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 중 상당수가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어서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도 사우디 갑부 아들이었다. 그 후 돈 많은 사우디인들, 심지어 사우디 왕실 일원들까지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해줬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이런 의혹에 근거가 있음을 뒷받침하는 법정 증언이 최초로 공개됐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 실세 중 한 명이었던 왕자가 알카에다를 지원해줬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3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체포돼 재판이 진행 중인 알카에다 고위간부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9·11 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같이 증언했다. 프랑스 태생인 무사위는 1998년 케냐·탄자니아 미 대사관 테러 등 알카에다의 굵직한 테러들에 모두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무사위는 사우디의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가 1990년대에 알카에다에 거액을 제공했으며, 알카에다는 이 자금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격추를 모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사위가 증언한 내용을 담은 100쪽 분량의 문서가 지난 2일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되면서 전모가 공개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투르키 왕자는 사우디 건국자인 압둘아지즈의 아들인 ‘2세대 왕자’로, 최근 타계한 압둘라 전 국왕의 형제다. 투르키는 1980년대에 미 중앙정보국(CIA)과 공모해 아랍권 곳곳에서 전투원을 모집, 아프가니스탄에 들여보내 ‘반소련 무자헤딘(이슬람 전투원)’으로 키운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투르키와 CIA가 알카에다를 탄생시켰다는 것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사우디 왕실 일원과 알카에다의 관계에 대한 공식 증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다만 사우디 왕실과 알카에다의 연계가 어느 정도였는지, 9·11과 투르키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투르키는 23년간 사우디 정보국장을 하다가 공교롭게도 9·11 테러 열흘 전에 정보국장직에서 물러났다. 2005년에는 미국 대사로 부임해 1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공모로 만들어진 알카에다는 1991년 걸프전 때 사우디가 미군 주둔을 허용한 뒤 사우디 왕정 반대세력으로 돌아섰고, 사우디 내 미국 시설을 공격하다가 결국 9·11 테러를 저질렀다. 그런데 무사위의 증언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까지도 투르키는 알카에다를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딸기가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퀄컴, 중국서 사상 최대 1조원 벌금 (0) | 2015.02.10 |
---|---|
고갱 작품이 3200억원...그럼 <모나리자>는 얼마? (0) | 2015.02.06 |
일본인 인질과 요르단 테러범 맞바꾸자... 깊어지는 일본의 고민 (0) | 2015.01.25 |
특별검사의 죽음으로 드러난 아르헨-이란 비밀거래 의혹 (0) | 2015.01.22 |
김정은 5월 러시아 승전기념식 참석...첫 외국 방문 (0) | 2015.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