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분쟁은 대개 자원 다툼이나 민족·종교간 갈등의 양상을 띠지만 그 이면에 기후변화가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뭄이 잦아지고 사막이 확장되자 목초지를 잃은 유목 부족이 정착민들을 습격해 일어난 수단 남부의 분쟁이 대표적이다. 기후변화가 분쟁을 악화시키고 다툼의 요인을 늘린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는데, 미국 학자들이 시리아 내전을 통해 처음으로 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내놨다.
기후변화와 폭력의 관계를 연구해온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과학자 솔로먼 샹 등은 2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비옥한 초승달’이라 불려온 시리아-이라크-터키 일대의 강수량을 분석했다. 시리아 내전은 부패한 리더십, 불평등, 인구 폭증, 정부의 무능 등 여러 요인이 결합돼 나타난 것이지만 기후 요인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판치고 대량 살상이 저질러지는 이 지역은 최근 몇년 동안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특히 시리아에서는 2006년부터 내전 발생 직전인 2010년까지 기록적인 가뭄이 발생했다. 곡물값이 오르고, 영양상태가 나빠진 아이들은 시름시름 앓았다. 시리아 농민 150만명 이상이 이 때문에 농지를 버리고 북적이는 도시로 밀려들었다. 내전에 따른 난민 수백만 명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인구이동은 시작되고 있었고 불안정성이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샹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기후변화가 미래의 분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논문을 공동저술한 컬럼비아대 리처드 시거 교수는 터키, 레바논, 이스라엘, 요르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지중해 동쪽 여러 지역이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분쟁이 늘어나고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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