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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식 '복수혈전'

딸기21 2005. 8. 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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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표적수사, 보복정치 안한다고 집권하는 사람들마다 그러는데, 일본에선 총리가 대놓고 복수전을 벌인다. 일본식이라기보다는 '고이즈미식'인 것 같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9.11 총선을 앞두고 당내 반대파들과의 일전(一戰)에 들어갔다. 고이즈미 총리의 `복수의 칼날'에 정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반대파는 나가라"

고이즈미 총리는 10일 총리관저에서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총무국장과 면담을 가진데 이어 연정 멤버인 공명당 측 간부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지역구와 전국구 후보공천 기본 방침을 정하면서 우정(郵政) 민영화 법안에 반대한 `반란파' 의원들을 배제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반란파들이 야당으로 당적을 바꾸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에 맞서, 지난달 중의원 표결에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37명의 선거구에 `대항마'를 세우기로 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이 전했다. 결석-기권한 14명에 대해서는 선별 공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야당이 모두 우정 민영화에 반대하는데 자민당에서까지 반대파 후보를 내세우면 유권자도 (선택하기가) 곤란할 것"이라고 강조, `우정 해산'에 이어 9.11 총선을 `우정 총선'으로 만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민당 지도부는 이날 당 정치윤리심사회를 통해 `반대파' 37명과 `결석-기권파' 14명의 소명서를 받으며 직접적인 압박에 들어갔다. 정치윤리심사회는 또 우정 법안에 반대하다가 막판에 찬성 쪽으로 돌아섰던 7명에게도 소명서를 받아내, 고이즈미 총리측의 `보복'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했다. 그러나 반란을 주도한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정조회장과 와타누키 다미스케(錦貴民輔) 전 중의원 의장은 소명서에서도 우정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적(敵)의 적은 우리의 친구"

자민당 반란파와의 제휴 여부를 놓고 야당인 민주당이 고민에 빠진 가운데, 민주당의 최대 지지세력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반란파 지지를 선언해 주목된다. 렌고는 10일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9.11 총선에서 우정 법안 반대파 의원들을 지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우정공사 28만명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불러올 민영화 법안에 반대한다는 렌고의 기본 입장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러나 렌고가 그동안 선거에서 사실상 민주당의 외곽조직처럼 기능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결정은 민주당이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했을 경우 민주당과 자민당 반란파의 연대가 이뤄질 길을 터놓은 것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민주당측은 `단독 과반 의석 확보'를 목표로 내걸고 있으며, 자민당 반란파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파벌 충성보다는 아내 사랑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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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남성 참의원이 `우정 해산 정국'의 소용돌이에서 반대 입장에 섰던 부인을 편들기 위해 파벌 탈퇴를 선언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자민당의 쓰루호 요스케(鶴保庸介.38) 참의원 의원. 6살 연상인 같은 당 노다 세이코(野田聖子.44) 중의원 의원의 남편인 쓰루호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아내가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싸우게 됐다"며 "(파벌에) 폐를 끼치게 됐다"고 탈퇴선언을 했다.

노다 의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내세운 우정 민영화 법안 반대의 선봉에 섰던 인물. 고이즈미 총리는 `반란파' 의원들을 9.11 총선 공천에서 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쓰루호 의원은 당 지도부의 일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총무국장을 중심으로 한 `니카이파(派)'에 속해 있다. 노다 의원은 다음달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할 예정이다.

이 부부의 정치행로는 `우정 정국' 내내 일본 언론의 관심이 되어 왔다. 지난 4일까지만 해도 노다 의원은 "남편을 설득하는 것을 단념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두 부부는 의견이 갈려 있었다. 그러나 노다 의원이 당에서 내몰리는 처지가 되자 결국 쓰루호 의원이 파벌을 탈퇴하게 된 것. 노다 의원은 `일본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정계의 유명인사로, 1993년 자민당의 유일한 여성 중의원 의원으로 정계에 화려하게 진출한 3선 의원이다. 98년에는 우정상에 발탁돼 사상 최연소 각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고시절 학교측이 오토바이 면허 취득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퇴를 하고 단신 유학을 떠났을 정도의 용기와 배짱으로 유명하다. 2001년 쓰루호 의원과 결혼했지만 아내가 남편 성을 따르는 일본의 관행을 거부하고 부부 별성(別姓)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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