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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일주일만에 말리 인질극... 왜 말리 호텔이 타깃 됐나

딸기21 2015. 11. 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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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난 지 일주일 만에, 이번엔 말리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인질극을 벌였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사하라 남단의 말리에서는 2012년 말 내전과 쿠데타가 일어났고, 이후 프랑스군이 주둔해왔다. 이슬람 극단세력의 이번 공격은 프랑스군의 개입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어 보인다. 

 

말리는 19세기 말부터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다가 1960년 독립했다. 국토는 넓지만 사하라 사막 끝에 위치한 데다 해안선이 전혀 없는 내륙국이어서 경제적 활로가 막힌 빈국이다. 금과 소금 생산 외에 별다른 자원이나 산업이 없는 이 나라에서는 1700만 가까운 인구의 절반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간다. 인구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계 원주민이지만 기후변화로 사하라가 남쪽으로 확장되면서 사헬(건조지대)에 거주하던 무슬림 유목민들의 세력이 점점 커졌다.


People flee from the Radisson Blu hotel. Photograph: Harouna Traore/AP


이슬람주의자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사법체계의 상당 부분이 샤리아(이슬람법)에 귀속됐고, 가난에 시달리고 좌절한 젊은이들은 곳곳에서 무장조직을 만들고 있다. 지난 8월에도 중부 세바레 지역의 한 호텔을 무장조직이 공격,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공격을 저지른 것은 ‘알 무라비툰’이라는 군소 이슬람 무장조직이었으나, 이외에도 숱한 극단조직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리비아에서 대테러 작전에 쫓긴 무장세력들이 남하해 말리로 넘어오면서 말리는 ‘아프리카의 아프가니스탄’이 돼가고 있다.

 

거기에 프랑스가 개입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2012년 1월 말리 북부에서는 유목 부족인 투아레그 반군이 독립국가를 세우겠다며 정부에 맞서 내전을 일으켰다. 인질극을 벌인 안사르 알딘도 투아레그 분리주의 단체에서 이슬람 조직으로 변신한 단체다. 3월에는 바마코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었다. 그러자 프랑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세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이유로 군사개입을 감행했다. 2013년 1월 프랑스는 ‘세르발(살쾡이) 작전’이라는 이름하에 주로 외인부대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들여보냈고, 한 달 뒤 말리 정부군과 프랑스군이 북부 지역을 다시 장악했다. 작전은 이듬해 끝났지만 아직까지 1000명 규모의 프랑스군이 주둔 중이다.

 

2012년 집권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말리에 군대를 들여보내 옛 식민지권 국가들의 맹주임을 과시했고, 당시 지지율이 뛰어올랐다. 이번 파리 테러 뒤에도 발빠르고 강력한 대처로 올랑드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하지만 말리에서 또다시 인질극이 벌어지면서, 이대로라면 유혈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는 판국이 됐다. 20일 로이터통신은 시리아의 IS 조직원이 파리 테러 직후 “이것(파리 테러)은 시작일 뿐이고, 우리는 말리에서 일어난 일을 잊지 않고 있다”며 말리 공격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를 발행하는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북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극단조직인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도 늘 프랑스를 “멀리 있는 적”이라 칭하며 프랑스를 겨냥한 공격을 위협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서방에 대한 반감이 옛 식민통치국인 프랑스에 대한 역사적인 적대감정과 결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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