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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만에서 관타나모까지, 미국과 쿠바의 굴곡진 역사  

피그만에서 관타나모까지, 미국과 쿠바 사이의 관계는 20세기 현대사에서 가장 격렬하고 극적인 드라마였다. 두 나라의 관계는 18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훗날 미국의 6대 대통령이 된 존 퀸시 애덤스는 1819~25년 국무장관을 지낼 당시 쿠바를 “스페인이라는 나무에서 떨어져나온 사과”라 표현했다. 애덤스는 미국이 반 세기 안에 쿠바를 병합해야 한다면서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게 만든 중력의 법칙이 있듯 (미국이 쿠바를 병합해야 할) 정치의 법칙도 있다”고 주장했다. 독립 이후 중남미의 스페인 세력과 대치해온 미국 입장에서 ‘스페인에 맞서온 쿠바’는 서반구의 거점으로 삼을만한 후보지였다. 1881년 당시 미 국무장관 제임스 블레인도 “멕시코만의 열쇠인 이 풍요로운 섬이 만일 스페인으로부터 벗어난다면, ..

미-쿠바 화해 뒤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있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위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로마가톨릭 성인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의 기도문이다. 그의 이름을 딴 첫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기도문을 현실로 만들었다.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 넘게 계속되온 적대를 마침내 끝내기로 결정했다. 두 나라 지도자들이 결단을 내리도록 호소하고, 물밑에서 협상을 돕고, 대화할 장소를 내준 사람은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17일(현지시간) 교황의 78살 생일을 맞아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는 탱고 파티가 열렸다. 수백 커플이 광장에 나와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의 생일을 축하하며 탱고를 췄다. 하지만 이날의 하일라이트는 탱고 파티가 아니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나..

화성에 메탄가스 있다... 생명체 흔적?  

화성에 정말 생명체가 있었을까.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대기와 암석층에 메탄을 비롯한 유기물 입자가 있다는 자료를 보내왔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이 16일 웹사이트에 밝혔다. NASA 과학자들은 화성 대기 중에 메탄가스가 있는 것이 확인됐으며, 암석을 분쇄해 채취한 가루 중에서도 유기물 분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큐리오시티는 2012년부터 화성 적도 부근 게일분화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토양·공기를 채취해 지구로 정보를 보내오고 있다. 큐리오시티는 몸통에 장착된 화성표본분석기(SAM)로 지난해부터 20개월 동안 메탄가스를 찾아다녔다. 10여차례의 채취작업 중 지난해말과 올 초 네 차례 측정에서 평소보다 10배 농도가 높은 메탄가스가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로봇이 돌아다니는 특정 지점의 지표면 아래에..

베슬란 사건 10년만에 다시 벌어진 학교 참사

2004년 9월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자치공화국에 있는 베슬란 초등학교에 체첸 분리주의자들이 들어가 학생들과 교사 등 1100여명을 인질로 잡았다. 사흘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무장군인들과 진압경찰이 초강경 진압작전을 펼쳐, 어린이 186명을 포함해 334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그리고 10년만에 다시 참사가 일어났다. 파키스탄 남부 페샤와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파키스탄탈레반(TTP)이 공립학교를 공격, 130명이 숨졌다. 파키스탄 탈레반, 학교 공격... 130명 사망 이번에도 대부분의 희생자는 어린 학생들이다. 학교는 분쟁이나 테러, 살인 같은 범죄와 가장 멀리 있어야 할 곳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학교를 무대로 한 테러공격이나 총기난사·흉기난동·인질극·납치같은 일들이 수시로 벌..

호주 시드니 인질극, 시작에서 종료까지

이란 난민 출신 남성 만 하론 모니스가 인질극을 벌이던 호주 시드니 도심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카페에서 16일 새벽 2시가 조금 지난 시각 갑자기 총성이 울렸습니다. 인질범이 잠시 잠든 사이, 카페 매니저 토리 존슨(34)이 총을 빼앗으려다 모니스의 총에 맞은 것입니다. 이 카페에서 2년 넘게 일해온 존슨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어 연달아 총성이 울리자 곧바로 경찰이 진입했습니다. 총격전이 벌어졌고, 75세 할머니 등 3명이 어깨와 발 등에 총을 맞았습니다. 당시 카페 안에 있던 인질은 총 17명. 그 중 2명은 임신부였습니다. 인질 중 한 명인 여성 변호사 카트리나 도슨(38)은 임신한 친구를 보호하다가 총에 맞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곧바로 범인이 사살되면서, 전날 오전 10시쯤 시작된 인질..

아베, 개헌 논의 포함한 ‘연립정권 합의문’ 서명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개헌 논의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안보 법제화를 곧바로 밀어부치기 시작했다. 집권 자민당 총재인 아베 총리가 선거 이튿날인 15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개헌 관련 내용이 포함된 ‘연립정권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합의문에는 “헌법심사회의 심의를 촉진하고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의 논의를 심화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절차는 만들어놨고... 이제는 '국민 여론 조성'으로 아베 총리는 총선 결과가 나온 뒤 개헌에 필요한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민을 설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의회는 지난 6월 국민투표법을 개정, 개헌안이 의회에서 발의되면 곧바로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일 자민당, 선거구서 25% 표 얻고도 의석 75% 차지

“득표율 25%로 전체 의석의 75%를 차지했다.” 지난 14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 결과를 분석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이렇게 보도했다. 지역구(소선거구) 직접투표 기준으로 보면 전체 유권자 중 25%가 자민당을 지지했으나, 투표율이 낮았던데다 비례대표 결과조차 유리하게 작용해 자민당이 전체 의석의 4분의3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소선거구 투표로 뽑힌 의석은 전체 475석 중 295석이다. 소선거구 투표에서 자민당의 득표율은 과반에 못 미치는 48%였다. 투표율은 전후 최저치인 52% 대에 머물렀다. 따라서 자민당의 실제 득표율은 25%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민당은 295개 소선거구 중 223석(76%)을 가져갔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소선거구 득표율이 22.5%였는데 ..

[일 아베 독주시대]아베 "개헌에 필요한 국민 과반 지지 얻을 것"

14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아베 신조 총리는 장기 독주체제를 만들었다. 대안 부재 속에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아베의 자민당은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강한 일본 만들기’를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중일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베 ‘독주체제’...전후체제 탈피 가속화할 듯 최종 개표결과 자민·공명 두 당은 2년 전 총선 때보다 1석 늘어난 326석을 얻어 ‘개헌선’인 3분의2(317석)를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73석을 얻는 데 그친 반면, 자민당은 290석을 얻어 공명당을 빼고도 단독 과반을 차지했다. 아베는 14일 밤 “지난 2년간의 아베 정권에 대해 국민들의 ..

고이즈미 신지로, 아카미네 세이켄... 자민당 '차기 주자'와 공산당의 '히어로'

14일의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가장 눈에 띈 인물 중의 하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 進次郞)였다. 1981년생, 이제 겨우 33세인 신지로는 아버지의 후광에다 타고난 쇼맨십까지 갖춰, 최고의 ‘정치 아이돌’로 부상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신지로는 2007년 일본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지역구인 가나가와11구를 물려받았으며 2009년 8월 총선에서 중의원이 됐다. 당시 ‘정치 세습’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신지로는 도요타 프리우스를 빌려 타고 선거운동을 하는 등 서민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3년 전 신지로는 자민당 젊은 의원 모임의 수장이 됐다. 다케시타 노보루, 아소 다로, 아베 신조 등 자민당 역대 총리들이..

호주 국민들, 인질극에도 “나는 무슬림과 함께합니다” 연대 표시  

“내가 당신과 함께 탈 거예요.” 시드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인질극이 벌어져 호주 전역에 충격을 안긴 15일, 호주 인터넷 사용자들의 소셜미디어에는 #illridewithyou(내가 당신과 함께 탈 거예요)라는 해시태그(주제어)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날 밤 9시(현지시간)까지 약 12시간 동안 2만2000명 넘는 이들이 이 주제어를 사용했다. 자칫 ‘대테러전’ 분위기 속에 유형무형의 차별과 핍박을 받을 지 모를 호주 내 무슬림 공동체에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서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시드니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카페 인질사건으로 “호주인들이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도 무슬림 주민들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뭉쳤다”고 보도했다. 이 해시태그의 발단은 시드니에 사는 레이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