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석유는 곧 '배짱'

딸기21 2005. 8. 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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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고유가로 휘청이지만 산유국들은 몇해전보다 3~4배 많은 오일머니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산유량 1, 2위를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고유가가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잇단 경고와 산유시설 확충을 요구하는 수요국들의 요구에도 아랑곳 않고 `배짱'을 부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우디 왕정은 "기름값을 잡기 위해 우리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며 드러누웠고, 이란 의회는 새 정부가 더욱 강력한 석유장관을 내세워야 한다며 장관 인명까지 보류시켰다.

"이제 우리는 할 일이 없다"

사우디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술탄 왕세제는 24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신문 `아시야사'와의 인터뷰에서 "고유가를 잡기 위해 할만한 일들은 이미 다 했다"면서 "사우디로서는 더 이상 손써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사우디 영자신문 아랍뉴스가 보도했다.
압둘라 새 국왕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쥔 사우디의 실권자로 불리는 술탄 왕세제는 이라크전 이후 하루 석유생산량을 700만 배럴에서 1200만 배럴로 2배 가까이 늘리는 등 생산 용량을 풀가동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산유-정유시설 확충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도 언급하지 않았다. 고유가를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공식 발표된 OPEC의 하루 총 석유생산량은 2800만 배럴. 그 중 사우디의 쿼터는 909만 배럴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12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중국과 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의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모자란다고 에너지 관련기구들은 지적한다. 산유 능력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사우디가 수십년 간 행사해왔던 유가조절능력도 함께 떨어졌다. 이 때문에 서방은 사우디에 산유시설과 정유시설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사우디를 비롯해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산유국들은 오일달러를 산유시설에 재투자하는 대신 특급호텔이나 초호화 리조트 등에만 쏟아 붓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 강력한 석유장관을"

이란 마즐리스(의회)는 24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제출한 각료 지명자 21명 중 석유장관 알리 사이들루 등 4명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마즐리스의 거부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는 더욱 강력한 대 서방 에너지정책을 원하는 강경보수파의 주문으로 해석된다. 2000년 총선 때만 해도 마즐리스는 개혁파가 대세를 이뤘지만 보수파가 개혁파의 입후보 자체를 봉쇄해버린 뒤 실시한 지난해 총선을 거치면서 강경보수 일변도로 바뀌었다.



이란 의원들이 24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제출한 각료 임명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의회는 보수강경파 일색인 각료 지명자 21명 중 석유장관 등 4명을 제외한
17명의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AFP/Atta Kenare)

의회에서 거부된 석유장관 후보 사이들루는 테헤란 시장 출신으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측근이다. 그러나 석유산업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고 서방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어서 지난 15일 인선 발표 뒤에도 `의외'라는 시선이 많았었다.
의회가 그를 거부한 것은 서방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판단 때문. 1일 석유생산량 411만 배럴로 OPEC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대국 이란의 위상에 걸맞은, 좀더 강하고 능력 있는 인물이 석유장관직을 맡아야 한다는 것. 골람 알리 하다드-아델 국회의장은 "우리는 더 강력한 정부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은 무하마드 하타미 전대통령 시절 외국자본에 에너지산업을 개방하며 개혁을 추진했지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책을 바꿨다. 이달 초 취임한 새 대통령은 서방 다국적기업의 횡포를 비난하며 `에너지 자주권'을 강조해왔고, 미국의 핵 포기 압력에 맞서 석유를 무기화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란, '얼굴'만은 온건하게? (2005.8.30)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강경한 핵정책을 표방해온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원자력기구 의장에 온건파 인사를 그대로 앉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란 언론들은 29일(현지시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골람레자 아가자데(58·사진) 부통령 겸 원자력기구 의장을 재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아가자데 의장은 엔지니어 출신의 온건파 인사로, 전임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 시절인 1997년 부통령 겸 원자력기구 의장으로 임명돼 이란의 핵 기술정책을 담당해왔다. 지난 6월 총선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라이벌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현직에서 밀려날 것으로 관측됐었으나 예상 밖으로 유임됐다.
아가자데 의장은 아제르바이잔에서 태어나 테헤란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기술 관료로, 국영석유회사(NIOC) 사장을 거쳐 85~97년 석유장관을 지냈다. 1970년대 미국에도 잠시 유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가자데 의장의 재임명은 서방의 압력에 맞서 ‘핵 자주권’을 강조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아마디네자드식 ‘핵 외교’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임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만류 속에서도 우라늄 농축활동을 재개, 미국과 유럽국들의 비난을 불사했지만 동시에 핵문제를 풀기위한 다자간 협상을 제안하는 등 두 갈래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그는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임을 계속 강조하면서 기존 협상대상국인 독일·프랑스·영국 3국을 넘어서 제3세계를 포괄하는 IAEA 차원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IAEA는 이란에 다음달 3일까지 핵시설 가동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낸 바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29일에도 이란에 핵 활동 중단을 요구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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