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명 등 162명을 태운 에어아시아 QZ8501 여객기가 실종된지 하루가 지났으나, 29일(현지시간) 밤까지 추락 흔적을 찾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자바해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군 함정과 헬기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싱가포르·호주·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이 지원에 나섰다. 기체가 해저에 가라앉았다면 수색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 3월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 사건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수마트라 벨리퉁 섬 부근에서 수색을 재개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는 선박과 비행기들을 보내 지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바닷속 블랙박스 신호음을 찾기 위해 과학기술선도 투입했으며, 영국·프랑스 등에 전문가 파견을 요청했다. 벨리퉁 어민들도 고깃배를 띄워 수색을 돕고 있다.
인니 정부 국제공조 수색…기름띠 발견, 관련성 조사
수색·구조 책임자 밤방 술리스티요는 “기체가 바다 밑에 가라앉았을 수 있다”고 밝혀, 기체를 찾는 작업이 길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는 전했다. 실종 해역에서 부유물체가 발견됐으나, 유수프 칼라 부통령은 “사고기와 관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벨리퉁 부근에서 기름띠를 발견, 실종 여객기에서 새어나온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채취작업에 들어갔다.
일단 당국은 악천후 속에서 기체가 고장나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인도네시아 지질기상지리국은 실종 해역 상공에 폭풍우와 뇌우를 일으키는 적란운이 짙게 깔려 있었다며 “파일럿이 이런 구름을 무리하게 통과할 경우 기체가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공전문가 한나 시마투팡은 자카르타포스트에 “베테랑 조종사들의 경우 적층운을 통과하기도 하지만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종 여객기 조종사는 관제탑과의 교신에서 적란운을 피하기 위해 3만2000피트인 고도를 3만8000피트 정도로 높여도 될지를 물어봤다. 이런 정황으로 봐서, 조종사가 항로변경을 시도하다가 실패했거나 혹은 항로변경이 여의치 않자 구름층을 통과하려 했다가 사고가 났을 수 있다. 고도를 높였으나 효과가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지질기상지리국 헤루 자트미코 대변인은 “적란운은 대개 3만~4만피트에 위치하지만 인도네시아 상공에서는 5만피트까지 걸쳐 있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추락 예상지점 파악, 수심 얕아 ‘장기 미제’는 안될 듯
아직 수색은 진전을 보지 못했으나 실종 10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단서 하나 찾지 못한 MH370처럼 미제 사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MH370의 경우는 조종사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의적으로 항로를 변경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초반에 전혀 상관없는 해역을 뒤지느라 수색시간을 놓쳤고,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와 항공사측은 우왕좌왕했다. 서로 상반되거나 모호한 정보들이 쏟아져나온 반면, 가장 중요한 항공기와 지상의 교신 내역이나 자동으로 송수신되는 정보들은 부족했거나 불분명했다. 조종사들이 관제당국에 거짓말을 한데다 ACARS라 불리는 자동 데이터전송시스템도 일부러 작동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반면 에어아시아 조종사들은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3분전까지 관제탑과 교신, 당시의 기상 상태와 사고 정황을 유추케할 수 있는 정보들을 남겼다. 아직 당국이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자동 수신된 데이터들도 있을 것이라고 AP는 보도했다.
MH370은 원래 항로와 동떨어진 남인도양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해역은 광대하고 깊은데다 항공·선박 운행량이 많지 않다. 에어아시아가 사라진 자바 해역은 평균 수심이 46m로 비교적 얕고, 배와 비행기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는 점도 차이다. 말레이시아항공기 추락지점은 아직도 오리무중이어서 호주 등이 해저탐사로봇과 민간위성을 이용해 수색하고 있으나, 에어아시아 항공기는 추락 예상지점의 위도와 경도가 분·초 단위까지 확인됐다.
28일(현지시간) 인도 동부 오리사주 부바네스와르의 바닷가에서 인도의 유명 샌드아티스트 수다르샨 파트나이크(왼쪽)가 에어아시아 QZ8501편 실종자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부바네스와르 _ 신화연합뉴스
그럼에도 수색이 길어질 수 있는 것은 조류 때문이다. 기체가 심해에 가라앉았거나, 잔해가 조류를 타고 추락지점에서 멀리 떠내려갔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블랙박스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2009년 브라질 영해에서 추락한 에어프랑스 여객기의 경우 한달 만에 잔해 일부와 시신들이 발견됐으나 바다 밑에 가라앉은 블랙박스를 찾는 데에 2년이 걸렸다.
항공편 나눠 타 생사 엇갈린 가족… ‘기다림의 공항’
10대 소녀 두 명이 부모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 한 여성은 소식 없는 약혼자를 애타게 기다린다.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이 항공기를 나눠탔던 가족은 갑자기 들이닥친 재앙에 넋을 잃었다. CNN 등이 전한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주안다 국제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풍경이다.
실종된 에어아시아 QZ8501편 탑승자 가족들은 공항에 꾸려진 사고수습본부에서 29일(현지시간) 애타게 여객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홍콩계 영국인 치 만 초이는 아내와 아들을 먼저 보내고, 자신은 싱가포르 국적인 어린 딸과 QZ8501편을 탔다. 좌석을 못 구해 두 비행기에 나눠탄 가족은 그렇게 생사가 갈렸다.
친구사이인 10대 소녀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유학왔다. 두 소녀의 부모들은 새해를 함께 맞기 위해 딸들을 만나러 가던 길이었으나 기약이 없다. 루이즈 시다르타라는 여성은 창이공항에서 밤을 지새며 약혼자를 기다리고 있다.
탑승자 가족들은 공항에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힘을 모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윌리엄 케이라는 남성은 BBC에 “가족이 곧 돌아올 거라 믿는다, 희망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미스 인도네시아 출신인 앙기 마헤스티라는 여성은 일가족 9명과 함께 실종 여객기를 타려 했다가 비행기를 놓쳐 목숨을 구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는 전했다. 앙기의 남편은 탑승시간 변경 안내 메일을 열어보지 않은 탓에 비행기를 놓쳤으나 그 덕에 일가족이 살았다.
한국인 탑승객 박성범씨(37)가 소속된 전남 여수시 여수제일교회에선 이틀째 생환을 기원하는 기도회가 이어졌다. 박씨의 아버지(67)도 교회에 나와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측은 사고수습대책위를 꾸리고 출국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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