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라크는 기자들의 무덤

딸기21 2005. 8. 29. 10:27
728x90
이라크 새 헌법을 둘러싸고 이슬람 시아파쿠르드족과 수니파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헌의회가 헌법 초안을 표결 없이 그대로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해 충돌이 우려된다.

헌법초안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헌법 초안을 확정, 오는 10월15일 국민투표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초안위는 이날 제헌의회에서 헌법안을 낭독했으며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장악하고 있는 제헌의회는 표결 없이 이 헌법안을 확정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초안위는 지난 22일 헌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시아파, 쿠르드족과 함께 3대 정치세력을 구성하고 있는 수니파가 거세게 반발해 표결이 미뤄진 상태였다.
제헌의회의 헌법안 ‘무투표 확정’ 발표는 수니파와 협상을 통해 헌법안을 재조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인구의 20% 이하를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가 반대하더라도 힘으로 밀어붙여 국가건설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쿠르드족인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제헌의회 선언 뒤 “이제 헌법을 수용할지 거부할지는 국민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헌법안 사본 500만부를 전국에 배포하고 본격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바그다드를 비롯한 중·서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니파 협상대표인 살레 알 무틀라크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의 의사대로 만들어진 헌법안을 놓고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재차 경고하면서 아랍연맹과 유엔 등 국제기구에 개입을 요청했다.
수니파 무장세력들은 후세인의 고향인 서북부 티크리트 일대와 바그다드 등지에서 시아파·쿠르드족에 맞선 테러공격을 가하고 있다. 수니파는 새 헌법안이 연방제 개념을 도입, 유전지대를 장악한 쿠르드족과 시아파의 입맛에 따라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반대해왔다. 시아파 내에서도 일부 세력들은 새 헌법이 이슬람 원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이라크는 기자들의 무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영국 로이터TV 취재진 1명이 미군의 총에 맞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28일(현지시간)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RSF는 이날 오전 바그다드 시내 하이알아딜에서 테러범들의 경찰 살해사건을 취재하던 로이터TV 스탭 왈리드 칼레드가 미군 저격병들의 총을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칼레드는 주택가 지붕 위에 매복해있던 미군들이 총기를 난사하는 바람에 얼굴에 1발, 가슴에 4발 등 모두 5발의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과정에서 동행했던 카메라맨 하이데르 카뎀도 부상을 입었다. 미군은 칼레드가 숨진 뒤 유일한 목격자인 카뎀을 체포했으며, 외신기자들의 석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풀어주지 않고 있다고 RSF는 주장했다. 미군 사령부는 “테러범 수색 작전 중 민간인 1명이 숨졌다”고만 밝히고 있다.

RSF에 따르면 이날 현재 이라크에서는 2003년 3월 20일 미군의 공격개시 이후 칼레드를 포함해 언론인 66명이 숨져 1955~75년 베트남전 언론인 사망자 63명보다 더 많은 이들이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1991~95년 발생한 옛 유고연방 내전에서는 언론인 49명이 숨졌으며, 1993~96년 알제리 내전에서는 57명이 희생됐었다. 이라크에서는 또한 납치된 언론인도 2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RSF는 밝혔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