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테러 소문에 대형 사고 난 이라크

딸기21 2005. 9. 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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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에 가까운 표기는 ‘쉬아’와 ‘순니’가 되어야 하지만, 외래어표기법에는 ‘시아’와 ‘수니’로 되어 있어서 이 글에서는 그 표기를 따른다)

8월31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시아파 사원에서 테러 소문에 순례객들이 도망을 치다 1400여명이 죽거나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계속돼온 테러가 빚어낸 비극인 동시에, 오랜 종파 갈등의 산물이기도 하다.

1400년에 걸친 종파 갈등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투쟁은 이슬람의 역사 내내 이어져 온 고질적인 갈등이다. 이란과 이라크에서는 예외적으로 시아파가 우세하지만 전 세계 13억 무슬림 중 80% 이상은 수니파다.


초창기 이슬람은 부족 전통을 받아들여 `합의에 의한 권력승계'를 채택했었다. 무함마드 사후 공동체에서 선출된 칼리프(계승자) 시기가 지나고 권력투쟁이 벌어졌는데, 당시 무함마드의 사위인 알리를 비롯해 예언자의 `혈통'이 계승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이 `시아 알리(알리의 추종자들)' 즉 시아파를 형성했다. 칼리프제를 선호한 다수파는 `수나(관행)를 따르는 사람들' 곧 수니파가 됐다.


수니파는 이슬람력 1월15일 알리의 아들을 이라크 남부 카르발라에서 참살했는데, 이날은 `아슈라 모하람'이라는 이름으로 시아파들 사이에서 기억되고 있다. 시아파는 이 날을 최대 축일로 삼고 해마다 이 날이 되면 카르발라와 인근 나자프 등지를 순례한다. 3년전 아슈라 모하람 때에 이번 참사가 벌어진 알 카디미야 사원을 방문했었다. 알 카디미야는 바그다드에서 시아 모스크로는 최대 규모인데,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터키의 관광지화된 모스크들에 비하면 경건함이 남아있고, 모스크 건축의 정석대로 4개의 미나레트(첨탑)가 솟아 있는 곳이다.


다시 종파 이야기로 돌아가서-- 역사적으로 수니파 왕조들은 시아파 반대세력을 없애기 위해 수시로 공격을 가했으며, 시아파는 암살단(아싸씬) 등을 조직해 반 왕조 투쟁을 벌였다.

후세인 통치와 시아파의 비극

알 카디미야 사원 부근 이맘 아인 다리에서 참사가 일어나자 로이터통신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표현했다. 시아파 성직자 알 카딤은 8세기말 바그다드를 건설한 위대한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에게 살해돼 이 다리에서 강물에 던져졌다. 31일은 시아파가 카딤의 순교를 기려 모형 관(棺)을 티그리스강에 던지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번 축제일은 수니파 테러범의 공격 소문에 시아파가 떼죽음을 당해 다시 강으로 던져지는 날이 되고 말았다.


수니파 일색인 걸프국들과 시아파가 절대다수인 이란과 달리, 이라크의 사정은 특수하다. 이라크는 인구의 60% 이상이 시아파이지만 사담 후세인 정권은 수니에 기반을 둔 정권이었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 직전 시아파를 설득, 후세인에 반대할 것을 종용했다. 이에 시아파는 반 후세인 봉기를 일으켰으나 미국은 지원 약속을 어기고 시아파를 버렸다. 걸프전 후 후세인은 보복으로 시아파를 무참히 학살했다.

 

후세인은 인구의 60%인 시아파를 “이라크에서 없애버리겠다”며 탱크와 불도저로 시아파 마을들을 짓밟았다고 한다.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2003년에 미군에 사살)가 거느렸던 페다인 민병대의 잔혹한 학살은 지금도 시아파들의 악몽으로 남아 있다. 현재 미국은 시아파가 미군정에 협조하는 것을 반기면서도, 동시에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시아파 보수 정치세력이 이란에 기울까 경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아파는 미군에 협력하면서도 나라를 짓밟고 점령한 미국을 증오한다. 그 증오심의 원인 중에는 걸프전 때 미군에 배신당했던 쓰라린 경험도 들어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바그다드 한국대사관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던 카멜은 처가쪽 친척 하나가 시아파 학살에 동원됐었다고 했다. 카멜의 처남뻘 되는 남자는 기껏 스물 몇살 밖에 안 됐었을 것이다. 처참한 학살극에 참여했던 이 남자는 뒤에 바그다드로 돌아와서도 살인 강간 등 무지막지한 범죄를 저지르다가 결국 사형됐는데, 나중에 누이에게 그러더란다. 사형을 당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자기는 완전히 미쳐버렸으니 더 이상 나쁜 짓을 저지르기 전에 죽어야 한다고. 그렇게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범죄를 후세인은 많이 저질렀다는 것이다.



내전 빌미 될까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시아파는 북부 쿠르드족을 끌어들여 정권을 장악했다. 시아파-쿠르드족이 주도한 헌법 초안을 놓고 수니파가 내전을 경고하는 등, 바그다드에서는 지난달 중순 이래 일촉즉발의 긴장이 계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대형 사고가 일어남으로써 정국이 더욱 혼미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등 이라크 정부 인사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된 `자폭테러범 소문'을 퍼뜨린 것이 바로 수니 세력들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미 2003년 이래 수차례 수니파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학살에 가까운 테러를 당했던 시아파 무슬림들의 증오감이 커질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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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를 보면, 나라가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나라, 오랜 역사와 자원을 갖고 있는 '부자'나라였던 탓에 수준이 높았다. 저런 '후진국형' 참사가 일어날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은 점령 3년 만에 이라크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 미국은 그 죄값을 언제 어떻게 치르려 하는 것인지.


원래 저 정도(시아 수니파 사이 갈등)는 아녔나봐요? 언니가 덧붙인 의도에 따르면. 이 날 정말 세계적으로 사람 많이 죽더군요. 생명에 차별이 있는 건 아닐지언정 자연재해로 인한 것과 인간에 의한 건 다가오는 느낌이 너무 달랐었음. 다리 위 고무신(타이어신+목욕탕 신발)을 보니 진짜 마음이..
미국에서도 가난한 사람이랑 흑인만 죽던걸. 목숨값엔 역시 차이가 있는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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