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일본의 두얼굴

딸기21 2005. 8. 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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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패전60주년을 맞은 15일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담은 총리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일본 정부와 정치권 주요 인사들은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 `일본의 두 얼굴'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본 정부는 이날 패전기념일을 맞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다. 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一) 당시 총리의 담화 이래, 각료회의를 거쳐 패전기념일 총리 담화가 나온 것은 10년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원용, "과거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담화는 한국과 중국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함께 손잡고 이 지역의 평화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톤은 무라야마 담화와 같지만 한국과 중국을 특별히 거론한 것은 올들어 악화된 대외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미리 밝힌 대로 이날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피하고 인근 전몰자 묘역에만 헌화를 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와 반성'을 담은 담화를 발표하는 동안 야스쿠니 신사 앞에는 참배를 바라는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줄이 늘어섰다.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과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전 경제산업상 등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47명은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대리인을 보내온 국회의원까지 포함하면 130명이 참배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은 고이즈미를 지지한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재집권을 바란다"는 사설을 게재, 눈길을 끌었다. 다음달 11일 일본 총선을 앞두고 WP는 "고이즈미 총리가 승리해 의회 다수당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지지를 표했다.
WP는 "그동안 일본 정계를 이끌어온 인물들은 합의를 중시, 변화를 강행하지 않으려는 색깔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비난하며 조기 총선이라는 깜짝 승부수를 통해 우정공사 민영화를 관철시키고자 한 고이즈미 총리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신문은 우정공사 민영화가 관료지배, 공기업 중심의 일본 기업풍토를 바꿔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우정사업 민영화가 이뤄지면 일본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경제회복이 촉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WP는 또한 일본 정치와 경제를 바라보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며 "(민영화가 이뤄지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도 늘어나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친미 노선도 `지지'의 이유가 됐다. WP는 일본 야당이 자위대 이라크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고이즈미 총리가 패배하면 미국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 여론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고는 있지만 선거 승리를 낙관할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한달간 자신의 입장을 유권자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기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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