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네팔 강진]재앙 훑고 간 ‘신들의 도시’ 사람이 보듬다

딸기21 2015. 4. 28. 00:30
728x90

무너진 건물 밑에 한 남성이 깔려 있다. 시민 4명이 맨손으로 시멘트 더미를 들춰 남성을 빼낸 뒤 치료소로 옮긴다. 옆에선 또 다른 시민이 손에 쥔 잡지로 먼지투성이가 된 남성의 얼굴에 부채질을 해준다. 미국 CNN방송이 27일 전한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풍경이다.


시민·관광객 너나없이 폐허 속 맨손 구조 앞장


구호품도, 제대로 된 구조장비도 아직 없지만 시민들이 나서서 시신을 수습하고, 생존자를 찾고, 다친 이들을 이송하고 있다. 군인들도, 외국인 관광객들도 모두 뛰어들어 구조에 나섰다. 전기와 수도는 대부분 끊겼다. 식당들도 문 닫고 마실 물조차 모자라자 곳곳에 ‘공동부엌’이 생겨나고 있다. 식재료와 음식을 모아 나누고, 집 잃은 이들도 밥을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카트만두 의대 외과의사들은 대학 마당에 천막을 치고 임시 수술실을 만들었다.


지진 사흘째인 27일에도 카트만두는 아수라장이었다. 밤새 불빛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이재민 대피소로 변한 축구장 잔디밭에선 담요를 뒤집어쓴 시민들이 빗속에서 새우잠을 잤다. 

중국 후난성 헝양의 난화대학 학생들이 26일 촛불로 ‘네팔과 함께한다’는 글귀를 만들고 지진 참사를 당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헝양 | 신화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주 보델의 힌두문화센터에서 한 네팔 여성이 고국의 지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보델 | AP연합뉴스









 

사망자는 어느새 4000명에 육박한다. 1만명 넘게 숨졌을 것이며 재난 피해를 입은 이들이 6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과 외신들은 시민들이 재앙 속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앙 때 일부 상인들이 이재민들에게 폭리를 취해 거센 비난을 받은 적 있다. 반면 네팔에서는 문을 연 상점들이 정부 규제에 응하며 상품 값을 올리지 않았다. 중국청년보는 지난 25일 지진 때 한 중국 여성 관광객이 침착하게 도와준 주민들 덕에 위기를 모면했다고 보도했다. 카트만두 서쪽에서는 26일 네팔 군인들과 인도 구조요원들이 힘을 모아 3층 건물터에서 주검 16구를 꺼내고 생존자 1명을 구했다.


식재료·음식 모아 나누며 이재민들 차분한 대응


구호기구들은 이재민을 도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브래드 커너는 한국 지부를 통해 26일 카트만두 소식을 보내왔다. 지진이 일어나던 순간, 토요일을 맞아 하이킹을 갔던 그는 평소 4시간 걸리는 거리를 7시간 만에 되돌아왔다. 그 후 카트만두의 구호본부 천막에서 지내며 방수포와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다. 커너는 “다음 단계는 고아가 됐거나 가족과 헤어진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당국은 10곳에 긴급구호소를 차려 천막과 물을 나눠주고 있다. 한국도 100만달러 지원계획을 밝힌 데 이어 긴급구호팀을 네팔로 보냈다.

 

하지만 구호와 복구는 만만찮은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팔이 글로벌 재난구호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0년 대지진으로 10만명 이상이 희생된 카리브 섬나라 아이티는 평탄한 섬 저지대였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때 구축된 글로벌 재난구호 네트워크도 가동됐다. 그런데 네팔은 이미 들어가 있던 구호기구들조차 지진 피해를 입었다. 험준한 산지가 많고, 이번주 내내 악천후가 예보돼 있다. 매몰된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운명의 72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해발고도 6000m 이상의 히말라야 산지에도 여전히 수백명이 고립돼 있다.


국제사회도 구호 안간힘… ‘운명의 72시간’ 고비

 

CNN은 “외부 지원이 도착하는 건 카메라(언론)가 오고 난 뒤”라고 지적했다. 구호활동가들은 “시간과의 경주”라고 말한다. 내륙국가인 네팔에서 세계로 열린 사실상 유일한 창구인 카트만두 국제공항 상태가 좋지 않아 구호품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난 때에는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네팔 정부도 현지 기구들을 중심으로 구호망을 짜고 있다. 현지 매체 칸티푸르는 재무부가 26일 지역 구호단체들과 재원 분배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복구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6월부터 몬순이 시작되면 작업이 더욱 어려워지며 전염병이 돌 우려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 카트만두 사람들이 “이례적일 정도로 조용하다”고 전했다. 모두가 여진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탓이다. 수습이 늦어지고 전염병이라도 돌면 상황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