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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남쪽으로 튀어! 1, 2 サウスバウンド오쿠다 히데오 (지은이) | 양윤옥 (옮긴이) | 은행나무 | 2006-07-15 이런 풍의 소설, 몇 권 보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식상하지 않고 재미있다. 남쪽으로 튀어! 웬 남쪽? 왜 튀어? 이유는 여러 가지. 고릴라 같은 아빠, 한때 ‘오차노미즈(명문 사립여대)의 잔다르크’였다는 엄마. 애어른 같은 소학생 아들 눈에 저런 부모는 참으로 세상살기 힘든 타입의 인간들이다. 거기다가 나이차이 많이 나는 누나의 정체는 또 뭐란 말인가. 어떤 나라 운동권들은 늙기도 전에 권력 잡아 폼 다 잡으면서도 자기들만 옳은 줄 안다. 그런데 도덕적 카리스마라는 것이, 아무한테서나 나오는 게 아니다. 물정 모르고 철도 없이 순수한 사람, 세상 지저분한 꼴에 말없이 뒤돌아서는 대신 ..

딸기네 책방 2006.12.16

블레어의 굴욕

영국 사상 최연소 총리, 노동당 최다 임기 총리, 3연속 승리를 이끈 최초의 노동당 당수. 영국 정치사에서 여러 신기록을 갖고 있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번엔 다소 치욕적인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현직 총리로서 경찰 수사를 받은 최초의 인물'이 된 것. BBC방송,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이 기업인들에게 돈을 받고 상원의원 자리를 팔았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블레어 총리가 14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경찰관 2명의 조사를 받았다. 변호사는 대동하지 않았으며, 총리 혼자서 조사에 응했다고 총리실 측은 밝혔다. 경찰은 주로 지난해 작위 수여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노동당 지도부와 총리가 어떤 협의과정을 거쳤는지에 대..

부시맨의 힘겨운 승리

`부시맨(bushmen)'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남부의 산(San) 부족이 개발 바람 속에 터전을 잃고 떠돌다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보츠와나 로바체 고등법원은 13일 칼라하리 사막에 살다 쫓겨난 산족에게 `고향에서 자기들 방식대로 살아갈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AP, AF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산족이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에 거주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의 강제 이주정책은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또 "정부가 산족에게 사냥허가조차 내주지 않은 것은 굶어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산족의 전통적 생활방식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원주민 권리 이례적 인정 이번 판결은 원주민들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던 아프리카에서 예외적인 것으로, 절멸 위기에 처한 소수 토착민..

'앞으로' 유행어

미 정계 최대 유행어는 `포워드(Forward·앞으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요즘 연설이나 기자회견 때마다 이라크 정책 등을 설명하면서 `포워드'란 말을 유독 많이 사용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부시대통령은 지난 6일 워싱턴을 찾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이라크정책 등에 대해 논의한 뒤 백악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시대통령은 이라크연구그룹(ISG)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더 웨이 포워드(앞으로의 길)'라는 말을 다섯 차례나 했다. 블레어 총리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이 말은 ISG가 내놓은 이라크 관련 보고서의 부제목이기도 하다. 부시대통령은 이전에는 `정의', `진실', `선악' 같은 용어들을 주로 사용했었다...

장자일기/ 요 임금과 세 나라

요 임금과 세 나라 21. 엣날에 요 임금이 순 임금을 보고 말했다. ‘내가 종(宗), 회(膾), 서오(胥敖) 세 나라를 치려 하오. 내가 왕위에 오른 후 [이 나라들이] 마음에 걸려 꺼림칙하니 웬일이오.’ 순 임금이 대답했다. ‘이 세 나라의 왕들은 아직도 잡풀이 우거진 미개지에 살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꺼림칙해 하십니까? 전에 해 열 개가 한꺼번에 나와서 온 세상을 비춘 적이 있습니다만 임금님의 덕을 비춘다면 어찌 해 같은 데 비길 수 있겠습니까?’ 갑자기 요순이 나와 이상하다 했는데, 워낙 이 문장이 여기 있는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고 한다. 요 임금이 순 임금의 말을 듣고 미개지에 살던 세 나라를 너그러이 용납해주고 해같은 은덕을 비춰주었다면 잘 된 일이겠지만. 앎과 모름 22. 설결(이빨 없..

장자일기/ 道에는 경계도 이름도 없다

道에는 경계도 이름도 없다 19. 사실 도에는 경계가 없고 말(言)에는 실재가 없다. 말 때문에 분별이 생겨나는데 이 분별에 대해 말해 보기로 하자. 왼쪽(左)과 오른쪽(右), 논의(倫)와 논증(義), 분석(分)과 변론(辯), 앞다툼(競)과 맞겨룸(爭) 등이 있는데 이를 일러 여덟 가지 속성이라 하지. 성인들은 우주 밖에 있는 [초월적인] 것에 대해 존재 정도는 이야기하지만, 논의하려 하지는 않는다. 성인들은 세상 안에 있는 [내재적인] 것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는 하지만 논증하려 하지는 않는다. 또 역사적인 기록과 선왕들의 역대기에 대해 논증하기는 하지만 변론하려 하지 않는다. 분석하려 해도 분석할 수 없는 것이 있고, 변론하려 해도 변론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왜 그럴까? 성인들은 [도를] 마음속..

장자일기/ 털끝과 태산

털끝과 태산 18. 세상에 가을철 짐승 털끝보다 더 큰 것은 없으니 태산도 그지없이 작다. 갓나서 죽은 아기보다 오래 산 사람은 없으니 팽조도 일찍 요절한 사람, 하늘과 땅이 나와 함께 살아가고, 모든 것이 나와 하나가 되었구나. 모든 것이 원래 하나인데 달리 무엇을 더 말하겠느냐? 그러나 내가 모든 것은 하나라고 했으니, (내가 한 말의 대상이 생긴 셈이라) 어찌 아무것도 없어서 말을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나라는 것과 내가 방금 말한 ‘하나’가 합하여 둘이 되었고, 이 둘과 본래의 하나가 합하여 셋이 된다. 이처럼 계속 뻗어가면 아무리 셈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그 끝을 따라잡을 수가 없을 것이니 보통 사람들이야 일러 무엇하겠나? 없음에서 있음으로 나아가도 이처럼 금방 셋이 되는데, 하물며 있..

장자일기/ ‘있음’과 ‘없음’

‘있음’과 ‘없음’ 16. 이제 말 한 마디 해보자. 이 말이 ‘이것’과 같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같든지 다르든지 그것들과 한가지임이 분명하므로, 사실 그것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한번 말해보자. 17. ‘시작’이 있으면 아직 ‘시작하기 이전’이 있게 마련이다. 또 ‘아직 시작하기 이전의 이전’이 있게 마련이다. ‘있음(有)’이 있으면 ‘없음(無)’이 있게 마련이다. 또 ‘있음 이전의 그 없음’이 아직 있기 이전이 있어야 한다. 또 없음이 아직 있기 이전이 아직 있기 이전, 그것이 아직 있기 이전의 없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데 갑자기 있음과 없음의 구별이 생긴다. 있음과 없음 중에 어느 쪽이 정말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내가 뭔가 말했지만 이렇게 말한 것이 정말로 뭔..

빛의 제국- 표지 그림이 아깝다

빛의 제국 김영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10-02-16 솔직히 난 이 작가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 요즘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고르고 골라 읽은 책은 아니고, 손에 잡혀 읽었다. 앞부분은 재미있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경박할 줄 몰랐다. 경쾌한 것은 좋지만, 경박한 것은 싫다. 이 책은 그냥 경박하다. 솔직히 이 책을 10년 뒤에도 볼 사람 있을까 싶다. 대화나 상황설명이 유행어, 유행뉴스, 이런 것들로 되어있는데 작년 재작년 것들이다. 벌써 한두해만 지나도 뒤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이 ‘유행’이다. 가비얍고 재미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톡톡튀는 정신보단 톡톡튀는 말장난 글장난이다. 소재는 잘 잡았는데 문제의식은 없다. 전반적으로 너저분하다. 글재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걸 ‘글..

딸기네 책방 2006.12.07

[케냐]마사이족 마을에서

어릴 적 보았던 소년잡지의 동물만화에는 마사이족이 곧잘 등장했다. 특유의 유선형 날이 달린 긴 창을 휘어잡고 사자를 좇는 마사이족은 야성의 상징이다. 케냐의 동서 고원을 가르고 있는 거대한 협곡은 마사이족의 땅이다. 개발의 길을 택한 다른 부족들이 나이로비와 뭄바사 같은 대도시에서 번잡한 현대인의 생활에 적응한 반면 마사이족들은 여전히 광활한 구릉과 협곡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케냐 남쪽 탄자니아 접경지대 암보셀리의 마사이 마을을 찾아갔다. 이 마을에는 182명이 살고 있는데 모두 4개 집안 사람들이다. 소, 양, 염소, 당나귀 따위를 키우고 세공품을 관광객들에게 팔고 집 구경을 시켜주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마사이의 소들은 건조기후에 적응해, 신기하게도 낙타처럼 등에 혹이 달렸다. 건기와 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