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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 인권도시 만들기

딸기21 2015. 2. 16. 20:44

인권도시 만들기 

강현수. 그물코



- 역사적으로 인권과 관련된 아픈 과거의 경험이 있는 도시들이 인권 도시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아르헨티나의 로사리오나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 같은 도시는 과거 가혹한 군사 독재 시절 억압적 국가 기구에 의해 많은 시민이 죽거나 실종되고 고문당했던 인권 유린의 가슴 아픈 기억과 함께 이에 맞서 저항했던 투쟁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의 광주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 반대로 과거 인권 유린의 가해자였던 도시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과정에서 인권 도시를 지향하는 경우도 있다. (28쪽)


- 오스트리아 그라츠는 히틀러의 나치 집권 시절에는 나치 이데올로기 확산의 중심 도시로 유대인에 대한 탄압과 추방을 선도했다. 그렇지만 그라츠의 각성한 시민들이 부끄러운 도시의 과거를 반성하고 인권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관용적 도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중점을 두면서 현재 그라츠는 오스트리아에서 ‘난민들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 

매년 나치의 대규모 전당 대회가 열리던 독일의 뉘른베르크는 유대인 박해를 정당화하는 비인도적 인종차별법이 제정된 도시이기도 하다. 1980년대 들어와서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보다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기억하며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시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독일에서 이민자 비율이 매우 높은 도시로 인종 간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은 물론 집단 괴롭힘과 차별 대우로 인한 폭력 행위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뉘른베르크는 인종차별 문제의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뉘른베르크 국제인권상’ 제정, 국제 인권회의 개최, 독일 현대역사 기록관인 도큐먼트 센터 운영을 비롯해, 도시 중심부에 유대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 ‘인권의 거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54~55쪽)


-인종과 종교 갈등으로 촉발된 보스니아 내전 때 집단 학살과 인종 청소라는 끔찍한 비극을 겪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도시 비하치는 급격히 늘어난 고아와 장애인 문제,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심각한 경제난과 실업 문제 등을 겪었다. 비하치는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한편, 전쟁의 원인이었던 인종 및 종교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고 시민들에게 관용과 포용 정신을 심어 주는 인권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마찬가지로 끔찍한 내전과 대학살을 겪은 르완다의 무샤는 대학살의 가해자와 희생자 사이의 사회적 통합, 전쟁미망인 및 고아, 장애인의 생계 해결, 전쟁으로 파괴된 경제재건 등을 위해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서 인권도시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28~30쪽)


- 캐나다 에드먼턴은 신대륙 개척으로 유럽인들이 이주하기 전부터 살던 캐나다 원주민의 인권 문제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도시이다. 에드먼턴은 과거 원주민에 대한 가해의 역시를 반성하면서 지금도 여전히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차별과 공권력의 인권 침 해로 피해를 겪는 원주민들의 인권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계와 무슬림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인종과 종교 간의 관용과 포용을 도시 인권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퀘벡 주의 중심 도시 몬트리올도 인권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퀘벡 주 주민은 영어 사용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캐나다에서 연방 정부에 자치권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역사가 있다. 몬트리올은 도시 차원에서 시민의 권리와 책임과 의무를 명시한 '몬트리올 권리와 책임 헌장'을 제정하고, 도시 차원에서 인권 구제기관인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하는 등 선도적 인권 시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뉴욕 시는 미국 최대 도시라는 위상에 걸맞게 뉴욕 시 인권 조례, 뉴욕 시 인권위원회, 뉴욕 시 인권단체 연합 등 인권 관련 조직체계를 갖추고 차별금지, 인권교육 등 다양한 인권증진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워싱턴DC 역시 차별 금지와 인권 교육에 초점을 맞춘 인권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55~57쪽)


"결국 보편적 인권은 어디에서 시작됩니까? 집 가까운 작은 장소들에서 시작합니다. 너무 가깝고 너무 작아서 세계의 어떤 지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입니다. 인권이 시작되는 곳이 각 개인들의 세계, 그가 사는 동네, 그가 다니는 학교나 대학, 그가 일하는 공장, 농장, 사무실입니다. 이런 곳이 바로 모든 남성, 여성, 어린이들이 차별 없는 평등한 정의, 평등한 기회, 평등한 존엄성을 추구하는 장소입니다. 인권이 이런 곳에서 의미가 없다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권의 존엄성은 우리 모든 시민들의 손에, 우리 모든 지역사회에 있음을 믿습니다." 

- 엘리노어 루스벨트, 1958년 ‘세계 인권 선언’ 10주년 기념 연설 (42쪽)


인권도시는 세계 인권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국가 인권 기구가 20세기 국가 중심 체제에 기반을 둔 국가 간의 연합인 유엔의 패러다임이라면, 인권도시는 도시들 간의 연대를 통한 인권의 보편화 전략으로 국가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이다. 

- 이성훈 <UN 인권 교육 프로그램의 동향, 인권 교육의 제도화와 인권 도시>(2011), 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