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은 `축제의 봄'
요즘 유럽의 중심은 단연 독일이다.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레임덕과 이라크전 논란에 빠져 정계가 뒤숭숭하고, 프랑스는 다음달 대선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 사이 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되살아난 독일은 50년을 맞는 EU의 축으로서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축하행사의 주관도시로 정해진 베를린은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50년전만 해도 동독에 속해 유럽의 통합을 장벽 너머에서 지켜봐야했던 나이든 베를리너(Berliner)들은 이번 행사를 감회어린 눈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축하의 공식 행사는 24일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의 `베를린 선언'으로 시작된다. 정상들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 평등, 문화적 다양성과 환경중시 등 `유럽적 가치'들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한 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베토벤 교향곡 5번(일명 `운명')을 감상할 에정이다. 이날 밤 길거리에서는 소세지와 맥주 등 독일의 자랑거리들을 무료로 즐길 수있는 잔치가 곳곳에서 열린다.
`유럽의 오늘' 보여주는 축제
베를린 뿐 아니라 로마조약이 탄생했던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마드리드, 영국 런던, 유럽의회 의사당이 위치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등 유럽 전역의 대도시에서 축하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앞서 영국에선 지난 13일 명문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럽 올스타팀의 `EU 탄생 50주년 축하경기'가 열려 생일축하 잔치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옆 광장에서 펼쳐질 24일의 기념콘서트. 이 음악회는 다인종,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가 결합된 유럽의 오늘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영국이 자랑하는 `브리티시록'의 원로 스타 조 코커, 루마니아의 집시그룹 `마할 라이 반다', 덴마크의 무슬림-카톨릭 힙합그룹 `우틀란디쉬' 등이 출연해 다양한 선율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러나 축하행사들조차도 이민자들의 사회통합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유럽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무하마드 모독 만평 파문'으로 시끄러웠던 덴마크의 우파들은 이번 행사에서 우틀란디쉬의 공연을 보이콧하자며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잔치 뒤에 남는 고민은
1957년 로마조약 회의(위),
2003년 다시 로마에 모인 EU 정상들 ▶
EU 산파역이었던 자크 들로르 전 집행위원장은 최근 "이대로 가다간 20년 안에 EU가 해체될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으나 그 뒤에는 극심한 `팽창 피로감'에 시달리는 회원국들 간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터키의 가입을 허용할지 말지를 놓고 계속되는 논란이나 스페인, 영국 등지에서 벌어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여파 같은 것들이 여전히 잔치 분위기에 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것. 프랑스 대선 유력후보인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가 "지금의 컨셉보다 축소한 `미니 EU'로 가자"는 주장을 펼쳐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EU의 확대, 강화에 대한 반발심을 반영한다.
`유럽적 가치'를 내세우는 목소리는 높지만 그 가치의 보루가 될 유럽헌법은 지지난해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에서 거부된 이래 아직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EU 정상들은 부결 사태 직후 `반성의 시간'을 갖자면서 헌법 제정 논의를 동결했었다. 올들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올해 안에 헌법을 통과시키겠다"며 주도적으로 나서고는 있으나 2년전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은 아직은 없다.
영국 더타임즈는 "24일 음악행사들에만 EU가 150만 유로(약 19억원)를 지원했다"면서 "고민거리가 쌓여있는데 세금 들여 잔치를 벌이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1948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연방창설 회의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탄생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창설(6개국)
1957년 ECSC, 로마조약으로 유럽공동시장(EEC) 창설 합의
1967년 통합 집행위원회 구성, 유럽공동체(EC) 출범
1979년 유럽통화제도(EMS) 출범
1991년 유럽연합(EU) 창설 위한 마스트리히트 조약 체결
1997년 EU 동유럽 확대 위한 암스테르담 조약 체결
2002년 유로화 공식 화폐로 지정
2004년 동유럽 10개국 EU 가입
2005년 프랑스, 네덜란드 거부로 유럽헌법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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