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이름에 느낌표와 괄호가 들어간다면 어떨까.
아프리카 남부의 나미비아에서 도시의 이름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문제의 도시는 대륙 남단의 작은 도시인 뤼더리츠다. 과거 유럽인 지배 시절에 지어진 도시 이름을 원주민인 나마 부족의 언어로 바꾸겠다며 시 당국이 개명을 추진했는데, 제안된 이름이 ‘!Nami(hash)nus’다. 철자만 봐서는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조차 알기 힘든 이름이다.
나마 언어의 독특한 파열음을 반영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도시 이름에 느낌표와 괄호까지 들어가다보니 반발에 직면했다. 이 이름에 반대하는 이들은 어떻게 읽는지 알기 힘들고 지명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미 지도나 인터넷 등에 널리 쓰이는 이름을 갑자기 바꾸면 혼란이 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26일 보도했다
아프리카 남단 나미비아의 항구도시 뤼더리츠. 사진 위키피디아
뤼더리츠는 1487년 포르투갈 탐험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돌기 전 들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디아스는 아프리카 대륙 끝단에서 도착한 바닷가를 ‘앙그라 페키나(작은 만)’라고 이름짓고 돌로 된 기념비를 세웠다. 18세기에 네덜란드 탐험가들과 과학자들이 이 곳에 도달해 야생동물 서식지와 바다를 탐사했다. 유럽인들이 도래하면서 포경산업, 물개 사냥 등이 시작됐다. 네덜란드에서 온 사람들은 이 곳에 어업 교역소를 만들었다.
도시가 형성된 것은 1883년 하인리히 포겔상이라는 독일 상인이 브레멘의 자산가 겸 탐험가 아돌프 뤼더리츠의 돈으로 나마 부족장에서 이 곳 땅을 사들이면서다. 뤼더리츠가 3년 뒤 남아프리카공화국 오렌지 강 유역 탐사에 나섰다가 실종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도시 이름을 뤼더리츠로 바꿨다.
이 일대를 점령한 독일 식민지 점령군은 20세기 초반 헤레로족과 나마콰족 등 원주민들을 대량학살했다. 원주민들은 독일인들에게 끌려가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헤레로족과 나마족 등이 독일군에 생포돼 이 곳으로 끌려왔다. 원주민들은 항구와 철도를 만들고 백인 정착민들의 농장을 짓는 데 동원됐으며, 강제수용소에 수용돼 속절없이 죽어갔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뒤 점령군과 정착민들은 대거 독일로 돌아갔다. 하지만 1915년부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나미비아 점령통치가 시작됐다. 오랜 세월 무장 독립투쟁을 벌여온 나미비아는 1978년 유엔의 독립 지지 결의안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실제로 독립이 이뤄지고 헌법이 채택된 것은 남아공의 백인정권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취약해져 있던 1990년에 이르러서였다.
독립 뒤 나미비아에서는 식민지 지명들을 원주민 언어로 바꾸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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