)는 5억5000만달러를 기부해 5위로 기록됐다. 


고화질 카메라회사 고프로 창업자 니컬러스 우드먼(39) 부부는 벤처기업가들을 지원하는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재단에 총 5억달러를 내놨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41)과 래리 페이지(41), 이베이 공동창업자인 이란계 사업가 피에르 오미디야르(47) 등도 큰 손 자선가들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50대 자선가들의 내놓은 돈은 총 98억달러에 이른다. 그 중 47%가 IT업계 출신들에게서 나왔으며, 대부분 과학기술·의학 등의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고 ‘크로니클 오브 필랜트로피’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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