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봉합
이라크 헌법초안위원회는 23일 자정(현지시간) 5분전 간신히 헌법 초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헌법위는 당초 지난 15일을 의회 제출시한으로 정했었으나 이견이 많아 시한을 1주일 연장했었다.
헌법안은 ‘광범한 권한을 갖는 지역 자치’를 표방, 수니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방 개념을 도입했다. 쿠르드족이 자치지역으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는 북부 키르쿠크 유전 처리는 추후의 과제로 넘겨 2007년에 지위를 확정하기로 했다. 이슬람법을 헌법의 근본원리로 삼을지에 대해서는 “이슬람에 어긋나는 법률을 거부하되 모든 법안은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을 따른다”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아랍국가’로 규정하는 문제에서는 쿠르드족의 양보로 “아랍을 근간으로 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내전 경고
그러나 수니파는 새 헌법안이 “나라를 쪼개려는 것”이라며 반대를 굽히지 않았다. 수니파 헌법위원 15명은 성명을 발표한 뒤 퇴장해버렸다. 제헌의회는 수니파를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해 사흘간 투표를 미루기로 했으나 막판 합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니파 위원 살레 무틀라크는 “헌법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 봉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수니파위원들이 ‘내전’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현행 과도행정법은 특정 종족·종파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체 18개 주 가운데 3개 주 이상에서 유권자 3분의2가 반대하면 헌법안이 부결되도록 하고 있다. 외신들은 수니파가 이 조항을 활용, 국민투표에서 헌법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새 국가출범 일정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종족·종파 분열이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니파는 중·북서부 3개 주를 장악하고 있다.
3+1의 얽히고 설킨 관계
이라크의 2600만 인구는 ▲남동부 시아파 아랍족(60%) ▲중·북서부 수니파 아랍족(15~20%) ▲북동부 수니파 쿠르드족(15~20%) 등으로 돼있다. 여기에 미국이 끼어들어 3+1의 복잡한 정치구도가 만들어졌다.
장기적으로 독립국가 건설을 희망하는 쿠르드족과 후세인 시절 피억압계층이던 시아파는 미국에 협력하고 있지만 미국은 내심 시아파가 이란 쪽으로 기울까 경계하고 있다. 또한 쿠르드족 독립 움직임 때문에 이라크가 분열되거나 터키 등 주변국들이 동요할까 우려한다. 수니파는 미 군정에 비협조적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에 거리를 둔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시각이 일치한다.
미국은 이라크 정상화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라크 내 복잡한 역학관계에 말려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새 헌법안은 내부갈등의 해법이 아닌 분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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