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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도 안 되나? 파리 테러와 이슬람, 그리고 바비인형

aniconism. 아이콘(도상, 형상)을 만들지 않는 것을 말하지요. 좀더 종교적으로 말하면 '성상 파괴' 뭐 그런 거랄까. 이슬람은 사람이나 동물 등, '영혼이 있는 것'의 형상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랑스 파리 테러범들은 풍자 잡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만평에 그렸을 뿐만 아니라, 모욕적으로 묘사했다며 공격을 한 것이었지요. 표현의 자유 논란은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 이슬람의 aniconism에 대해 살짝 들여다볼까요. 먼저, 눈사람 얘기부터 하지요. 사우디아라비아 북부에 오랜만에 눈이 왔다. 아이들은 거리로 달려나와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우디의 저명한 이슬람 성직자가 “눈사람을 만드는 것은 이슬람에 위배된다”며 난데없이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눈..

쿠바, 미국과의 약속대로 정치범 53명 석방  

쿠바 정부가 정치범 53명을 석방했다. 지난해 말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이후, ‘개혁’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첫 조치다. 아바나타임스는 12일 쿠바 당국이 53명의 정치범을 풀어줬다고 보도했다. 아바나의 미국 대표부 등 미국 측도 석방 사실을 확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쿠바 정부는 우리와 약속했던 대로 정치범들을 석방했음을 알려왔다”며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말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논의하면서 정치범 문제를 거론했고, 국제 인권단체들이 석방을 요구해온 정치범들의 명단을 쿠바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쿠바 정부는 미국이 줄곧 제기해온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앞서 미국..

세르주 라투슈, '낭비 사회를 넘어서'

낭비 사회를 넘어서 -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세르주 라투슈. 정기헌 옮김. 민음사 학창 시절 나는 여느 경제학도들처럼 기술적 진부화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고의로 기계 속에 결함을 삽입하는 ‘계획적’ 진부화라든지, 광고와 유행에 의해 너무 이른 시기에 제품이 구식이 되어 버리는 ‘상징적’ 진부화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l958)가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 지식인 사회에서 계획적 진부화 논쟁이 촉발되었고, 그 여파는 서서히 유럽 지식인 사회로 확산되었다. (12쪽) 20세기에 진입하면서 현대식 가전 기기들이 구식 아궁이와 굴뚝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진부화(obsolescence)’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바로 이때다. 소스타인 베블런..

딸기네 책방 2015.01.13

9.11 이후 세계에서 일어난 테러공격들

테러. 무엇이 공포(terror)인가. 이 '공포'의 원인은, 그것이 미래에 맞닿아있다는 점이다.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 이런 일은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냉전이라는 최소한의 균형조차 깨어진 뒤에 찾아온 '팍스 아메리카나'. 9.11은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던 '미국'이라는 안전판을 강타하고 부숴버린 것이었고, 거기에서 '미래에 대한 공포'가 생겨난 것이었다. 자크 데리다의 관점에서 보자면(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미국이 지목한 '테러리스트'들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생겨난 존재들이다. 데리다는 이를 특유의 '자가-면역' 논리로 해석한다. 스스로의 면역체계를 부수면서, 안에서부터 생겨난 병리학적 존재들. 지오반나 보라도리, 대체 테러에 대한 기사를 몇 건이나 썼던 걸까. 프랑스..

파리 테러 뒤 극우파 바람... 두러움에 떠는 유럽 무슬림 이민자들

“공포영화 같은 일이다. 우린 늘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지금의 상황은 두렵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일어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100만명의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누구보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은 독일의 터키계 이민자들인 듯합니다. 베를린에 사는 29세 터키계 여성 시린 사크는 12일 BBC방송에 최근의 상황을 ‘공포영화’라 표현했습니다. '통합되기 싫으면 나가라' 극우 운동 '페기다' 바람 이날 독일 드레스덴 등 곳곳에서는 ‘페기다(PEGIDA)’의 시위가 벌어질 예정입니다. 페기다는 ‘서구의 이슬람화에 맞선 애국적 유럽인들’이라는 반이슬람 정치운동의 약칭으로, 지난해 10월 드레스덴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20일 첫 집회 ..

[문명의 충돌인가, 실패한 통합인가] 프랑스 테러, 언론 공격 이면에는 무슬림의 모욕감과 소외감

경제난과 무슬림 차별, 여기에 분노하고 좌절한 무슬림들, 극우파의 자극과 보복테러,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세계적인 패턴이 됐다. 10여년 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연쇄폭탄테러와 영국 런던 7·7 동시다발 테러에서부터 2013년 미국 보스턴의 마라톤대회 공격, 지난해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총격과 호주 시드니 인질극 등이 모두 이런 악순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모든 테러공격에는 공통된 패턴뿐 아니라 지리적·시간적인 특수성도 존재한다. 프랑스 잡지사 공격과 잇단 인질극은 ‘언론에 대한 공격’이라는 형태로 테러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대테러전 10여년간 쌓여온 모욕감과 소외감 사우디아라비아 신문 아랍뉴스는 10일 “세계의 무슬림과 이슬람 단체들은 가장 강력한 언어로 ‘샤..

이반 일리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올해의 첫 책은 이반 일리치의 (허택 옮김, 느린걸음)다. 휴가 길에 가지고 가서 후다닥 읽었다. 얇지만 깊은 이 책에 '후다닥'이라는 말을 붙이니 너무 경박하게 들리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책의 부제에 메시지가 다 녹아 있다.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책의 원제는 THE RIGHT TO USEFUL UNEMPLOYMENT이지만 '쓸모 있는 비고용상태'를 말하기 전에 여러 생각들을 산만하게 펼쳐놓는다. 온갖 문제의식을 짧은 에세이 안에 녹여놓았으니, 책장을 덮은 바로 그 순간부터 '생각'은 나의 몫이다. 성인 평균수명은 지난 몇 세대 동안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의 변화가 전혀 없었으며, 가장 부유한 나라의 평균 수명은 전 세대보다도 낮아졌고 가난한 나라보다도 길지 ..

딸기네 책방 2015.01.11

기억하라! 1945, 되새겨라! 1965

유럽 신좌파의 대부인 영국 지식인 타리크 알리는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과의 대담을 묶은 책 에서 “사건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알리에 따르면 사건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사람들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2015년, 세계는 그 어느 해보다도 ‘기억할 일’이 많을 것 같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전쟁, 식민통치라는 하나의 시대가 끝난 것이 바로 70년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거대한 전쟁 즉 베트남전이 시작된 지도 60년이 된다. 2015년 올해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일들은 어떤 게 있을까. 1945년 1월 27일 소련군이 독일로 진격해 악명 높은 유대인 학살 시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해방시켰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해였다. 어린 소녀 안네 프랑크는 그 해 ..

카푸시친스키, SHAH OF SHAHS

두려움에 젖어 나는 생각했다. 공포를 내 안으로 가져감으로써 나는 본의 아니게 공포에 기반을 둔 이 시스템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을. 끔찍하지만 떼어낼 수 없는 관계, 일종의 병리학적인 공생관계가 나와 독재자 사이에 스스로 똬리를 트는 것이다. 공포심을 통해 나는 내가 증오하는 이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었다. (95쪽) 리샤르트 카푸시친스키(Ryszard Kapuściński). 폴란드 출신 저널리스트다. 세계의 분쟁과 혁명을 지켜본 그는 (VINTAGE INTERNATIONAL)이라는 제목의 책에 이란 혁명을 담았다. 이란 혁명 발생 과정을 저널리스트답게 정보 위주로 소개하거나 추적한 것이 아니다. 샤의 폭압 체제가 얼마나 잔혹했는지, 그 속의 사람들은 어떤 두려움을 느끼면서 공포정치의 한 요소로 전락하는..

딸기네 책방 2014.12.30

미, 쿠바 이어 이란과도 화해 추진? 오바마 "I never say never"

“절대 아니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관계 개선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고 한 대답이다.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성사시킨 오바마가 이란과도 화해를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미국의 최대 앙숙인 이란과의 관계가 풀린다면 오바마는 재임 중 ‘역사적인 치적’을 쌓는 게 된다. I never say never 오바마는 29일(현지시간) 미 공영라디오(NPR)와 인터뷰를 하면서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테헤란에 미국 대사관이 다시 열릴 수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절대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는다(I never say never)”고 답했다. 그는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 동안의 적대관계를 풀기까지의 과정을 언급하면서, 이란과의 문제 역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