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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충돌인가, 실패한 통합인가] 프랑스 테러, 언론 공격 이면에는 무슬림의 모욕감과 소외감

경제난과 무슬림 차별, 여기에 분노하고 좌절한 무슬림들, 극우파의 자극과 보복테러,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세계적인 패턴이 됐다. 10여년 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연쇄폭탄테러와 영국 런던 7·7 동시다발 테러에서부터 2013년 미국 보스턴의 마라톤대회 공격, 지난해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총격과 호주 시드니 인질극 등이 모두 이런 악순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모든 테러공격에는 공통된 패턴뿐 아니라 지리적·시간적인 특수성도 존재한다. 프랑스 잡지사 공격과 잇단 인질극은 ‘언론에 대한 공격’이라는 형태로 테러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대테러전 10여년간 쌓여온 모욕감과 소외감 사우디아라비아 신문 아랍뉴스는 10일 “세계의 무슬림과 이슬람 단체들은 가장 강력한 언어로 ‘샤..

이반 일리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올해의 첫 책은 이반 일리치의 (허택 옮김, 느린걸음)다. 휴가 길에 가지고 가서 후다닥 읽었다. 얇지만 깊은 이 책에 '후다닥'이라는 말을 붙이니 너무 경박하게 들리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책의 부제에 메시지가 다 녹아 있다.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책의 원제는 THE RIGHT TO USEFUL UNEMPLOYMENT이지만 '쓸모 있는 비고용상태'를 말하기 전에 여러 생각들을 산만하게 펼쳐놓는다. 온갖 문제의식을 짧은 에세이 안에 녹여놓았으니, 책장을 덮은 바로 그 순간부터 '생각'은 나의 몫이다. 성인 평균수명은 지난 몇 세대 동안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의 변화가 전혀 없었으며, 가장 부유한 나라의 평균 수명은 전 세대보다도 낮아졌고 가난한 나라보다도 길지 ..

딸기네 책방 2015.01.11

기억하라! 1945, 되새겨라! 1965

유럽 신좌파의 대부인 영국 지식인 타리크 알리는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과의 대담을 묶은 책 에서 “사건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알리에 따르면 사건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사람들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2015년, 세계는 그 어느 해보다도 ‘기억할 일’이 많을 것 같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전쟁, 식민통치라는 하나의 시대가 끝난 것이 바로 70년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거대한 전쟁 즉 베트남전이 시작된 지도 60년이 된다. 2015년 올해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일들은 어떤 게 있을까. 1945년 1월 27일 소련군이 독일로 진격해 악명 높은 유대인 학살 시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해방시켰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해였다. 어린 소녀 안네 프랑크는 그 해 ..

카푸시친스키, SHAH OF SHAHS

두려움에 젖어 나는 생각했다. 공포를 내 안으로 가져감으로써 나는 본의 아니게 공포에 기반을 둔 이 시스템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을. 끔찍하지만 떼어낼 수 없는 관계, 일종의 병리학적인 공생관계가 나와 독재자 사이에 스스로 똬리를 트는 것이다. 공포심을 통해 나는 내가 증오하는 이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었다. (95쪽) 리샤르트 카푸시친스키(Ryszard Kapuściński). 폴란드 출신 저널리스트다. 세계의 분쟁과 혁명을 지켜본 그는 (VINTAGE INTERNATIONAL)이라는 제목의 책에 이란 혁명을 담았다. 이란 혁명 발생 과정을 저널리스트답게 정보 위주로 소개하거나 추적한 것이 아니다. 샤의 폭압 체제가 얼마나 잔혹했는지, 그 속의 사람들은 어떤 두려움을 느끼면서 공포정치의 한 요소로 전락하는..

딸기네 책방 2014.12.30

미, 쿠바 이어 이란과도 화해 추진? 오바마 "I never say never"

“절대 아니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관계 개선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고 한 대답이다.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성사시킨 오바마가 이란과도 화해를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미국의 최대 앙숙인 이란과의 관계가 풀린다면 오바마는 재임 중 ‘역사적인 치적’을 쌓는 게 된다. I never say never 오바마는 29일(현지시간) 미 공영라디오(NPR)와 인터뷰를 하면서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테헤란에 미국 대사관이 다시 열릴 수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절대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는다(I never say never)”고 답했다. 그는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 동안의 적대관계를 풀기까지의 과정을 언급하면서, 이란과의 문제 역시 여..

베네치아

“아직 자네가 말하지 않은 도시가 하나 남아 있네.” 마르코 폴로가 고개를 숙였다. “베네치아.” 칸이 말했다. 마르코가 미소를 지었다. “제가 폐하께 말씀드린 게 베네치아가 아니라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황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난 자네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걸 본 적이 없네.” “도시들을 묘사할 때마다 저는 베네치아의 무엇인가를 말씀드렸습니다.” 사흘 동안 베네치아의 골목들을 걸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정처없이 걸어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녔건만 내게는 사진 한 장 없다. 지도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글자들을 읽을 수는 없었다. 적지 않게 여행을 해보았고, 먼 나라 낯선 도시에서도 길 찾는 것은 늘 쉬웠다. 골목의 이름, 건물의 이름, 사원이나 성당의 이름을 적어두고 되새겨보..

[에어아시아 여객기 실종]사고 기체 해저에 가라앉은 듯… 수색 장기화 우려도

한국인 3명 등 162명을 태운 에어아시아 QZ8501 여객기가 실종된지 하루가 지났으나, 29일(현지시간) 밤까지 추락 흔적을 찾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자바해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군 함정과 헬기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싱가포르·호주·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이 지원에 나섰다. 기체가 해저에 가라앉았다면 수색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 3월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 사건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수마트라 벨리퉁 섬 부근에서 수색을 재개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는 선박과 비행기들을 보내 지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바닷속 블랙박..

2014년 가을과 겨울에 읽은 책

49.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 지그문트 바우만 인터뷰 인디고 연구소 기획. 궁리 9/28 50. 역사는 현재다- 타리크 알리, 올리버 스톤 대담 박영록 옮김. 오월의봄 9/29 51. 새로운 인생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민음사 10/5 신비스럽고 재미있다. 52.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박성제. 푸른숲. 10/12 53. 엔데의 유언 54. 3D 프린팅의 신세계호드 립슨, 멜바 컬만. 김소연, 김인항 옮김. 한스미디어. 10/25 55. 시진핑. 소마 마사루. 이용빈 옮김. 한국경제신문. 10/28소설 보듯 잼나게 후다닥 읽은 책. 시진핑 주석 취임 전, 2010년까지의 상황만 담고 있지만 시진핑 얘기 자체가 정말 재미있다. 더불어 잘 모르던 덩샤오핑 시대 이후 중국의 최근 정치사를 인물 위..

마을로 가는 사람들

마을로 가는 사람들인간도시 컨센서스. 알트. 12/25 인간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인간다운 삶이 영위될 수 있을 정도로 도시가 적절한 규모여야 한다. 둘째, 나의 존재감이 희석되지 않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관계가 가능해야 한다. 셋째, 공동체적 사안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참여와 자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넷째, 사람과 자연이 호혜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 생활이 있는 도시란 확장된 (공공적) 생활세계가 있는 도시를 말한다. 우선 확장된 생활세계는 공간적으로 폐쇄적인 주택단지와 구분되는 열려진 공동체 공간(예, 마을)를 만들어낸다.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와 다른 호혜 및 협동경제(예, 생협), 문화적으로는 상업화된 문화와..

딸기네 책방 2014.12.25

42. 땅 빼앗기고 등 떼밀려 '민족국가' 된 헝가리

42. 트리아농 조약 이후, 1920-1939년의 헝가리 동유럽사에서 틈틈이 등장하는 트란실바니아... 이 지역이 어디인지 대충 감을 잡으시려면 이 '상상여행'의 첫 회, '동유럽이란'을 참고하시고요~ 다뉴브강 유역의 드넓고 비옥한 땅, 트란실바니아는 늘 여러 세력의 먹잇감이 됩니다. 1916년 루마니아인들은 트란실바니아를 공격했다가 소득도 없이 물러섰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패배를 한 탓에 그들은 통 목소리를 내지 못하다가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무너지면서 다시 기회를 잡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트란실바니아를 집어삼킨 루마니아 루마니아는 트란실바니아 공국을 공격, 이번에는 큰 저항 없이 점령했습니다. 트란실바니아 공국 안에 있던 루마니아계 민족주의자들이 아예 나라를 루마니아에 갖다 바친 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