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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도 지겨운 이라크 상황

이라크에서 다시 테러와 유혈사태가 격화됐다. 올들어 잠시 저항세력의 무장공격이 줄어들면서 안정을 찾나 했던 이라크 상황은 이달 중순 이후 다시 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연쇄 폭탄테러 24일(현지시간) 수도 바그다드와 티크리트에서 연쇄 테러가 일어나 23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은 바그다드 북쪽에 있는 후세이니아 알 베이트 모스크로, 차량 자폭테러가 일어나 16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공격은 이슬람 순니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이슬람 시아파 신도들을 겨냥해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집권세력이었던 순니파들은 시아파가 새 정부를 주도하는 것에 반발해왔다. 앞서 지난 22일에도 바그다드 시내 또다른 모스크에서 폭탄테..

코피 아난, 코피 터지네

지난 1996년 12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은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자리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충성심은 국제사회를 향한 것이어야지 결코 특정국가를 향한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쓴소리를 했었다. 이집트 출신으로 프랑스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던 갈리 전총장은 비록 국제사회에서 아무 `실권'은 없었지만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제3세계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애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의 `친프랑스-친유럽 노선'에 불만을 가진 미국은 밀린 유엔 분담금 납부를 미끼로 사실상 유엔을 `위협'해 결국 사무총장을 갈아치웠다. 미국이 후임으로 내세운 인물은 가나 출신인 코피 아난이었다.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명분을 내걸긴 했지만 사실상 미국인이나 다름없었던 아난은 '겉은 검지만 속은 하얗..

에너지 위기는 오는가... 오겠지?

가솔린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휴가철)을 앞두고 유가가 큰 폭 상승, 55달러를 넘어섰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전날보다 배럴당 1.19 달러(2.2%) 오른 55.39 달러에서 거래가 마감됐다. 뉴욕 유가는 이번주 들어 6.4% 인상돼 지난 3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주간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 유가는 1년전과 비교하면 51%가 높은 것이며, 올 들어서만 28%가 상승한 것이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의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96 센트(1.8%) 상승한 54.97 달러에 거래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가솔린 재고 감소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있다는 계절적 요인 ▲미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 일부 정유공장 가..

굶으면 살찐다?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억지로 음식을 토해내는 식으로 과격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은 고지방 식품을 먹는 여성들보다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많이 먹는 것보다 오히려 더 살찌게 만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이색적이다. AP통신은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지난 4년 동안 연구한 결과 끼니를 아예 굶는다거나 설사제를 먹는 등 ‘가혹한 체중조절’을 하면 오히려 체중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이 텍사스대가 위치한 오스틴 지역에 11~15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격한 식이요법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뇌는 행복감을 주는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하기 위해 인체가 탄수화물이 많은 식..

부르카를 쓴 정치인

이슬람 ‘여성인권’ 싹튼다 - ‘변화의 바람’ 부는 중동 국가들 여성차별로 악명 높은 중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성의 참정권은 물론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치 않던 나라들에서 여성 투표권을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가 하면, 강제 결혼을 금지시키고 낙태를 합법화 하는 등 새로운 현상들이 잇따르고 있다. 부르카(burqa)를 쓴 정치인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운동가 샤히다 후사인(여·50)은 오는 9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샤히다가 사는 곳은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탈레반 정권의 근거지였던 남부 칸다하르. 수도 카불에 비해 여전히 보수 색채가 강한 만큼, 샤히다는 온 몸을 가리는 부르카(머리덮개)를 쓰지 않고서는 집 밖에 나갈 수 없다. 그러나 샤히다는 21일(현지시간)..

새 교황, 맘에 안 들어...

지금은 '냉담자'이다 못해 성당 근처에 가본지도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가톨릭에 심정적으로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소녀시절'의 거의 모든 추억이 성당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새 교황이 탄생했다. 요제프 라칭거, 베네딕토 16세. '베네딕토'는 '축복'이란 뜻이라는데 이 사람이 선출된 것은 과히 축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외신기사들을 읽고 스케치하면서 보니 나 뿐만 아니라 가톨릭 신자들 중 상당수가 새 교황을 맘에 안 들어하고 있었다. 기뻐해야 하나? (생기신 거 봐라... 맘에 안 들지) 바티칸의 베드로 광장을 메운 수십만 순례자들은 시스티나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 탄생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비바 일 파파(교황만세)”, “아반티 파파(교황성하 발코니로 나오세요)를..

'무어의 법칙' 그후 40년

미국의 한 반도체회사 연구원이었던 고든 무어(76)는 1965년4월18일 발행된 한 잡지에 “컵퓨터 칩 1개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수는 매년 2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이른바 ‘무어의 법칙’이라 불리는 이 예견이 세상에 나온지 40년. 집적회로(IC)는 이 젊은 기술자의 예언대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세계는 바야흐로 ‘컴퓨터 세상’이 됐다. ‘무어의 법칙’ 4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는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법칙에 이어 다음세대 공학기술을 지배할 새로운 법칙은 무엇인가에 대한 전망들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세계의 과학기술전문지들은 무어의 예측 이후 40년간의 기술발전 성과를 다룬 글들을 내보냈으며 미국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은 18일 무어의 법칙이 미친 영향력을 조명하..

왕의 서사시, 샤나메 (5) 이리즈의 죽음

밤의 장막이 걷히자 형들은 이리즈의 천막으로 갔다. 이리즈는 그들을 반갑게 맞았지만 형들은 인사 대신 동생을 추궁하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투르가 말했다. "어째서 어린 네가 연장자인 우리 위에 군림하고 있는 거냐?" 이 말을 들은 이리즈가 대답했다. "권력에 굶주린 형님들에게 이르노니,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평화를 얻으십시오. 저는 이란의 주인이 되고싶어하거나 왕좌를 욕심내는 것이 아닙니다. 불화를 가져오는 권력이라면, 결국은 눈물로 끝을 맺게 될 겁니다. 우리가 평화롭게 지내는데 도움이 될수 있다면 저는 이란의 왕좌에서 기꺼이 내려올 것입니다. 형님들이 저로 인해 괴로워한다면, 저는 결코 세상을 얻으려 욕심내지 않을 겁니다. 제 마음은 비천한 저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있답니다." 사악한 ..

왕의 서사시, 샤나메 (4) 아들들의 싸움

아들들의 마음을 다 시험해본 페리둔은 사라졌다가 다시 아버지로 모습을 바꿔 전사들과 코끼리들과 악대를 이끌고 나타났다. 페리둔은 황소머리를 한 창을 손에 잡고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카와니 Kawanee (카와의 깃발)를 머리 위에 높이 흔들었다. 아들들은 말에서 뛰어내려 아버지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군악대가 징을 치고 트럼펫을 부니 기쁨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페리둔은 아들들을 일으켜세워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을 치하해주었다. 페리둔은 왕궁에 돌아와 신에게 자식들을 위한 기도를 올린 뒤 세 아들을 불렀다. 찬란한 보좌(寶座)에 아들들을 앉힌 페리둔은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내 아들들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불길을 뿜던 사나운 용은 바로 너희들의 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