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자네가 말하지 않은 도시가 하나 남아 있네.” 마르코 폴로가 고개를 숙였다. “베네치아.” 칸이 말했다. 마르코가 미소를 지었다. “제가 폐하께 말씀드린 게 베네치아가 아니라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황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난 자네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걸 본 적이 없네.” “도시들을 묘사할 때마다 저는 베네치아의 무엇인가를 말씀드렸습니다.” 사흘 동안 베네치아의 골목들을 걸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정처없이 걸어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녔건만 내게는 사진 한 장 없다. 지도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글자들을 읽을 수는 없었다. 적지 않게 여행을 해보았고, 먼 나라 낯선 도시에서도 길 찾는 것은 늘 쉬웠다. 골목의 이름, 건물의 이름, 사원이나 성당의 이름을 적어두고 되새겨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