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고이즈미의 '약빨'

딸기21 2005. 8. 11. 23:50
728x90
고이즈미 ‘충격 정치’ 통했나


"과격한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3대 일간지가 10일 발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우정민영화법안 부결 뒤 고이즈미 총리의 이른바 `우정 해산'에 대한 지지여론이 반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음달 11일 총선에서 자민당 중심의 연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응답이 민주당 중심을 희망하는 응답보다 10% 이상씩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니치 신문 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총리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지난 6월보다 무려 9%나 높아진 49%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이즈미식 충격 정치'가 아직도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총리 본인의 인기는 아직 식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어떤 요인도 `결정적'이지는 않다. 대부분 항목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절반에 미달하는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자민당의 운명을 가를 9.11 총선 정당지지도에서 여전히 부동층이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 지지율은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고, 젊은층으로 내려갈수록 낮아졌다. 이 조사들은 `장-노년층은 자민당, 젊은층은 민주당'이라는 세대간 대립구도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당내 갈등은 심각하다. 중의원 우정법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던 `반란의원' 51명 중 핵심 인물들은 탈당 혹은 신당 창당 움직임을 일단 보류한 채 여론을 조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배제해버리겠다던 당 집행부의 확고한 입장도 현실론에 가로막힌 상태다. 잘 알려진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빼버린 뒤 자민당 집권 연장을 가능케 할 대안이 없는 것. 이 때문에 총리 측도 "51개 선거구에 모두 새 후보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우정법안 투표 결과에 집착하는 지도부에 대한 일선의 반발도 만만찮다. 아사히 신문은 자민당 비례대표 의원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환경상이 이번 총선에 도쿄 10선거구에서 출마한다는 데에 지도부 내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 선거구는 `반란파'의 핵심이자 반(反) 고이즈미 가메이(龜井)파 멤버인 고바야시 코우키(小林興起) 중의원의 지역구다.
 

자민당 중진 의원들은 "법안에 한번 반대했다고 해서 오랫동안 당에 충성해온 인물들을 내치려 하느냐"며 고이즈미 총리의 `횡포'와 `독선'을 비난하고 있다. 일부 지역당들은 자체적으로 `반란파'의 재공천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중앙-지역 간 갈등 조짐도 일고 있다.



오카다, “집권 못하면 사퇴”


자민당의 내부분열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자 민주당은 집권의 꿈에 설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0일 전했다.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9일 "집권 정당이 되지 못하면 사임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9.11 총선은 일본의 장래가 걸린 대단히 중요한 선거"라면서 "어떻게든 승리, 일본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당 간부들로 구성된 일종의 섀도 내각 회의를 주재하면서 창당 7주년을 맞은 민주당을 매미에 비유, "지상으로 나갈 때가 됐다"며 "이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노력해왔으니 정권을 교체해보자"고 지도부를 격려했다.


민주당은 이미 290개 소선거구의 후보를 내정해놓은 상태다. 당 선거정책기초위원회는 이날 오카다 대표에게 그동안 준비해놓은 마니페스토(정권 공약)를 제출했다.
오카다 대표와 당 간부들은 마니페스토를 최종검토, 곧 발표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또 존망의 기로에 놓인 사민당에도 제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번주 내에 겐바 코이치로(玄葉光一郞)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사민당과 접촉할 계획이라면서 "민주당의 자력(磁力)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부대표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오카다 대표는 이날 오자와 부대표에게 9.11 총선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오자와 부대표는 "부본부장들 중 1인으로 만족하겠다"며 고사했다. 그러나 오자와 부대표는 이미 주변에 `별동대'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계의 지략가로 소문난 그가 내놓을 묘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자민당 일당체제에 신물난 젊은층들을 투표소로 불러내면 정권 교체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더욱더 기세를 올리더라도, 단독 과반의석 확보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들이 많다. 당내에서도 지나친 낙관론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가장 큰 짐은 역시 우정민영화법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찬반을 막론하고 어쨌든 이 법안이 `고이즈미 개혁의 상징'으로 인식돼 있는 상황에서, 법안에 반대한 명확한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러나 민주당은 아직 국민들에게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당 차원의 확고한 입장조차 없다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728x90